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전 지구적 문제 앞에 서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는 한계에 이르렀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청색혁명’이다. 청색기술, 청색산업, 청색경제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자연의 생태 원리를 모방하고, 자원의 순환을 촉진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미래산업의 핵심이 된다.

청색기술은 자연의 원리를 기술에 적용하는 것이다. 조개껍데기의 구조에서 착안한 고강도 건축 자재, 해조류의 광합성 시스템을 모방한 태양광 발전, 물고기의 움직임을 본뜬 수중 드론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존의 고비용, 고탄소 구조를 극복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지역의 전통과학과 맞닿아 있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농사짓고, 바다를 이용하며, 지역 생태에 맞는 지혜를 쌓아왔다. 남해안의 염전, 갯벌 생태 어업, 해조류 채취와 같은 전통 지식은 오늘날 청색기술의 원형이자, 현대 과학과 융합 가능한 자산이다.

청색산업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 생태계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해양바이오 산업이 있다. 해조류는 음식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남해군처럼 청정 해역과 풍부한 해양 생물을 가진 지역은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산업의 최적지다. 또한, 해양 생태를 보호하면서도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해양 순환 경제' 모델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전통적인 어업 지식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생태관광 해설사, 생물자원 채취 전문가, 친환경 해양양식 기술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청년의 지역 정착도 가능해진다.

청색경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개념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청색경제를 녹색전환(Green Deal)의 핵심으로 삼고, 해양 재생에너지, 탄소흡수 생태계 조성, 해양쓰레기 재활용 산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 여수, 통영 등 해양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청색경제 실현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남해군은 생태관광, 해양바이오, 수산물 가공과 같은 기존 산업에 청색기술을 접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색경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지자체가 있다. 전남 여수시는 해양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해 해양 치유산업을 육성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제주도는 친환경 해양관광과 해상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했다. 경북 포항시는 해양 신소재와 해양 플랜트 산업을 연계해 청색경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들 사례는 남해군이 청색경제를 현실화하는 데 있어 벤치마킹할 만한 좋은 참고점이다.

남해군이 청색경제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투자가 필수다. 해양 관련 기술 연구개발, 양식장 현대화, 해양 관광 인프라 확충 등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과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력형 사업 모델을 개발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대학, 기업, 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때 진정한 청색경제가 남해군에서 꽃필 것이다.

청색혁명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삶의 방식 전반을 바꾸는 혁신이다. 기존의 대량생산-대량소비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에 맞는 맞춤형 생산, 생태순환형 소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전환의 중심에 지역 전통과학이 있다. 남해안 어촌마을에서 수백 년간 축적된 해양지식, 기후와 생태에 기반한 농업기술, 공동체 중심의 자원 관리 방식은 첨단 기술과 결합해 청색산업의 밑거름이 된다.

청색기술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전통과학에서 출발한 지혜가 첨단 기술로 이어지고, 그 기술이 지역산업을 살리며,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글로벌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남해와 같은 해양지역은 그 중심에서 미래를 열 수 있다. 청색혁명은 단지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곳, 우리가 선택하고 준비해야 할 현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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