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남해군, 한양에서 이곳 남쪽 끝 남해로 올 때 그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막상 죽을 곳인지 알고 온 이곳 남해는 와 보니 그야말로 꽃천지, 별천지의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이 숨 쉬는 곳이었다. 시간의 겹겹이 역사라는 명명으로 흐르더니 오늘날 남해군은 스스로 원해서, 자처해서 찾아드는 곳으로 대표적 시간 여행지가 되었다. 1년에 200만 명이 넘는 관광명소로 거듭났건만 정작 남해군의 생활 중심지인 남해읍은 관광 슬럼화로 지역 상권이 위태롭다.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축제
남해군이 올해 문화재청에서 공모한 ‘2022년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에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 문화재야행 등 3개 분야가 동시에 선정되면서 국비 1억 2200만원 포함 총 3억 500만원을 확보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문화재 활용사업’은 문화재청에서 각 지역에 소재한 문화재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과 결합하여 지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남해군에는 관계 전문가들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콘텐츠의 우수성과 사업운영 역량
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 추석이 찾아왔다. 물리적 시간은 균일하게 적용되어도 사람마다 시간의 흐름은 성격만큼이나 다르다. 행복한 날의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지만, 괴로운 날은 하염없이 더디게 흘러간다. 2021년도 이제 4분의 1만 남았는데, 과연 올해 저마다의 시간은 어떤 속도로 지나갔을까?주변에 물어보면 올해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한다. 엊그제가 새해고 설날인 것 같은데, 벌써 가을이란다. 너무나 덧없이 흘러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다들 올해는 행복에 겨웠다는 말인가? 올해가 행복했다
남해문학회(회장 김성철)가 ‘손글씨로 마음을 펴라, 군민과 함께하는 남해문학 공모’를 슬로건으로 지난 1일부터 오는 10월 9일(토)까지 문학 원고를 공모한다. ‘남해’를 주제로 한 시(시조), 동시, 동화, 수필, 기행문 등 창작 작품을 모집하는 공모는 ▲남해군민 및 향우, 대학생을 포함하는 ‘일반부문’과 ▲군내에 주소를 둔 초ㆍ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수상자는 올해 10월 말 심의를 거쳐 발표하며 일반부문 최우수와 우수 각 1명, 장려 2명을 선발하며 학샘부문에서는 최우수 1명과 우수 2명,
남해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회장 김정렬)에서는 2021년 판각체험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남해군 내 초·중·고등·일반 군민들을 대상으로 ‘대장경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 공모전은 남해문화원, 뮤지엄남해와 함께 남해가 대장경의 판각지임을 널리 알리고 군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기 위해 연다.공모기간은 9월 13일부터 11월 15일(월)까지며, A3(30X40cm) 크기의 도화지나 캔버스를 이용해 수채화/크레파스화/아크릴화/유화 모두 가능하다. 제출처는 남해문화원 사무실(☎864-6969)이고, 제출할 때는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남겨
기자의 고등학교 시절 얘기부터 꺼내야겠다. 기자는 중학교 때부터 미래의 꿈이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학교 공부는 관심 밖이었고, 오로지 소설을 읽는 데만 골몰했다. 소설이라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학생 형편에 번듯한 단행본 소설을 읽을 처지는 못 됐다. 도서관에 가 빌리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방법을 찾다 문고판이 눈에 띠었다.기자의 학창 시절 때 대표적인 문고판은 ‘삼중당문고’였다. 당시 이미 300권을 넘겼던 삼중당문고는 기자에게 소설의 엘도라도였다. 동서양 대표 작가들의 장편들과 단편선집이 수두룩했다. 이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장 흥겨운 명절이다. 설날이야 매서웠던 추위가 걷히고 새해를 알리는 시절이니 기대가 넘치지만, 그래도 겨울의 끝자락은 여전히 춥기만 하다. 그러나 추석은 모든 게 풍성한 계절이다.봄과 여름 구슬땀을 흘리며 일구고 가꾼 곡식들이 들판에 가득해 먹거리는 넘쳐나고, 산에는 온갖 과일들이 무르익어 군침을 돌게 한다. 그러니 굳이 고르라면 다들 설날보다 추석을 택하지 않을까?이 아름답고 보람찬 명절은 요즘의 우리들만큼이나 옛 사람들에게도 뜻 깊었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송편을 맛보면서 술 한
