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남해군은 역사적인 행정 청사의 신축을 위한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959년에 건립된 현 청사는 반세기를 넘긴 세월 동안 군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지만, 이제는 구조적 한계와 시설 노후화로 인해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왔다. 안전등급 D, 사실상 ‘위험’을 내포한 공간에서 공무원이 근무하고 민원이 처리되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사 신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남해군은 이에 대응해 2001년부터 ‘청사건립기금’을 조성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2022년에는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마침내 2023년 착공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건립공사가 시작될 2025년 여름, 남해군은 지역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대역사의 시작이 반드시 모두에게 축복만은 아니다. 특히 한여름의 더위와 함께 찾아올 공사 소음, 분진, 교통 불편, 주차난 등은 인근 주민과 상가, 군청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가 큰 만큼 불만과 피로도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군의 사전 준비와 주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 그리고 양해를 구하는 겸허한 자세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이번 공사가 군청이 위치한 남해읍 도심 한가운데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인구의 30% 이상이 집중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형 공사는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라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도시행정 이슈다. 주택가, 학교, 상가, 병원 등이 인접한 만큼 공사의 여파는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생활환경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청사 신축은 ‘건물 공사’ 이전에 ‘지역과의 조율’이라는 더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을 수반해야 하며, 이를 간과할 경우 군민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흔들릴 수 있다.
청사 신축이라는 대규모 공사는 단순히 건축물 하나를 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재설계하는 일이며, 민의(民意)와 실용, 그리고 공공성이 조화를 이뤄야만 성공할 수 있다. 군이 그동안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던 노력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주민들의 현실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하루 종일 울려 퍼질 굴착기와 콘크리트 타설 소음은 고령층과 유아를 포함한 인근 거주민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날리는 먼지와 공사 차량의 빈번한 이동은 상가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손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군청을 찾는 민원인들은 주차공간 부족과 복잡한 진출입로로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새 청사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긴 시간을 인내해왔다. 그러나 ‘이해’와 ‘불편의 감내’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행정은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불편을 줄이고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책임 역시 행정기관에 있다.
그렇기에 남해군은 공사 시작 전, 가능한 모든 안전점검과 민원 사전조치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소음 저감시설의 설치, 공사차량 동선 분산, 먼지 방지 스프레이 및 덮개 설치, 야간 작업 최소화 같은 기본적인 조치 외에도, 임시 주차공간 확보와 실시간 교통 안내, 대체 민원창구 마련 등의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소통’이다. 공사 일정을 알리고, 예상 불편과 그에 대한 보완책을 사전에 안내하며, 주민이 직접 불편을 신고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공사 민원 통합 창구’를 운영하는 등의 참여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청사 신축은 단지 건물 하나를 새로 짓는 일이 아니다. 공사로 인한 불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진심 어린 노력과 정직한 소통이 함께한다면, 주민들도 기꺼이 그 시간을 견디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남해군청이 단순히 새 건물이 아니라, 군민의 삶을 품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