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해군 관광지도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7월 4일 개장한 ‘소노 쏠비치남해’를 시작으로, 추진 중인 ‘호텔신라 모노그램 남해’ ‘남면 평산 관광단지’ 등 대규모 숙박시설과 복합관광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오랜 기간 ‘숙박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대형 단체 관광객 유치에 제약을 받아온 남해군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변화다.
실제로 소노 쏠비치남해는 451객실 규모의 리조트 시설과 고급 레스토랑, 워터파크, 회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체류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신라 모노그램’ 역시 글로벌 고급 브랜드를 통해 해외 관광객 유치까지 겨냥하고 있다. 과거 관광객이 대부분 ‘1일 관광’에 그쳤던 남해군으로서는 관광의 체류성과 소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다.
그러나 이 변화가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해군 곳곳에는 이미 펜션, 민박, 모텔, 여관, 캠핑장 등 기존 중소 숙박시설이 400곳 이상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은 남해 관광의 초기 인프라를 지탱해온 주체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경영 형태로, 인근 음식점이나 편의시설과의 연계 구조를 통해 지역경제를 구성해 왔다. 문제는 대형 숙박시설의 개장이 중소 숙박업체와 지역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문제는 전국 관광지에서 반복되고 있다. 제주도의 한림·애월 지역, 강원도의 속초·양양 해안권에서도 대형 호텔 개장 이후 기존 숙박업체의 예약률 급감과 가격 하락, 음식점 공실 증가 등의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즉, 대형 자본 유입이 관광 수요 자체를 늘려주기는 하지만, 그 소비가 특정 시설 내에서 머무르게 되면 지역경제의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남해군 역시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쏠비치남해와 호텔신라는 숙박은 물론, 조식·중식·석식, 체험, 회의, 쇼핑 등의 프로그램을 리조트 내부에 완결형으로 구성해 두고 있어 외부 상권으로의 연결이 약한 구조다.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그 관광객이 읍내나 주변 상권으로 퍼지지 않는다면 관광이 산업으로서의 실효성을 갖기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대규모 숙박시설과 기존 중소 숙박업체, 지역상권이 경쟁이 아니라 ‘분업과 연계’의 구조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관광 수요의 다층화를 고려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대형 리조트는 단체 관광객, 고급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는 반면, 중소형 펜션이나 민박은 개별 여행객, 장기 체류객, 저가형 관광 수요를 수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수요에 대한 마케팅과 안내, 중개 구조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지자체나 중개기관이 ‘숙박 안내 플랫폼’이나 ‘공공 예약 연계 시스템’을 통해 숙박 선택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구조가 필요해 보인다.
또 대형 숙박시설과 지역 상권 간 연계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 예컨대 쏠비치 리조트 투숙객에게 남해읍 전통시장이나 지역 음식점, 카페, 농촌체험장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연계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숙박 패키지에 외부 연계 체험 프로그램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경제 순환을 유도하는 실질적 수단이 된다.
나아가, 중소 숙박업체의 품질 관리 및 공동 마케팅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조율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의 설립이 필요하다. 관광과 숙박, 체험, 음식점, 교통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관광산업 통합 플랫폼 또는 전담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이 조직은 민간과 행정의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해군청 관광진흥과가 행정 주체로 기본 틀을 잡고, 민간 전문가와 숙박업 단체, 상인회, 귀촌인 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모델 같은 것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관광객 스스로가 ‘선택 가능한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조트도 있고, 가족이 운영하는 아늑한 펜션도 있고, 자연과 함께하는 캠핑장도 있다는 ‘관광 다원성’이야말로 남해가 지닌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혜와 행정의 정책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