지난 달 14일부터 31일까지 화전도서관 앞 숙이공원에서는 다섯 번째를 맞는 ‘숙이나래문화제’가 열렸다. 남해여성회가 주최했고, 부제는 ‘박숙이, 장쌍가매 할머니와 함께하는 기억행동’이었다.누군가는 우리의 역사를 ‘피와 눈물로 얼룩진 울음바다’라고 했다. 반만 년 역사에서 어느 핸들 시름없고 한숨 없던 때가 있었을까만, 일제 강점기만큼 치욕적이고 고통스러웠던 때는 찾기 어렵다. 이제는 그 날도 76년이나 지나 체험으로 아는 이들은 많이 남지 않았다. 지어야 할 기억과 지워서는 안 될 기억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과연 ‘지성인’이라 말할
지난 2일(목) 저녁 7시 읍내 신협 본점 3층 강당에서는 한국박물관협회 윤열수 회장의 어부바 인문학강좌가 열렸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강연에는 군민 30여 명이 참석해 ‘민화 속 구운몽도’라는 주제의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윤열수 회장은 오래 전부터 민화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호랑이 관련 민화 1천여 점을 수집해 『민화 호랑이』를 출간한 바 있다.윤열수 회장은 우리 민화의 역사는 18세기 초에 기원해 19세기에 정점을 이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라 불리는 민화 연작은 20여 점 정도가 전
이동면 지역에는 유독 많은 금석문들이 산재해 있다. 얼추 중요한 것만 골라도 30여 점이 넘는다. 하나하나가 다 우리 남해의 역사와 변화를 되새겨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다.남해 사람들의 과거 삶이 한국사라는 지평에서 본다면 소소할지 몰라도 우리 남해로서는 귀중한 보석이다. 이런 역사 자료들을 잘 보존하고,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 남해의 역사를 기록할 때 곳간의 소중한 알곡을 꺼내 듯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이동면으로 들어서면 남해마늘연구소 도로 맞은편에 꽤 넓은 저수지가 보인다. 가뜩이나 물이 귀한 남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은 8월 31일부터 9월 26일까지 ‘살만한교’라는 제목의 시화전을 개최한다.이번 전시회는 남해지역 시화 작가로 활동하는 김형득 작가를 포함하여 6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70∼80세 고령의 남해군 남면 평산리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애환과 내밀한 마음을 작가에게 풀어 주었고, 참여 작가는 주민들의 시와 글짓기를 바탕으로 시화 50점을 완성하였다. 참여 작가들은 “지역 주민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소중한 체험이었다”며 “뜨거운 삶의 이야기를 건네준 주민들에게 이번 시화전이 좋은 선물
故 김흥우 촌장의 평생이 담긴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이 새 이름을 찾는다.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이 공연예술자료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으로 개편되면서 새로운 이름을 찾는다. 2008년 이동면 옛 다초분교 건물을 활용해 개관한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은 우리나라 연극계의 거목인 故 김흥우 교수(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가 평생 수집한 공연예술 관련 자료 3만여 점을 기증받아 설립됐다.현재는 주로 전 세계에서 수집한 탈과 인형 등을 주요 전시품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근현대를 아우르는 수만 점의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
남해는 섬이면서도 육지와 바로 붙어 있다. 그래서 전승되는 문화도 해양과 내륙의 것이 습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농경과 어업이 어우러진 남해는 어느 곳보다 보고 즐길 말한 전통 연희들이 풍성하다.남해 사람들은 오랜 동안 지리적인 한계를 숙명처럼 안고 살아왔다. 작은 땅이라도 허투루 보지 않고 다랭이논을 일궈냈고, 죽방렴이나 석방렴 등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혜를 모아 생존 터전을 지켜왔다. 허덕이기보다는 부딪치면서 땅과 바다가 주는 난관을 선물로 바꿔놓았다.그 뿐인가. 고된 노동의 한 모퉁이에서 힘을 돋우거나 흥을 부추기는 놀
