남해군 기본소득과 이를 활용한 살림살이 가꾸기와 관련해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남해군이라는 집 한 채가 있다. 이 집안은 바닷바람 맞는 섬 마을에 자리 잡고, 고사리논과 다랑이논, 바다의 물길, 마늘밭, 단호박밭에 둘러싸여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집안은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 아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빈방이 많아지고, 매달 나가는 살림값만 늘어나는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집안은 결심한다. “우리 집을 그냥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다시 살아 움직이는 살림으로 만들어야겠다.” 이 집안의 변화 이야기는 남해군의 농어촌기본
지역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인구가 줄고 일자리는 사라지며 생활환경도 도시보다 뒤처진다. 그래서 우리는 “인구를 유입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생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만으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지역 안에서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로 생긴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부에서 돌며 다시 지역에 투자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 내 재투자율을 높여 그 재투자가 다시 지역의 산업생산 역량을 키
농어촌은 인구 급감과 고령화, 그리고 지역 경제 침체라는 삼중의 위기 앞에 서 있다. 농가의 평균 소득이 도시 근로자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고음이다. 이런 시점에서 남해군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된 것은 단순한 복지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려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이 성과는 지난 몇 달간 이어진 남해군민들의 연대와 실천, 군행정의 선제적인 결단과 노력이 합
추석이 다가온다. 우리 마음 속에선 이미 수확의 계절을 지나 햇곡식과 햇과일이 집 안에 차오르고, 고향 집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해진다. 하지만 요즘의 농어촌, 특히 소멸 위기 지역의 현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팍팍하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청년들이 떠나가며, 남은 이들은 고령화와 빈곤에 시달린다. 이런 현실 앞에, 그나마 남아 있는 ‘남해군민들의 단합된 열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번 남해군의 농어촌기본소득 유치 운동이 우리에게 보여준다.남해군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해 군민대회를 연 것은 결코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국민주권 시대, 그 최전선에는 ‘주민자치’라는 가치가 우뚝 서 있다. 중앙집권적 행정의 효율성을 핑계로 주민들의 목소리가 뒷전에 밀려왔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에서부터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주민이 직접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거세다. 이는 단순히 행정의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차원을 넘어,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주민자치는 첫째, 민주주의를 생활 속에서 완성하는 의의를 가진다. 주민들은 직접 마을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예산을 결정
오늘날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의 파도와, 대도시로만 몰리는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의 파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두 파도는 서로 엉키고 설켜,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이라는 거대한 난제를 낳았다. 기존의 해법으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는 저서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에서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방 귀
남해군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이동면 복곡마을에서 삼동면 내산마을, 그리고 물건리 대지포마을을 산길로 잇는 도로 개설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원래 계획으로 총연장 9.2km, 폭 8m의 2차로를 개설하는 이 사업은 단순히 마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남해 동부권을 아우르는 교통망과 관광자원을 엮어내는 핵심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도로는 기본 설계와 주민설명회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6년에 걸쳐 내산~대지포 구간 620m 도로를 군비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전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남해군 역시 인구의 3분의1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의 전형적 현장이다. 청년인재의 지역 유입을 위해서라도 고령인구와 지역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준비 없는 고령화는 쇠퇴와 소멸로 이어지지만, 준비된 고령화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한국 사회 전체가 고령화의 급류 속에 놓인 지금, 남해군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더 앞서 대응해야 한다. 부산시가 1283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에이지테크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남해군은 지난 10년간 경제와 사회 구조에서 큰 전환기를 맞았다. 농수산업 중심의 전통 경제에서 관광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인구는 급속한 고령화와 출생률·전입자 수 감소 사태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남해군이 향해야 할 방향과 군민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된다. 과거 남해군 경제는 마늘, 단호박, 멸치, 전복 등 농수산업에 의존했다. 그러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기후 영향으로 농어업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폭염과 집중호우, 해수 온도 상승은 생산 불안을 가중시켰다.반면 관광산업은 가파
관광을 핵심산업으로 삼고 있는 남해군이지만 어떤 형태의 관광을 산업화 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갈래를 잡을 필요가 있다. 남해군의 여건을 고려할 때 가능한 관광형태는 해양생태 체험관광, 농어촌 휴양체험관광, 생활형 관광, 역사문화 체험관광 등이 가능할 것이며, 현장에서도 일부 사업이 개별분야별로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연계된 축제들도 계절별로 기획돼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관광만으로는 지속적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특히 현대 관광산업 핵심 모토 중 하나인 ‘체류형 관광’을 정착시키기
