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 현황 (자료 제공: 남해군)
남해군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 현황 (자료 제공: 남해군)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률이 낮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남해군의 올해 집행률이 0.74%(올해 6월 말 기준이며 현재는 1.3%)로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지방소멸 대응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거나 “주는 돈도 못 쓴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남해군은 사업의 성격과 제도적 구조가 만들어낸 ‘수치상의 착시’라며 이러한 비판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로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한 사업 현황과 저조한 집행률의 원인이 무엇인지 취재해본 결과, 남해군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은 절차상 구조적 제약과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차근차근 추진 중이며, 단순 집행률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답볍을 들었다.

남해군 주요 사업과 진척 상황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지자체에 배분되는 장기 사업으로, 남해군의 경우 연간 70억 원 안팎의 예산이 배정된다.  

남해군은 현재 기금을 통해 △보물섬 남해FC클럽하우스(집행률 99.2%) △IT코워킹 플랫폼 조성 사업(93.7%) △워케이션 in 남해(81.6%) △청년정착거점루트-남해(81.6%) △폐교활용 친환경 숙박시설 조성(2022년 100%, 2023년 47.8%) △다가치키움센터(2022년 100%, 2025년 3.73%) △보물섬인생학교(2022년 87.6%, 2023~2025년 0%) △보물섬 에코푸드공작소(0%) △보물섬살이 ‘해랑’(44.2%) 등 인구유입과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9가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군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준공된 사업도 많고 전체 누적 집행률은 46.3%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이 중 보물섬 남해FC클럽하우스는 이미 준공돼 약 240여 명의 인구유입 효과를 내며 도 차원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워케이션 in 남해’는 이미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와 협약을 맺고 오는 11월부터 기업형 거점 오피스 공간으로 본격 운영되며 고정적인 생활인구를 유치할 예정이다. 서상워케이션 센터는 가족형으로 돌봄서비스를 결합한 가족 체류형 프로그램을 시험운영 중인데 만족도가 높다. 워케이션 사업은 사전조사를 통해 실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가족형과 기업형으로 분리 운영함으로써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에코푸드 공작소의 경우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용역 실시 등 사전 절차를 밟고 있어 집행률이 0%다. 군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업들이 인구소멸 대응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 

반면 보물섬인생학교 조성사업은 부지확보와 계획변경, 주민갈등 등 다수의 변수 발생으로 행정절차가 길어지며 ‘저집행’되는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처음부터 기금으로 발굴된 사업이 아니라 기금 성격에 부합해 재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보니 초기 발굴 단계에 이뤄져야 하는 각종 인허가 관계나 다른 계획과의 충돌 여부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던 탓”이라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집행률 낮은 이유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근거해, 인구 소멸 지역의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재정 지원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인건비, 경상비, 프로그램비 등으로는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건물·시설 조성 등 ‘하드웨어 사업’만 허용된다. 이 때문에 남해군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토지매입, 각종 영향평가, 실시설계용역, 공공건축심의 등 복잡한 행정절차에 최소 1년 이상을 소요한다. 

군 관계자는 “실제 1차 연도에는 용역비 정도만 지출되고 본격적인 공사비는 2~3년차부터 집행된다”며 “당해연도만 놓고 보면 1~2% 수준으로 보이지만, 2022년부터 누적 집행률은 46.3%로, 정부가 패널티를 부과하는 ‘30% 미만 지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집행률이 아니라 사업별 누적 집행률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남해군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은 2022년 기준 98.6%, 2023년 52%로 평가 패널티 기준(30%)를 훨씬 웃돈다. 올해 6월 기준 0.7%로 보도된 것은 올해 새로 착수한 대형 시설 사업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행률 논란’의 본질은

행정안전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률이 낮다”는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설 조성 사업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인구유입이나 청년 정착을 위한 ‘사람 중심’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보다는 ‘건물 중심’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만 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누적 집행률로 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도 ‘돈만 받아놓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식의 지적이 나오는 건 문제”라며 “이런 집행률 중심의 평가는 오히려 무리한 선급금 집행이나 보여주기식 공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로의 기조 변화

행안부는 최근 기금 운용 방향을 수정해 건물 신축 등 하드웨어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내놨다. 프로그램, 일자리, 공동체 활동 등 ‘사람 중심’ 사업에도 기금을 일부 허용하는 방향이다. 국회에서도 “행안부가 사전에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고, 정주요건 제고, 귀농지원 등 기금의 취지에 적합한 사업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사업 계획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남해군은 이미 ‘매력마을 만들기 사업’ 등 주민 커뮤니티와 청년 정착을 연계한 2026년 신규 사업을 제출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법령이 개정되면 향후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종합형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건물 신축보다 실제로 사람이 머물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