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전국 49개 지자체가 경쟁한 이번 공모에서 남해군이 이름을 올리며, 2026년부터 2년간 전 군민에게 매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화전)을 지급하는 전국 최초의 ‘전 군민 기본소득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또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해 19개의 군내 주요 시민·사회단체와 군민들이 한 마음, 한 목소리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군민들의 결속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군민 총화로 이뤄낸 결실
이번 선정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 경상남도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도비 분담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남해군의 집요한 설득과 군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경남도를 움직였다. 박완수 도지사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도비 18% 분담을 승인했다.
이후 남해군은 단기간에 군비 부담분 290억 원을 확보하며 심사위원단의 신뢰를 얻었다. 보통교부세 확대분, 생활인구 보정수요, 순세계잉여금, 재정안정화기금 등 모든 재원을 짜내어 안정적 재정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군민 1만 3000명이 참여한 서명운동과 19개 사회단체의 연대는 ‘행정과 민의의 통합’을 보여주며 남해형 자치의 힘을 입증했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닌 농어촌 소멸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려는 정책 실험이다. 군은 이 사업을 통해 국비 40%, 도비 18%, 군비 42% 등 총사업비 1400억 원이 투입되어 약 3800억 원의 경제적인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장충남 군수는 “남해군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값진 성과”라며 “기본소득이 지역의 소비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해군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기본이 튼튼한 사회, 모두가 행복한 남해’를 완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군은 기본소득 지급과 함께 ‘농수산물 페이백’, ‘착한임대료 창업지원’, ‘착한남해 만들기’ 등의 연계사업을 병행 추진해 소비를 촉진하고 상권을 살리는 ‘순환형 지역경제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읍·면 단위의 가맹점 확대, 소비데이터 기반 상권 분석, 이동장터 운영 등 세밀한 집행으로 화전이 지역 구석구석까지 돌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조만간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는 ‘남해형 기본소득 추진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추후 과제는
남해군의 성공은 향후 국회 입법 논의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농어촌기본소득 지원법안’(연 200만 원 이상 지급)과 기본소득당의 ‘월 30만 원 지급’ 법안이 제출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해군의 실험이 이들 법안의 실효성을 검증할 정책적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법의 핵심은 △지급액의 단계적 인상(15만 원→30만 원) △국비 비율 50% 이상 상향 △성과평가·환류 체계의 법제화다. 이러한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남해군 모델은 향후 전국 농어촌의 공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커진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남해군은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소비 누수 차단이다. 지급된 지역화폐가 외부 온라인 상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역 내 소비 촉진과 재투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복지와 생산의 균형이다. 단순 소비를 넘어 농수산업·소상공인 기반의 생산적 순환경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투명한 재정 집행과 지속 가능성 확보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통해 사업의 효과를 정밀 분석하고 장기적 재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