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기본소득과 이를 활용한 살림살이 가꾸기와 관련해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남해군이라는 집 한 채가 있다. 이 집안은 바닷바람 맞는 섬 마을에 자리 잡고, 고사리논과 다랑이논, 바다의 물길, 마늘밭, 단호박밭에 둘러싸여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집안은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 아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빈방이 많아지고, 매달 나가는 살림값만 늘어나는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집안은 결심한다. “우리 집을 그냥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다시 살아 움직이는 살림으로 만들어야겠다.” 이 집안의 변화 이야기는 남해군의 농어촌기본소득의 올바른 용도와 산업재편의 전략과 유사하다. 

마을의 집안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밥상 하나든지 가족이 머무를 방 하나든지 최소한의 살림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남해군도 인구가 4만 명대에서 3만 9천 명대로 떨어졌고 지역소멸의 위기 속에서 거주 안정과 기본생활 유지가 우선 과제였다.

마침 군은 2026년부터 2년간 군민 전원에게 매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다. 이제 집안은 “매달 일정한 용돈이 들어오니, 먼저 오랜 방 한 칸, 옛살림살이 하나를 정비하자”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남해군도 이 기본소득을 지역 거주 안정과 소비기반 확보라는 첫걸음으로 삼는다.

살림이 안정되면 다음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단지 밥만 먹는 살림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고 친구를 초대하는 살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집안은 낡은 식탁 대신 확장 가능한 테이블을 들이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마당을 정비하고, 작은 화분 하나라도 들여 분위기를 바꾼다.

살림살이 가꾸기

남해군도 이와 유사하게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한 소비 확대가 단순한 생활비 보전에서 끝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농어민이 단호박이나 마늘을 생산만 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를 가공하고 브랜드화하고, 체험형 관광과 연결하고, 유통망을 갖추는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다. 집안이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남해군도 소비와 생산, 체험, 유통이 결합된 산업 사슬을 준비해야 한다.

집안이 준비되면 이제 손님을 초대한다. 마당 데크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저녁엔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바비큐를 하고, 다음날엔 아이들이 놀며 체험활동을 즐긴다. 집안의 수입도 늘고, 일손도 조금씩 더 필요해진다.

남해군의 산업재편 역시 이 단계다. 기본소득 덕분에 지역 내 소비가 일정 수준 확보되면, 그 소비가 지역 생산과 서비스로 이어져야 한다. 농식품 가공센터를 세우고, 청년 스마트농업 창업을 지원하고, 관광과 로컬푸드를 연결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만들고, 외부 관광객과 도시 소비자를 지역으로 유인하는 흐름을 만든다.

산업이 이렇게 확장되면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주민의 소득이 올라가고, 집안(지역)의 살림살이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살림 확장하기 

그런데 집안 일이 살림살이 확대에 머무른다면 언젠가 한계가 온다. 그래서 집안은 일부 돈을 ‘미래를 위한 저축’으로 돌리기로 한다. 그 저축은 작은 설비를 바꾸거나, 차근차근 집안에 기계를 들이거나, 아이들의 공간을 만들거나 하는 데 투자된다.

지역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소득으로 소비를 안정시킨 뒤, 이 소비가 지역 안에 머무르도록 구조화하고, 그 소비가 산업투자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즉 지역 주민이 받은 기본소득을 단순히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가공시설을 이용하고, 지역 서비스·관광업체를 이용하고, 지역 스타트업에 참여하고, 그 수익이 다시 지역에 남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집안이 저축과 투자를 통해 설비가 좋아지고 공간이 확장되고 손님이 늘어나면, 수입이 늘고 그 수입으로 또 손님맞이나 설비 보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집안이 ‘살림만 유지하는 집’에서 ‘살림이 늘어나고 확장되는 집’으로 바뀌는 것이다. 마치 집안이 변신하듯, 남해군도 강한 산업생태계와 활력 있는 주민공동체를 품은 ‘살림이 커진 집안’으로 바뀌는 것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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