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의 파도와, 대도시로만 몰리는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의 파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두 파도는 서로 엉키고 설켜,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이라는 거대한 난제를 낳았다. 기존의 해법으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는 저서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에서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방 귀향’이다. ‘베이비부머’란 특정 시기에 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세대를 일컫는데,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6.25 전쟁 이후 출생률이 높았던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마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수도권에 쌓아둔 자산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이주한다면, 다음과 같은 연쇄적인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수도권에는 청년층을 위한 주택 공급이 늘어나 주거 비용이 안정되고,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완화된다. 둘째, 베이비부머의 이주로 지방에는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소멸 위기를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 이는 인구의 공간적 재배치를 통해 두 세대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거시적 해법이다.

또 서울대학교 김태유 교수는 저서 『은퇴가 없는 나라』에서 다른 차원의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인구 감소의 본질은, 부양할 노인은 늘고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드는 부양비 문제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해법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 경제적 활력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역설한다. 김 교수는 ‘은퇴 없는 사회’를 만들어 고령층이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연령별 ‘이모작’ 고용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분업을 통해, 고령층은 경험과 경륜을 활용한 일자리를 맡고, 청년층은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법들은 이미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들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독일은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하여 고령자가 부담 없이 노동 시장에 참여하도록 돕고,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사회 전체가 나누는 새로운 사회적 분업 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초고령 지자체인 남해군은 이러한 해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남해는 마강래 교수의 주장을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귀향·귀촌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으며,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외부 인구에게 매력적인 정주 여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해군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단순히 ‘전원생활’을 넘어 ‘인생 이모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김태유 교수의 주장을 남해의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비부머의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관광 해설사, 자연 생태 해설가 등 지역 특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이 지역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 농어업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베이비부머 세대가 새로운 산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초고령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마강래 교수의 ‘공간적 분업’과 김태유 교수의 ‘기능적 분업’이라는 거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남해군도 기존 대응에서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사회적 원리를 창출해야 한다. 베이비부머와 청년층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맺는다면, 남해군은 ‘소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위한 밝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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