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축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다양한 남해지역의 축제를 분석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축제에 대한 기본 이론이 탄탄해야 하며, 축제의 기원과 원형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막연한 축제의 의미에서 좀 더 학문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수많은 축제 이론 책들 중에 축제의 기원과 원형에 대한 『호모 페스티부스 : 영원한 삶의 축제』를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는 축제를 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페스티부스(festivus)는는 라틴어 페스툼(Festum) 또는 페스투스(Festus)에서 유래되며 즐거운, 기쁨, 유쾌함 등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축제가 본질적으로 즐거움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언제부터 축제를 시작했을까? 축제의 기원에 대해 정확히 답하긴 어렵지만 종교제의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종교제의의 기원에 대해서는 실존적 원인, 종교적 원인, 도덕적 원인 등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필자는   『호모 페스티부스 : 영원한 삶의 축제』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 축제의 원형을 찾아내고 현대의 다양한 축제들의 궁극적인 목적과 기능 및 역할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고대 그리스 축제의 원형은 종교제의로부터 출발한다. 고대 그리스는 약 400명의 신을 종교적 제의로 기렸으며, 기원전 4~5세기 120일 정도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축제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쉬노도이(synodoi), 파네귀리스(panegyris), 헤오르테(heorte) 등이다. 축제 용어들에 공통적으로 함축된 의미는 함께 길에서 ‘만남’ 모든 사람이 광장에 모이는 ‘모임’, ‘즐거움’을 의미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국가 공동체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국가 공동체 안이나 밖에서도 각자 자신의 세계관과 인간관 종교관 등에 의해 동일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공동체를 형성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의식과 상호유대감은 일회적인 사건에 의해 형성될 수 없으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확보된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고대 그리스에서 축제를 지칭하는 쉬노도이(synodoi)는 ‘함께 가는 것’을 의미하며 축제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것은 신성하거나 세속적인 어떤 형태의 모임이나 회합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모임’이나 집회를 의미하는 파네귀리스(panegyris)는 모든 사람들이 광장인 아고라(agora)에 모이는 것과 국가적으로 신들을 기리는 대대적인 행사를 말하며, 올림픽 경기와 같은 축제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은 헤오르테(heorte)다. 헤오르테는 좋은 음식들과 좋은 친구들 및 좋은 여흥들과 관련된 용어로 ‘즐거움’을 의미한다. 헤오르테는 신을 숭배하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의 반복적이고 상투적인 측면들을 중단시키는 즐거움을 제공하였다. 우리는 특히 헤오르테라는 용어로부터 축제가 가진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헤오르테는 축제가 비일상적이며 ‘즐거움’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스 종교제의의 본질적인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여기서 즐거움은 일차적으로 인간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신들에게 희생제의를 바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다. 신을 즐겁게 하는 것은 희생 제의외에도 춤이나 찬가와 봉헌 등이 있다.  

고대 그리스 아폴론의 사제 크뤼세스
고대 그리스 아폴론의 사제 크뤼세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이 신을 즐겁게 하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리아스」에서 아폴론의 사제 크뤼세스(chryses)는 아폴론에게 희생제의를 바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크뤼세스(chryses)와 신성한 킬라를 지키고 테네도스를 강력하게 다스리는 은빛 활의 신이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오, 스민테우스여, 제가 언젠가 당신을 즐겁게 해드린 신전을 지어 드렸거나 언젠가 황소와 염소의 두툼한 넓적다리 조각을 태워 드린 적이 있다면 제 소원을 이루어 주시어 당신의 화살로 디오니소스인들이 제 눈물 값을 치르게 하소서’

트로이의 사제인 크뤼세스는 전쟁 중에 포로로 접혀 간 딸인 크뤼세이스(chryseis)를 돌려받기 위해 엄청난 보상금을 가지고 아가멤논을 찾아간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절대 크뤼세이스를 돌려줄 수 없다고 하며 전쟁이 끝난 후에 자신의 궁전으로 데려가 마룻바닥을 닦게 할 것이라 하면서 크뤼세스를 모욕했다. 크뤼세스는 모욕을 당하고 돌아온 후에 아폴론에게 자신이 바친 희생제의를 기억해 준다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자신의 원수인 그리스인들에게 복수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스인들이 평소에 신들에게 희생제의를 바친 것은 신들에게 일종의 ‘호의’를 구할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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