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천신을 나타낸다는 연닢은 등에 학(鶴)을 그린 청창의(靑氅衣)에 붉은 띠를 매고, 푸른 행전(行纏:바지를 입을 때 정강이를 감아 무릎 아래에 매는 물건)을 치고 화선(畫扇:색칠을 한 부채)을 든다.

지신을 나타낸다는 눈끔적이는 등에 호랑이를 그린 장삼을 입고 붉은 띠에 회색 행전을 친다. 관을 쓴 중인 완보는 등에 용을 그린 장삼을 입고 붉은 띠에 회색 관을 쓰고 꽹과리를 갖는다.

노장은 등에 호랑이를 그린 회색장삼을 입고 붉은 띠에 회색 행전, 송낙(볏짚으로 우산처럼 만든 모자)을 쓰고, 목에는 긴 염주, 손목에는 작은 염주를 걸고 한 손에 화선을 들고 다른 손에 지팡이를 짚고, 투전도 가지고 나온다.

황해도 탈춤의 의상은, 봉산탈춤의 경우 기본 의상은 오방색의 원동에 삼색 소매를 단 화려한 더거리(더그레)를 입고, 옷깃색의 띠를 띠며 소매에는 흰 한삼(汗衫)을 다는 데 비하여, 강령탈춤의 의상은 주로 회색 칡베장삼을 공통으로 입고 그 홍태기(큰 소매)는 길어서 팔을 내리면 땅에 닿을 정도이다.

영남의 오광대·야류의 의상과 소도구도 대체로 조선 후기 이래의 그것과 같으나 통영오광대의 홍백양반은 가면 왼쪽 반은 희고, 오른쪽 반은 붉은데 도포도 가면에 상응하는 홍백 두 색으로 되어 있고, 곰보양반(손님탈)은 ‘강남서신사명(江南西神司命)’이라고 쓴 기를 드는 것 등이 특색 있는 의상과 소도구이다.

가무극의 춤사위는 이른바 ‘사위춤’이라 하여 기본 동작이 있는 경우와 즉흥적으로 ‘허튼춤’을 추는 경우로 나누어지는데, 대체적으로 해서지방과 경기지방의 탈춤인 경우 일정한 기본 동작이 있으나 여타 지방의 탈춤은 뚜렷한 기본 동작이 없으며, 영남지방의 탈춤인 경우 ‘배김새’라는 기본 동작이 하나 있을 뿐 모두가 ‘허튼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봉산탈춤 장면
봉산탈춤 장면

① 해서지방의 춤사위:㉠ 취발이춤(봉산탈춤)-트림사위·걷기·근경·돌림사위·허리재기·발뛰기·너울질. ㉡ 첫목중춤(봉산탈춤)-다리풀기·허리풀기·다리들기. ㉢ 팔목중춤(봉산탈춤)-불림·고개잡이·다리들기·제자리걸음·외사위·겹(곱)사위·양사위·앉아뛰기·외사위·앉아뛰기 겹사위·연풍대·까치걸음. ㉣ 말뚝이춤(강령탈춤)-우방진(右方進)·좌방진(左方進)·회우방진(回右方進)·회좌방진(回左方進)·곱사위·끈장차기·와병뛰기·어르기·코차기·고개잡이·세워뛰기·싸움사위·채찍놀림·이마치기·앉아뛰기·외돌사위.

② 경기지방의 춤사위:㉠ 팔목중춤(송파산대놀이)-건드렁·화장무·반화장무·여다지·긴여다지·곱사위·멍석말이·배치기·팔뚝잽이·수장잽이·깨끼리(1)·깨끼리(2)·깨끼리(3)·용트림. ㉡ 첫상좌춤(송파산대놀이)-합장재배·사방재배·팔뚝잽이·몰아치기·덜이잽이·거울보기. ㉢ 옴중춤(양주별산대놀이)-팔뚝잡이·사방치기·용트림·꺼뜩이·활개펴기·장단갈이(멍석말이)·짐거리·너울질·빗사위·고개잡이·깨끼·멍석말이·곱사위.

③ 영남지방의 춤사위:㉠ 원양반(元兩班)배김새(동래야류), ㉡ 말뚝이배김새(동래야류), ㉢ 말뚝이배김새(고성오광대), ㉣ 양반배김새(통영오광대).

탈춤의 특징은 극의 내용과 탈의 표정을 살리는 동시에 극의 한 단원(과장)을 마무리 짓는 구실과, 대사와는 관계없이 예술적이고 흥겨운 춤을 추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해서지방의 탈춤 ‘팔목중춤’과 ‘취발이춤’, 그리고 ‘미얄할미춤’, 또 경기지방의 ‘팔목중춤’과 ‘목중춤’, 영남지방의 ‘문둥이북춤’에서 보여준 ‘배김새춤’이 그것이다.

그런데 춤사위를 지방별로 비교해 보면, 해서지방의 탈춤은 대체적으로 팔목중들의 사위춤(한삼춤)이 주축이 되어 있고, 대부분이 타령장단에 맞추어 추기 때문에 춤도 북방계의 영향을 받아 한삼의 휘돌림과 힘찬 도무(跳舞)로 짜여 있으며, 어느 지방의 춤보다 무폭(舞幅)이 커서 마치 악귀를 쫓아내는 듯한 전투무용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에 비하여 경기지방의 탈춤은 비교적 춤사위가 다양하고 잘 정리되어 있으며, 주된 춤사위는 마디마디에 신명을 집어넣는 ‘거드름춤’과 몸의 마디마디로부터 신(멋)을 풀어내는 ‘깨끼춤’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춤은 손을 내놓고 추기 때문에 손짓동작으로 된 춤사위가 많으며, 매듭이 확실한 타령장단을 쓰고 있기 때문에 동작도 맺고 끊는 매듭춤으로 되어 있고, 섬세한 맛과 코믹한 맛이 풍긴다. 또한 영남지방의 야류나 오광대춤을 보면 ‘배김새사위’를 주동작으로 하고 있을 뿐 별다른 춤사위가 없고 즉흥적인 허튼춤을 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예능인들의 춤보다 더 민중적인 춤이 성행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영남지방의 탈춤은 사물(四物)을 중심으로 한 농악 연주로 춤을 추기 때문에 한층 흥이 나고 구수한 멋이 있다.

이러한 춤사위 중에서 몸짓춤을 분석해 보면, 첫째 방어적인 동작과 악귀를 격퇴시키는 무술적이고 체조적인 동작, 둘째 풍년을 기원하는 축원무와 농경 행위의 모방동작, 셋째 성행위를 상징하거나 모방한 동작, 넷째 여러 가지 동물과 사람의 흉내를 통한 풍자적인 묘사, 다섯째 부락인들의 단합을 위한 대동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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