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된 '2022 남해 문화재 야행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남해문화원 김미숙 사무국장

그 옛날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남해군, 한양에서 이곳 남쪽 끝 남해로 올 때 그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막상 죽을 곳인지 알고 온 이곳 남해는 와 보니 그야말로 꽃천지, 별천지의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이 숨 쉬는 곳이었다. 시간의 겹겹이 역사라는 명명으로 흐르더니 오늘날 남해군은 스스로 원해서, 자처해서 찾아드는 곳으로 대표적 시간 여행지가 되었다. 

1년에 200만 명이 넘는 관광명소로 거듭났건만 정작 남해군의 생활 중심지인 남해읍은 관광 슬럼화로 지역 상권이 위태롭다.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축제이자 또 하나의 밤-여행-축제를 고민한 이들이 있었으니, 남해문화원 가족들과 남해군 문화재팀이다.

그 결실로 올해 문화재청이 공모한 ‘문화재 야행’ 사업이 문화재 활용사업으로의 가치를 인정받아 내년에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 이름하여 ‘2022 남해 문화재 야행-유배자처, 낭만객의 밤’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남해읍에 집적된 남해향교, 영모문, 유배문학관 등의 문화유산과 그 주변의 문화콘텐츠를 묶어 야간에 특화된 문화체험 기회를 1박 2일간 총망라해서 즐길 수 있도록 보여주는 대규모 문화 프로그램이자 일종의 지역 문화축제로 첫 선을 보인다.

이번 공모사업은 지난 2017년도에 기획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당시 이 대규모 문화축제를 기획한 남해문화원 김미숙 사무국장을 만나 ‘문화재 야행’에 관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축하드린다. 올해 신규로 11곳이 선정되었다고 들었다=우리 남해군이 총 11곳 신규 사업지 중 하나로 선정돼 영광이고 정말 기쁘다. 기존에 34곳의 지자체가 ‘문화재 야행’ 사업을 이미 하고 있다. 이번에 총 11곳이 선정됐으니 문화재를 활용한 밤 여행 프로그램이 45곳으로 풍부해지는 셈이다. 

▲2017년에도 공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으로 안다=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찡하다. 운전이 미숙한 내가 걱정돼 하미자 원장님께서 같이 강릉 축제 현장을 동행해주셨다. 강릉이나 부산 등 전국에서 인기 많은 ‘문화재 야행 사업’의 현장을 일일이 가보고 우리 남해군도 그곳 못지않게 자원이 풍부한데 왜 우리는 안될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이 축제가 태동됐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사업은 문화원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남해군의 결재와 더불어 협업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이었다. 당시엔 공모신청조차 못해 보고 좌절돼 아쉬웠으나 거꾸로 지금에야 시작하게 된 게 또 다행인 측면도 있다.

▲이번에 공모는 어떻게 해서 내게 되었나?=문화재팀 신강호 학예사가 사장됐던 제 공모계획안을 발견하고 먼저 제안해주셨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2017년 당시엔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며 일부 지적을 받기도 한 것들이 시대가 조금 흐르고 그 사이 문화적 저변이 많이 넓어져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는 호러 축제나 힙합 축제들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져 외려 더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효자문이라 불리는 영모문, 유배문학관, 남해향교 등을 배경으로 읍 축제, 밤 축제를 그것도 무려 1박 2일간 한다는 발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우리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배경으로 지역주민, 지역예술가, 여행객, 남해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한데 어울려 1박 2일간 즐긴다고 생각하면 쉽다. 유배문화라는 게 결코 어렵고 고루한 게 아니다. 긴장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유배를 자처하듯 여행을 오는 걸 착안해서 ‘야경, 야로, 야사, 야설, 야식’ 등 남해유배 이야기와 유배지에서 써 보는 편지, 쇠섬에서의 요가와 명상, 유배거리 퍼레이드, 야경 거리 조성 등 다양하게 꾸며 과거와 고전이 결코 지나간 것만이 아니라는 걸 절로 느끼게 할 예정이다.

▲남해읍 일대가 들썩일 것 같다. 여기에 달빛과 물빛이 어우러진 쇠섬 일대가 축제의 본무대로 선보일 예정이라고=남해유배문학관에서 쇠섬까지 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매력을 충분히 짐작하리라 본다. 철새도래지도 있고 우선 그곳은 우리의 대표적인 소풍 장소로도 남다른 곳이지 않나. 젊은이들에게 쇠섬의 달빛과 그 거리의 아름다운 조형 예술품, 푸드 트럭 등을 만날 수 있게 한다면 여수포차 못지 않은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만중 뮤지컬과 읍내 구역 구역마다 만나는 조선 장터 역할을 해줄 플리마켓, 달빛 아래의 버스킹 공연 등 1박 2일간 남해읍에서 가을 밤을 문화로 만끽해 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어쩌면 남해 사는 우리야말로 가장 눈먼 장님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익숙함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문화란 언제나 익숙함을 깨뜨리는 것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남해읍을 변화시킬 첫 단추로써의 역할을 할 문화행사라 생각하고 재능 많은 예술인들이 놀 크나 큰 판을 만들어 주고 싶다. 보석과 같은 남해의 재능있는 사람들이 잘 엮어질 수 있도록 쇠심줄 같은 역할을 해 나가겠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남해군청 문화관광과와 문화재팀, 문화원 가족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어린 시절 ‘가을 운동회’를 학수고대하던 그 마음으로 남녀노소 누구랄 것 없이 다 참여한 동네잔치 같았던 가을 운동회처럼 우리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멋진 축제로 그려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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