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 서예. 남해문화원에 가면 매주 화요일 오전 글씨 하나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남해문화원 서예반 15명의 회원이 그들이다.
한 획 한 획 체본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써주면서 눈물겨운 정성의 시간을 채워가는 이는 신갑남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오랜 전통의 시각예술인 서예를 통해 인격 수양은 물론 일상의 평온을 놓치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고 있다. 그 결실의 하나로 2021년 제30회 전국농업인 서예대전에서 김인수, 정연렬, 김용철 회원, 무려 3명의 회원이 함께 입상하는 기쁜 소식을 얻기도 했다.
남해문화원 하미자 원장은 “신갑남 선생님의 정성이 정말 각별하다. 진갑 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대작가 인증을 4곳에서나 받고 작품이 실린 책만 해도 100여 곳이 훨씬 넘는다. 신갑남 선생님의 정성이 닿아서인지 우리 서예반원들 또한 그 열정이 남다르시다. 김인수, 김용철 두 분은 이미 3년 연속 이 전국농업인 서예대전에서 입선한 바 있고, 배운 지 채 1년이 안 된 정연렬 회원께서도 이번에 입선하는 기쁨을 얻게 됐다”고 소식을 전했다.
눈물겹도록 감사한 묵향의 시간… ‘글씨가 곧 사람 됨됨이’
고현면에서 매주 화요일 서예를 배우러 달려오는 김인수 회원은 올해 여든하나라는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붓글씨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김인수 회원은 “올여름은 특히나 더워서 이번 대회는 좀 어렵지 않겠나 반신반의하면서 했는데 신갑남 선생님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전부 선생님 덕이다. 거제도에서 한글 국체로 글씨를 쓰면서 붓글에 매력을 느꼈다. 맏이다 보니 고향인 남해로 귀향하게 되면서 문화원 서예반을 만난 게 크다큰 행운이었다”고 3년 연속 수상한 감회를 전했다.
첫 대회 출전으로 입선의 영예를 안은 정연렬 회원 또한 “서예가 글만 쓰는 예술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글자 한 자 가지고 책 한 권을 논할 정도의 깊은 재미가 있다. 좋은 글귀를 접하면서 주변 학문을 함께 알아가는 즐거움 또한 크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혼신을 다해 가르쳐 주시는 시간이 감사하다. 제 경우는 몸이 안 좋아서 수양하러 서예를 접하러 왔는데 이런 경사까지 만났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3년 연속 수상한 김용철 회원의 감회 또한 남다르다. 김용철 회원은 “사실 이번 대회 무렵에는 서울에 일이 좀 있어 대면으로 지도를 받지 못하고 선생님께서 손수 써 주신 체본으로 공부하면서 매일 쓴 글을 사진으로 보내면서 다시 지도받는 형식으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세세하게 붙잡아주시는지 정말 이런 스승이 또 없다”며 “몇 년을 문화원 수업을 받고 있지만, 신갑남 선생님의 하나라도 더 주고자 하는 열정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매번 전지에다 두 장씩 제자 개개인 모두에게 작품을 써서 주신다. 또 여러 서체를 두루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끌어주신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하는 스승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글자의 뜻이나 시가 의미하는 그 이면까지 짚어주시니 정말 거듭 감사 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한편 남해문화원 서예반에서 함께 묵향을 나누고 싶은 자가 있다면 남해문화원(☎864-6969)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