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이란 단어는 오늘날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그 깊은 의미가 가려져 있다. 원래의 평생학습이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는 특정한 연령대나 제도권 교육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틀어 이루어지는 교육과 학습의 총체이다. 유네스코와 OECD 등 국제기구들도 평생학습을 ‘삶의 질 향상과 사회참여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넘어서려는 세계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평생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실현’과 ‘지속 가능한 사회’의 달성에 있다. 인간은 평생을 통해 자신을 탐구하고, 시대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교육은 단순히 경제적 수단이 아니라 인간 삶의 본질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기존의 교육은 ‘학교와 직장, 은퇴’로 이어지는 직선형 생애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등의 시대적 변화 속에서 ‘배움과 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삶과 배움’이 통합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생학습은 단순한 보완이 아니라 미래 교육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일생 동안 몇 번의 직업 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도 일회성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모델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시한 ‘2모작 사회’ 개념은 이런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생 100세 시대, 첫 직업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또 다른 생산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2의 교육과 재설계가 필요하며, 평생교육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이는 단순한 고령화 대책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재발견이자 생산적 복지국가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평생학습 고도화 사업

이런 흐름 속에서 남해군이 추진 중인 ‘평생학습 고도화 사업’은 지역사회 교육 정책의 진일보된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신(新)남해 프로젝트’라는 명칭 아래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도비 지원을 통해 △평생학습 네트워크 구축 △배움터 지정 △동아리 지원 △학습 나눔 문화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역에서의 ‘학습권 보장’과 ‘사회적 포용’을 구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참여기관의 스펙트럼이다. 청년센터부터 시니어 활동가까지 아우르는 구성은 세대 간의 학습 연계와 다양한 주체의 교육 주권 회복을 가능케 한다. 이는 단순한 ‘강좌 제공’이 아니라, 주민이 교육의 기획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민주적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몇 가지 중요한 개선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첫째, 평생학습의 내용이 ‘단편적 취미강좌’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격 연계, 지역 산업과 연결된 직업학습, 공공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시민교육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둘째, 학습의 결과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예컨대, 일정 교육 이수 시 학점, 인증, 직업 훈련 점수로 환산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국가교육위원회와 평생교육법 개정 등과도 연계해 나가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 기획이 중요하다. 남해군의 경우 농어업, 고령층, 귀촌자 등 다양한 인구 구성에 맞춰 유연한 학습 커리큘럼을 설계해야 한다. 

‘삶 전체가 학교’

우리는 지금 ‘평생학습이 미래의 정규교육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문턱’에 서 있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학력이 아닌 학습력이 중시되고, 직무보다 역량이 강조되는 사회로 가고 있다. 남해군의 평생학습 정책은 단지 한 지역의 정책이 아니라, 지방자치 시대의 교육 실험이자, 전국이 주목해야 할 미래 교육 모델이기도 하다. 인생 100세 시대, 1모작만으로는 삶을 완성할 수 없다. 배움은 은퇴가 없고, 삶은 다시 설계될 수 있다. 

“모든 군민은 배우며 성장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지역은 그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남해가 그런 배움의 섬, 성찰과 도약의 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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