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이동면 복곡마을에서 삼동면 내산마을, 그리고 물건리 대지포마을을 산길로 잇는 도로 개설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원래 계획으로 총연장 9.2km, 폭 8m의 2차로를 개설하는 이 사업은 단순히 마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남해 동부권을 아우르는 교통망과 관광자원을 엮어내는 핵심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도로는 기본 설계와 주민설명회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6년에 걸쳐 내산~대지포 구간 620m 도로를 군비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전체 노선 개설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 지연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지역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선택은 아닌지 우려된다. 

복곡~내산~대지포 도로는 관광 차원에서 분명한 장점을 갖는다. 복곡저수지와 내산 자연휴양림, 대지포 해안경관 자원, 물건리 방조어부림 등은 남해 동부권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이다. 이 도로가 개설되면 남해군의 관광 동선은 한층 더 유연해진다. 복곡저수지와 내산 자연휴양림, 물건리 대지포몽돌해변을 일직선으로 연결하는 노선은 자연·산림·해양을 하나로 아우르는 관광벨트를 형성한다. 현재는 각 관광지를 오가려면 국도 3호선을 크게 돌아야 하거나 마을 안길을 경유해야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새로운 도로는 체류형 관광객에게 ‘산림휴양 → 농촌체험 →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일일코스를 가능하게 하고, 관광 소비를 지역 곳곳으로 확산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특히 내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방문객이 대지포 해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면, 숙박·음식·체험 수요는 더욱 다변화될 수 있다.

교통 소통 차원에서도 효과가 크다. 현재 삼동면에서 앵강만과 다랭이마을 방면으로 가려면  이동면을 경유하거나 우회해야 한다. 이는 지역 주민의 일상 이동뿐 아니라 농수산물 물류에도 불편을 준다. 특히 대지포마을은 국도 3호선과 인접해 있지만 내륙과 연결되는 길목이 막혀 있어 지역 발전에 제약을 받아왔다. 도로가 개설되면 동부권 남북 간 소통이 뚫리면서 주민 이동시간 단축, 응급 상황 대응, 농산물·수산물 물류 흐름이 원활해진다.

물론 도로 개설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환경 문제다. 내산~대지포 구간은 농지와 산림을 통과하기 때문에 절대농지 해제와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 둘째는 경관 문제다. 물건 편백숲과 대지포천 일대는 이미 남해의 대표적 힐링 관광지인데, 도로가 개설되면 소음과 경관 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는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 갈등이다. 양지 노선과 음지 노선, 대지포천을 따라가는 제3안까지 의견이 갈리면서 주민 합의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전체 사업비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군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따라서 행정은 복곡~내산~대지포 산길 전 구간 개통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거쳐 책임있게 추진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국·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유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관련 부처와의 협의, 예타 사업 반영, 단계별 분할 추진 등을 통해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전 구간을 조속히 개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도로의 필요성은 단순히 관광객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남해군 남동부권 균형발전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인프라 투자이기도 하다. 특히 삼동면 물건ㆍ대지포 일대는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다. 물건방조어부림과 대지포 바다는 수도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교통망이 취약해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숙박·음식·체험 산업이 성장하려면 교통망이 필수적이다. 도로 개설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모세혈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복곡~내산~대지포 도로는 남해군 남동부권과 이동을 거쳐 남면 앵강만~용문사~미국마을~다랭이마을까지 지평에 넣고 하나로 묶는 ‘관광벨트의 척추’이며, 주민 생활의 ‘생명선’이다. 환경 훼손과 경관 문제, 예산 부족이라는 단점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지만, 도로가 없다는 불편과 지역 발전 지체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군은 더 이상 ‘부분 개설’에 그치지 말고 과감한 기획과 투자, 선제적 실행으로 이 도로를 조속히 열어나가는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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