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부터 유럽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구 산업도시들의 재생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영국 글래스고우는 조선업과 제조업의 쇠락으로 대량실업과 가난으로 인한 슬럼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으며 폭력과 범죄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평판을 받고 있는 암흑도시였다. 글래스고우는 1990년 유럽문화도시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음악, 시각예술, 연극, 디자인, 건축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의 이벤트를 개최하여 과거의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를 벗고 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2003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리버풀은 정치적인 상황이 불안한 사회적 문제 때문에 문화자원이 비교적 풍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침체가 심화되었으며, 당시 유럽 117개 도시 중 리버풀의 이미지는 극심한 가난과 침체 그리고 범죄와 마약이 범람하는 최악의 도시였다. 하지만 유럽문화수도에 지정된 지 5년 후 2008년 리버풀의 관광객 수는 34% 증가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리버풀은 유럽문화 예술 도시의 하나로 발전하였다. 

문화예술이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사회 속의 오아시스로 사람들의 삶에 위로와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브랜드를 구축하고 정체성을 변화시켜 도시를 다시 살려내는 큰 힘을 가졌다.  

유럽은 유럽문화루트로 세계 최고의 관광국 만들기 위해 2002년 유로존을 발효하고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의 정치적·경제적 연합체가 되었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통합체가 되었지만 아직도 다양하고 이질적인 다문화공동체를 문화적으로 연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유럽 연합은 유럽문화수도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유럽문화와 풍부한 다양성을 보존하고 동시에 유럽이 공유하고 있는 특성을 강조하여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럽평의회는 1987년부터 유럽문화루트라는 제도를 새로 고안하고 유럽의 역사, 성인, 기사, 소설, 전설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경유하는 다문화 관광 루트를 개발하고 있다. 

필자는 유럽문화수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공통된 문화와 그 속에서 다양한 개별문화를 가진 지자체에 하나의 주제를 가진 문화관광 루트를 연계하는 엄브렐러 브랜드(Umbrella Brand)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테마마케팅 정책의 하나로 보았다. 유럽은 유럽인들의 문화정체성을 확립해 그들의 색깔을 다양한 문화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적의 침입과 국난을 맞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반만년의 빛나는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 왔다. 커다란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 남해는 남해인들의 삶을 만들어 왔으며 우리만의 문화를 가지고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문화는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 안에 우리가 살아 온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남해인의 삶 안에 소수의 문화지만 남해인의 정신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유배객의 삶이 녹아 있으며 그 일부분을 필자는 문화축제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문화수도처럼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성공한 축제를 만들어 문화수도 남해를 만드는 것이 지역문화를 담당하는 실무자로 느끼는 책임감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원형을 스토리텔링 해야 한다. 남해로 유배 온 유배객들의 시대정신은 남해백성들의 정신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남해에서 여생을 보낸 수많은 유배객들의 이야기를 문학과 미술, 음악으로 스토리텔링하고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K-콘텐츠로 위상을 날릴 수 있는 것도 슬픔과 한을 우리민족 특유의 민족성으로 스토리텔링하고 승화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유배라는 다소 어두운 테마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힐링을 위한 유배자처로 테마를 정하고 화전(花田)이라는 별호를 지어 준 유배객 자암 김구선생과 구운몽을 집필한 김만중 선생, 최초의 한글기행문을 쓴 후송 유의양 선생의 한글문학이 남해에 꽃피운 것에 대해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축제가 탄생하길 원한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으로 사회혁신을 일으켰던 풀뿌리 의식주 개선을 위한 지역개발 운동이었다면, 지역문화의 모태가 되는 남해만의 문화정체성과 문화원형을 가진 지역문화 활성화는 풀뿌리문화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해가 관광객을 유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매개체가 있겠지만 여행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다. 그리고 성공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원형을 살리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린 콘텐츠와 축제를 즐길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육성하고, 자생력이 있는 지역문화예술인들과 기획자들이 스스로 축제를 즐기고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상품브랜드와 같은 관점에서 지역의 관광자원 및 축제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기획하여야 하고 보다 강력한 브랜드 개성이 필요하다. 지역축제 브랜드는 결과적으로 지역축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상승시키고 외래 방문객의 유인을 실현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도 타지역의 축제와 비교하여 차별화를 통한 경쟁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축제브랜드의 개발을 선택하였고 그것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관광지 브랜드는 관광목적지가 보유한 매력성의 정도에 따라 외부의 유입을 장려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목적지의 입장에서는 관광지 브랜드를 지역의 시장 확대 및 비수기 타개의 수단으로써 인지하며 궁극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활용하고 있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다. 

집에서 사랑받는 아이가 밖에서도 사랑을 받듯 우리가 만든 축제를 우리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남해를 찾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다. 지역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지만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참여하지 못하고 지역민이 있는가 하면 남해읍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불편함을 말로만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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