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을 핵심산업으로 삼고 있는 남해군이지만 어떤 형태의 관광을 산업화 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갈래를 잡을 필요가 있다. 남해군의 여건을 고려할 때 가능한 관광형태는 해양생태 체험관광, 농어촌 휴양체험관광, 생활형 관광, 역사문화 체험관광 등이 가능할 것이며, 현장에서도 일부 사업이 개별분야별로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연계된 축제들도 계절별로 기획돼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관광만으로는 지속적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특히 현대 관광산업 핵심 모토 중 하나인 ‘체류형 관광’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더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생각이다.
남해군에서 체류형 관광을 정착시키려면 관광활성화 방식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참여적·협동조합적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원 정선군 고한읍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설립해 주민들의 집과 읍식 등을 제공하면서 지역을 관광자원화하는 모델을 한국 최초로 시도하기도 했다. 고한읍 협동조합은 폐가와 빈집을 리모델링 하고 기존의 식당, 카페, 사진관 같은 상점들은 호텔 레스토랑으로 바뀌었으며, 마을회관은 소규모 컨벤션 룸으로 활용된다. 중요한 건 이 모델이 단순한 관광산업이 아니라, 주민 참여와 협력이 지역 재생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 모델이라는 점이다.
또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세화질그랭이센터는 마을협동조합이 리모델링해 만든 주민 중심 워케이션 공간이다. 복지회관을 활용해 2층을 카페로, 3층을 공유오피스로, 4층을 숙박 시설로 구성했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당근 주스나 감자빵 같은 로컬 푸드를 판매해 소득을 창출하고, 워케이션 참가자들은 머무는 동안 세화 야밤투어, 해녀 투어, 오름투어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과 안내는 주민이 담당한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주민 조직 기반의 협동조합 또는 협의체 형태로 운영되고, 유휴 자산(빈집, 회관 등)을 공유 공간으로 전환하며, 숙박·체험·로컬 판매가 연계된 복합 콘텐츠를 구성하고,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다. 남해군도 이 같은 골격을 따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각지에 빈집이나 유휴 공간이 있다면 주민 협동조합이 이를 리모델링해 마을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다. 워케이션이나 게스트 공간은 공유 오피스, 조식 카페, 숙박을 중심으로 한 로컬 공간을 조성해 체류 유도를 강화할 수 있다. 문화·농촌 체험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예, 해양 체험, 음식 만들기 같은 마을 기반 프로그램을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 이런 모델은 숙박 수익뿐만 아니라 콘텐츠 운영·판매 수익, 교육 프로그램, 지역 환원 등을 종합해 지역 소득 증대와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워케이션 활성화도 필요하다. 경북도는 ‘일쉼동체’라는 슬로건 아래 자연 속 워케이션 상품을 출시하고 공유오피스 제공, 가족 단위 휴가 상품 구성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노동 구조 개혁과 여가 시간 확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체류형 관광 수요가 현실화된다. 근로자에게 실제로 ‘일하고 머무를 자유’를 제공해야 남해군 주민 주도 체류 프로그램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정선의 마을 관광자원화나 제주의 세화질그랭이센터는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낸 관광 모델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남해군도 이런 모델을 기반으로 주민 협동조합 결성, 콘텐츠 기획·운영, 지역 소득 창출, 사회 환원이라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체류형 관광은 지역 경제는 물론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이 된다. 우리 남해군의 경우에도, 주민이 주도하고 여가를 보장하며 체류를 유도하는 세 축이 조화롭게 연결될 때 지속 가능한 체류형 관광 산업이 꽃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주민 중심 체류형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사회적 조건, 특히 도시민 등 관광수요층의 개인 여가 시간 확보와 유연한 노동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만일 생활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유연근로제 도입을 확대할 수 있다면 지역의 체류형 관광에 호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