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온다. 우리 마음 속에선 이미 수확의 계절을 지나 햇곡식과 햇과일이 집 안에 차오르고, 고향 집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해진다. 하지만 요즘의 농어촌, 특히 소멸 위기 지역의 현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팍팍하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청년들이 떠나가며, 남은 이들은 고령화와 빈곤에 시달린다. 이런 현실 앞에, 그나마 남아 있는 ‘남해군민들의 단합된 열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번 남해군의 농어촌기본소득 유치 운동이 우리에게 보여준다.

남해군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해 군민대회를 연 것은 결코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뿌리 깊게 준비되어 온 군민들의 염원과 조직적 기반 위에서 폭발한 것이다. 경남도가 참여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자, 남해군민들은 그 공백을 자신들의 목소리로 메웠다. 500여 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단체들이 연대하고, 서명운동과 조례 제정 움직임까지 이어졌다. 이는 결과 여부를 떠나 우리 군민들이 “우리가 살아야 한다”라는 절박한 희망의 정신이 모인 성취다.

그 움직임은 마치 작은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루듯, 개별의 불확실성과 불안이 모여 ‘거대한 물결’로 떠올랐다. 단체의 연대, 조례 제정 추진, 군민대회, 경남도 도비 분담 요구 등 일련의 흐름은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길을 함께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남해인의 의지

이 운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남해군민들이 평소 보여 온 근면, 성실, 끈기의 삶이 자리한다. 농어촌 지역이 고된 일을 견뎌내야 하는 땅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삶의 토대 위에서, 기본소득 유치 운동은 단순한 복지 요구를 넘어서 “우리의 삶을 존중받게 해달라”는 선언이자, “지역을 지키며 살겠다”는 결단이었다. 흔히 복지 정책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몫으로 여겨지지만, 우리 군민들은 그를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다. 스스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조례 제정을 제안하고, 집회를 조직하며 적극성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은 성실함과 책임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이 같은 군민연대와 결속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추석의 본래 정신이란,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수확을 감사하며,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가 아니라 ‘우리’를 중심에 두는 공동체적 명절이다. 비록 일상에서는 서로 다른 삶과 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기본소득 유치라는 공동 과제 아래 그들은 다시 ‘남해군민’이라는 공동명의 아래 모였다.

이 흐름은 추석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추석처럼, 이 운동은 단순히 개인의 요구를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미래를 도모하는 ‘마음 모음’이다. 고향에서 모여 정을 나누듯, 남해 전역의 군민들이 뜻을 모아 미래를 이야기한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와 희망

물론 이제부터가 진짜 과제다. 단순히 유치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시범사업 선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경남도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것도 현실이다. 경남도의 태도를 돌려세우고, 국비 확보와 도비 분담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시범사업이 시행될 경우, 지급 기준, 행정 절차, 부작용 관리, 지역경제 연계 방안 등이 명확히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가장 큰 성과는,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본소득 유치는 단지 금전적 혜택이 아니다. 그것은 남해의 사람들에게 ‘남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준다.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며, 함께 바꾸어 갈 수 있다는 선언이다.

마침 추석은 공동체의 명절이다. 이 명절을 앞두고, 남해군민들의 이러한 단합된 움직임은, 잘 익은 열매처럼 빛난다. 우리는 이번 기본소득 유치 운동이 단지 정책 승리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공동체 회복, 삶의 존엄 회복,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이 되어야 한다.

추석밤, 둥근 달이 고요히 떠오를 때, 남해의 마을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땅과 바위와 바다와 산이 숨을 고르며, 한 마을 한 마을마다 새로운 꿈을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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