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호모 페스티푸스 영원한 삶의 축제”로 축제의 기원과 원형, 축제의 치유와 소통, 희생제의 등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썼다면 이번주부터는 한국의 축제에서 가장 대표적인 놀이 산대놀이를 중심으로 칼럼을 연재하고자 한다. 

가면을 탈 또는 얼굴에 덧씌우는 도구란 뜻의 면구(面具)로 부르기도 하고 가면(假面)은 한자로 ‘가짜의 얼굴’이란 뜻을 가진다. 가면을 한자로 번역하면 가짜 얼굴을 만드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진시황릉의 6,000구가 넘는 실물 크기의 병사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도 같은 얼굴이 없다. 이렇듯 인간의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가면은 정체성이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정체성을 이입시켜 다면성 정체성을 가지게 한다.  

본인의 얼굴을 감추거나 다르게 꾸미기 위해 종이 또는 흙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서 얼굴에 쓰는 물건이 가면이다. 그리고 고대부터 의례적인 목적과 함께 공연예술과 오락의 목적으로도 가면이 사용되었다. 

가면의 어원은 마스크(Mask)라는 단어와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인 person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랍권에서는 가면은 조소하기, 익살꾼 같은 의미를 지닌 마스하라(Mashara)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지만 가면이 외적 인격을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영어 person의 어원인 그리스어 페르소나(persona) 외적인격에서도 유래를 찾기도 한다. 

페르소나는 본래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었다.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진정한 자아와 다르며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하거나 자신을 은폐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진정한 자아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서양에서의 가면의 어원은 현실의 인간이 가면이라는 외적 인격을 착용함으로 초자연적인 존재가 되려고 하는 다소 탐욕적인 소망을 표현하고 있고 때론 익살꾼이나 특정한 극에서의 주인공과 같이 인간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실체로의 변화를 꿈꾸는 소소한 소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탈놀이(가면극)의 기원은 농경의례설(農耕儀禮說)·기악설(伎樂說)·산대희설(山臺戱說)이 있다. 고구려의 무악(舞樂), 백제의 기악(伎樂), 신라의 처용무(處容舞) 등이 있다. 가면극은 고려의 산대잡극으로 이어지며, 조선 전기에는 사찰기악의 민속극화가 이루어졌다. 조선 후기 17세기 중엽에 이르러 현전하는 것과 같은 산대도감극(山臺都監劇)의 드라마가 정립되었다.

제7과장 팔먹중놀이 연희장면
제7과장 팔먹중놀이 연희장면

산대도감극이라는 명칭은 조선 전기 궁중의 나례(儺禮:잡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의식)를 관장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나례도감(儺禮都監)이나 산대도감의 관장 아래 있으면서 산대라고 불린 무대에서 상연되던 때의 호칭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런데 1634년(인조 12)에 산대극이 공적인 의식으로 상연되는 일이 폐지되자, 산대도감에서 녹을 받던 연희자들은 해산하여 주로 민간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니 산대극이 점차 민중오락을 위한 민속극으로 정착하게 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가면극은 지역에 따라 탈춤, 탈놀이, 탈놀음으로 불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권에서는 가면극을 산대놀이라 하며 양주별산대놀이·송파산대놀이가 있다. 황해도에서는 봉산탈춤·강령탈춤·은율탈춤, 경남과 낙동강 동쪽으로는 수영야류·동래야류, 낙동강 서쪽으로는 통영오광대·고성오광대·가산오광대가 있다. 

이 밖에도 하회별신굿, 북청사자놀음이 있는데 경상북도 지역에서 행해지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무당과 주민들이 함께 참가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풍농풍어를 비는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 주로 무당이 행사 진행을 맡았지만 가면을 쓰고 다 같이 노는 가면극은 주민들이 다수 참가한다. 모두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의례행사였던 가면극은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와 마을공동체를 넘어 일반백성이 양반, 샌님, 할미, 노장, 먹중 등 각 신분과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해학적인 몸짓과 대사로 부조리한 시대상을 비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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