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의 세시풍속 가운데 축제의 성격을 가지는 현상을 선택하여 묶어보았을 때, 전통 축제의 고유한 측면이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분류에 따를 경우 세시풍속, 무속, 유식동제, 마을 단위의 놀이 등 축제로 분류하기에 이견이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두어 설명할 수 있다.
행위의 동기로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민간 신앙, 의례를 갖춘 형식은 유식동제, 읍치제의와 마을굿, 고을굿 등이 있을 것이다. 유희성을 확보하는 최소 기준은 연행 과정에서 유발되는 정서적 즐거움이다. 행위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즐거움은 기록된 자료가 많지 않으므로 검토 가능한 자료로서 춤과 음악을 설정할 수 있다.
가면의 착용이 즐거움을 유발하는 연행이 되면서 최소의 조건이 가면을 착용하고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 가면무나 가면희의 형태이다. 특정한 절기를 통해 결핍된 욕망을 충족함으로써 일상의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또 음식과 재물을 함께 나누는 행위도 중요하다. 모여서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준비하는 축제에 소요되는 비용을 함께 나누어 지출한다.
경쟁을 통해 유대가 확인되는 축제도 있다. 마을 간 경쟁으로 이루어지는 축제는 마을 외부의 경쟁자가 존재하므로 마을 내의 유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호이징가가 놀이의 종류로서 경쟁적 놀이를 분류한 바와 같이, 인간은 경쟁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낀다. 놀이를 포함하여 축제에서의 경쟁은 현실의 경쟁과 달리 승패의 결과가 실제를 구속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모의적 경쟁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결과의 부담은 적다. 더욱이 극렬한 싸움이 사회에서는 용인되지 않지만 축제에서는 가능하다.
경쟁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 그것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축제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종교성과 유희성, 사회 통합성의 기본 자질인 신앙, 춤과 노래, 음식과 재물의 소비 자질이 모두 충족되면 예술성을 겸비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가면극이 연행되는 축제에 한정하여 살필 때, 전통축제에서 종교성의 기본적인 자질은 연행의 동기로서 참여자의 신앙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형식화되어 의례가 포함될 때 제의성을 주요 특성으로 하는 ‘제의형’의 축제가 된다.
다음으로 유희성의 기본적인 자질은 정서적 즐거움을 유발하는 춤과 음악의 연행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행에 서사적인 구성이 수반되어 형식화 될 때 연극성을 주요 특성으로 하는 ‘연극형’의 축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통합성은 음식을 나누고 비효율적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는 일상적 사회 규율로부터의 일탈이라는 의미를 담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사회적 규율로서는 금기된 파괴의 욕망이 축제에 포함되어 표출될 때 경쟁성을 주요 특성으로 하는 ‘경기형’의 축제가 된다.
1900년대 전후로 조선왕조의 봉건지배자들에 의해 공동체의식이 파괴되었고 일본제국주의는 모든 집단적인 대동놀이를 해체시켜 한국전통문화말살 정책을 펴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우리의 전통문화는 방치되고 변질되어 왔다. 그 후 서구문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1962년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보존을 위해 각종의 탈놀이를 문화재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원형유지 보존의 문화재 지정은 오늘날 전통놀이의 현장성 즉흥성 창조성의 상실과 정형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는 자연의 재해보다 인간 스스로 창조한 문명의 위협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발전과 성장이라는 과학물질문명 속에서 친숙한 산대놀이를 현대사회를 통해 탈놀이의 정형화된 딱딱한 모습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유동성 있는 춤과 놀이로 재편해야하며, 신명성과 즉흥성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축제놀이로 확산시켜 현대사회에 새롭게 부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모든 제의나 행사 끝에는 반드시 놀이와 함께 즐거움의 단계가 있었는데 그 속에는 항상 새로운 세계로의 창조적 모색인 대동성, 제의성, 축제성이 있다.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축제는 문화보다 오랜 된 것이다”라고 했다. 놀이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놀이의 근원은 주술적 의식에 있고 원시문화는 놀이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