더 이상 안내가 필요하지 않은 충렬사는 설천면 노량리 350번지(노량로 183-27)에 있다. 1628년(인조 6) 남해의 뜻있는 선비 김여빈(金汝贇) 옹과 고승후(高承厚) 옹 두 분이 초옥 한 칸을 지어 추모한 일에서 충렬사의 단초는 열렸다. 1658년에 신축되고 노량서원이 세워져 사우를 관리했는데, 서원은 대원군 철폐령 때 훼철되고 말았다.이후에도 다양한 선양 사업이 펼쳐졌다. 심지어 서슬이 시퍼렇던 일제 강점기 때도 민족 영웅을 숭앙하는 행렬은 끊어지지 않았다. 해방 이후 성역화 사업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1973년에는 유
우리나라에는 ‘용문사(龍門寺)’라 불리는 절들이 꽤 많다. 찾아보니 남북한 통틀어 여덟 곳 정도 되는데, 가장 유명한 세 곳은 다 남쪽에 있다. 남해의 용문사를 기점으로 내 고향 경북 예천의 용문사, 경기도 양평군의 용문사가 손꼽힌다.왜 용문사란 이름을 즐겨 썼을까? 알 순 없지만, 중국에 있다는 ‘등용문(登龍門)’에서 유래했을 법도 하다. 험난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꾸라지도 용이 된다는 등용문. 용은 비[雨]와도 관련이 있으니, 가뭄이 많았던 옛날에는 단비를 그리면서 ‘용문’의 상서로움을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이동면 용소마을
오는 9월 2일(목) 오후 7시 신협 본점 3층 강당에서 한국박물관협회장으로 있는 윤열수 회장의 어부바 인문학강좌가 열린다. 강의 주제는 인데, 우리 남해에서 창작된 『구운몽』의 내용과 인물이 민화에서는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지역 문화유산과 관련된 강의라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들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윤열수 회장은 호랑이 민화 1천여 점을 모아 『민화 호랑이』를 낸 호랑이 박사다. 서울에 가회민화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동국대학교에서 미술사학으로 박사학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 서예. 남해문화원에 가면 매주 화요일 오전 글씨 하나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남해문화원 서예반 15명의 회원이 그들이다.한 획 한 획 체본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써주면서 눈물겨운 정성의 시간을 채워가는 이는 신갑남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오랜 전통의 시각예술인 서예를 통해 인격 수양은 물론 일상의 평온을 놓치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고 있다. 그 결실의 하나로 2021년 제30회 전국농업인 서예대전에서 김인수, 정연렬, 김용철 회원, 무려 3명의 회원이 함께
남해의 들판에 나가보면 머지않아 다가올 가을걷이를 기다리며 익어가는 나락들을 볼 수 있다. 추석이 불쑥 고개를 내밀 때 수확한다지만, 제법 머리를 숙이며 계절의 변화를 인정한다. 농부의 손길이 닿아야 곡식들은 구실을 얻는다 해도 그들은 사람의 바람이나 욕심에 기대 자신의 생명을 가꾸지는 않는다. 때가 되면 저절로 여물고, 땅에 인사를 올린다.지금 살고 있는 읍 셋집 마당에는 제법 키가 큰 감나무 한 그루가 푸른 잎새를 피우고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붕을 넘어섰다.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그게 감나무인 줄도 몰랐다. 그러다 비가 제법 세
기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작가를 지망했던 기자는 학과 공부는 등한시한 채 문학작품을 읽으며 도서관에서 세월을 보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뒤적이다가 무료해 옆 서가로 눈을 옮겼는데, 그때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한국고전의 재인식』(홍성사, 1979)이었다. 우리 고전문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인식’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천편일률’이라는 말로 치부되던 고전문학을 어떻게 봐라보았기에 ‘재인식’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을까? 궁금증이 일어 책을 뽑았다. 그리고 그 책에 홀딱 빠졌다.책 앞장에
율곡사(栗谷祠)는 남면 당항리 1473-4번지(남서대로 770-16) 면사무소가 있는 오른쪽 언덕길을 조금 올라가면 나온다. 큰 길에서 가는 길은 비좁고, 뒤편으로 사우까지 가는 도로가 넓혀져 차로도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주차장이 없어 아쉬웠다.율곡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율곡 이이(李珥, 1536-1584) 선생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다. 율곡이 남해에 유배를 왔다는 기록이 없는데, 어쩐 일로 이곳에 선생을 모시게 되었을까?율곡은 조심스럽게 지금으로 말하면 지방자치를 제안했다. 관청과 관리가 지역을 관할해 운영하는 것도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