최근 집중호우 당시 남강댐에서 방류된 물이 사천만과 남해 강진만 해역에 대거 쏟아지며 쓰레기 수천 톤 유입, 염도 하락에 따른 어패류 폐사, 어장 기능 마비라는 생존 위협적 상황이 연출됐다. 남강댐물 방류와 관련해 어민들은 현실적인 대응책 모색에 분주하다. 이런 노력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겨냥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남강댐물 다량 방류와 관련해 정부와 사법부의 기본적인 공식 입장은 어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그 이유는 1970년 남강댐 건설 당시 이미 어업권에 대한 ‘소멸보상’을 완료했으며, 현재의 피해에 대해선 법적 청구 근
지역사회에서 농어업을 비롯한 관광 등 경제분야에서 ‘통계자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상 고온, 태풍, 적조, 물가 급등 등을 겪으며, 농가는 작부 패턴을 조정하고 어업인은 조업 스케줄 조정, 소비자의 심리까지 읽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위해 긴요한 통계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실시간 또는 과거 6개월치의 체계적인 생산ㆍ출하·소득의 통합적인 데이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농산물의 지자체 차원 통계조사에 대한 요구는 과거에도 반복되었지만 여전히 행정 부서에서는 국
최근 남해군은 인구감소 대응 정책과 기조에서 약간의 변화를 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군은 지난 3월 ‘지역활력 인구대책 TF’를 출범시키며 인구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박영규 부군수를 단장으로, 인구활력반·일자리청년반·정주여건반·생활인구반·통합돌봄반 등 5개 실무반이 조직되면서, 단편적 지원에서 전 행정력의 전략적 통합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 TF 출범 이전, 남해군의 인구정책은 출산·결혼 장려금 지급과 같은 정주인구 유입 중심의 단기 사업이 주를 이루었던 반면, 현재는 정주인구뿐 아니라 관광객·단기 체류자 등 ‘생활인
최근 남해군 관광지도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7월 4일 개장한 ‘소노 쏠비치남해’를 시작으로, 추진 중인 ‘호텔신라 모노그램 남해’ ‘남면 평산 관광단지’ 등 대규모 숙박시설과 복합관광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오랜 기간 ‘숙박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대형 단체 관광객 유치에 제약을 받아온 남해군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변화다. 실제로 소노 쏠비치남해는 451객실 규모의 리조트 시설과 고급 레스토랑, 워터파크, 회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체류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은 지역을 바꾼다. 그 변화는 단순히 외지인의 방문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광이 ‘산업’이 될 때, 그 지역은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변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관광업이 지역의 주된 산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구조적 준비와 방향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해군은 오랜 세월 동안 바다와 농업에 기대 살아왔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금산과 보리암, 다랭이논, 독일마을, 상주은모래비치와 같은 자원들은 남해를 전국적인 관광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이 남해의 ‘미래 산업’이 되기에는
‘평생학습’이란 단어는 오늘날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그 깊은 의미가 가려져 있다. 원래의 평생학습이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는 특정한 연령대나 제도권 교육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틀어 이루어지는 교육과 학습의 총체이다. 유네스코와 OECD 등 국제기구들도 평생학습을 ‘삶의 질 향상과 사회참여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넘어서려는 세계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이러한 평생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실현’과 ‘지속 가
지역소멸을 말할 때 우리는 보통 ‘왜 사람들이 남해군을 떠나는가?’를 묻지만, 이는 사태를 올바르게 지적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물어야 할 것은 ‘왜 남해군에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제공해 주었느냐이다. 대한민국의 읍·면·동 곳곳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3분의2 이상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특히 농산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는 ‘지역소멸’이라는 이름 아래 구체적인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소멸’이라는 단어를
지난해에는 벌마늘이 다량 발생해 농가를 긴장시키더니 올해는 남해 단호박이 이상 기온에 의한 수정 불량으로 결실률이 현저하게 떨어져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어떤 농가에서는 평년의 30%, 심지어는 20%도 채 되지 않는 결실률이 예상되고 어떻게 수정이 제대로 되어도 단호박 품질이 균일하지 못해 시장에 내다 팔 상품으로서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원인을 따져보니, 이번에도 기후가 문제였다. 그 첫째 원인은,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 즉 ‘수정벌’의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정벌이 보통 꿀벌이나 뒤영벌 같
올해 7월, 남해군은 역사적인 행정 청사의 신축을 위한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959년에 건립된 현 청사는 반세기를 넘긴 세월 동안 군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지만, 이제는 구조적 한계와 시설 노후화로 인해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왔다. 안전등급 D, 사실상 ‘위험’을 내포한 공간에서 공무원이 근무하고 민원이 처리되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사 신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남해군은 이에 대응해 2001년부터 ‘청사건립기금’을 조성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2022년에는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마침
오늘날 우리는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전 지구적 문제 앞에 서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는 한계에 이르렀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청색혁명’이다. 청색기술, 청색산업, 청색경제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자연의 생태 원리를 모방하고, 자원의 순환을 촉진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미래산업의 핵심이 된다.청색기술은 자연의 원리를 기술에 적용하는 것이다. 조개껍데기의 구조에서 착안한 고강도 건축 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