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관광 아닌 살러 온 것… 큰 결심 한 만큼 잘 정착해보자”
“우리는 관광 아닌 살러 온 것… 큰 결심 한 만큼 잘 정착해보자”
  • 최윤정 기자
  • 승인 2020.12.04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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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면 인구유치 및 학교살리기 캠페인’으로 전입해 온 고현면 새 식구들,
공식적 첫 모임 갖고 이야기 터놓으며 공감대 다지다

오늘도 카카오톡 단톡방의 알림이 바쁘게 울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희망농장 마늘 천공작업에 오시라는 공지였는데, 이번에는 해충방제 방법과 약품, 구입처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진행중이다. 
그 외에도 쓰레기와 폐기물 처리방법, 휴일에 갈 수 있는 병원·약국 정보, 일자리 정보, 집수리 노하우와 업체 연락처까지, 광범위하고도 유용한 생활밀착형 정보들이 오간다.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그 마음만큼은 진하게 공유하기에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응원과 정서까지 나누는 곳, 바로 최근 몇 달 사이 고현면으로 전입해 온 사람들의 단톡방이다. 
같은 시기, 비슷한 고민과 기대를 안고 남해 고현으로 전입해 왔기에,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전입 식구들만의 주도로 자체적인 간담회가 기획됐다. 지난달 25일, 마침내 열린 그 첫 공식적인 간담회 자리에 초대받아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편집자 주>

무엇을 상상했더라도 그 이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고현면의 새 식구들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상상했더라도 그 이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고현면의 새 식구들을 환영합니다

대곡리 도울농산영농조합법인의 한 회의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전입자 10명과 지난달 고현·도마초와 교육교류 MOU를 맺은 ㈜이음엘 관계자, 그리고 백종필 고현초 교장과 정금도 도마초 교장이 함께 자리했다. 간담회는 카카오톡 라이브방송을 통해, 자리에 오지 못한 이들도 온라인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정금도 교장은 “이렇게 함께 한 자리가 처음이다. 첫 대면이지만 그간 단톡방에서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어오다 보니 이미 심리적으로는 친하게 느껴진다. 처음인 듯 아닌 듯, 오늘 서로 이야기 잘 하고, 또 잘 들어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백종필 교장은 먼저 현재까지의 고현면 전입·입주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알렸다. “지금까지 고현면에 이미 오셨거나, 이주 예정이신 가구는 총 27가구다. 그 중 절반은 이미 입주를 완료했고, 12월까지는 다 오실 예정”이라고 전하며 “이제는 모두가 남해군민이시다. 이웃사촌이 된 것이고, 오신 분들이 기존 주민들과 잘 화합하여 가까이, 어우러져 지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음엘 관계자들은 “여러분들 사이, 그리고 또 지역과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인 차원에서 소통하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남해로 귀촌해 비슷한 일들을 먼저 겪었던 만큼,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다”라고 인사했다.

다른 배경, 같은 가치를 품고 만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이것’은…

이날 간담회는 각각 지난 9월과 10월에 고현면으로 이주해 온 김경남씨와 이효주씨가 맡아 진행했다. 이효주씨는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같이 만들어가는 마을을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라고 소개하고는 “오신 분들을 가족이라 생각하며 한분 한분 맞이하고 있다.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낯선 곳에 왔다는 마음에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자리한 분들이 모두 자기 소개와 함께 남해로 오게 된 각자의 이야기와 바람, 또 갓 이사와서 부딪히게 된 생활형 고민까지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각자의 배경은 조금씩 달랐지만 아이들을 맘껏 뛰놀게 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 내려왔다는 마음만큼은 모두가 공유했다. 대부분 소개말에서 “자주 보고, 소통하고, 어울려서 지내고 싶다”라며 진심을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교육공동체, 또는 느슨한 방식의 삶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는 바람 또한 공감대를 이뤘다.

소소한 일화를 공유하는 동안 알게 된,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간 골머리를 싸안고 있던 문제는 다름아닌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다. 도시형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식에 익숙한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수거하지 않는다’라는 담당공무원의 안내에 매우 큰 혼란을 겪었던 것. 

일반쓰레기로 버리려다 쥐나 고양이의 습격을 당하거나, 물기를 말리고자 마당에 널어놨다가 일순 집안이 파리지옥으로 변했다는 에피소드에서, 아마도 서로에게 진한 동지애를 느꼈을 듯 싶다. 마당에 파묻거나, 퇴비로 만드는 등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이 또한 생소하고도 막막하여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었다. 

정착을 위한 필수조건, 일자리
마을공동체·마을기업에 공감대 모아

이어서 참가자들 모두가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나간 주제는 바로 일자리였다. 그동안 두 교장선생님들의 발품과, 지역주민들의 협력 속에 빈집을 소개받아 보금자리를 꾸며 왔고, 서툴더라도 셀프로 집수리를 진행하며 온 가족이 함께 땀 흘리며 하나가 되는 시간을 거쳐 주거가 안정되어가자 다음 수순으로 일자리를 고민하는 것은 필연적이리라.

임수경씨는 “우리는 농사지을 생각으로 내려왔고, 지금이 시금치철이라 밴딩작업과 마을에서 알선해준 부업으로 그럭저럭 일을 하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철따라 할 일이 없기도 할 테니까 조금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효주씨는 “우리들의 인적 자원을 공유한다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을사랑방 역할도 하고, 아이들 방과후 돌봄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마을기업, 마을공동체 같은 걸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음엘 윤기원 기획실장은 “부부 중 한 분은 안정적인 일자리, 다른 한 분은 좀 자유롭게 마을커뮤니티에 참여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 같다. 농산물의 경우 경매보다는 직거래가 훨씬 수익이 좋은데, 그런 걸 같이 하는 사회적기업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어서 사회적기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윤 기획실장은 “여러분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게 관건인 것 같다. 모두의 이력을 총괄해서 데이터화 시킨다면 큰 자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사마을에 정착한 황현자씨는 “시금치를 수확하면서 생각한 건데, 요즘은 작은 것이라도 스토리를 만들고 브랜딩하면 상품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현 시금치만의 브랜드스토리를 만든다던가”라며 아이디어를 내자, 김경남씨가 이에 “개인적으로도, 또 공동체로서도 해볼만한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호응했다. 

마지막으로는 중고물품을 나누는 아나바다장터 개최 희망, 일자리 정보 공유, 기존 학부모와의 만남의 자리 주선 요청 등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무르익었던 분위기가 저물어갈 때쯤, 장소를 제공해준 농업회사법인 ㈜태웅의 강기표 회장이 참석해 모두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네고 흑마늘상품을 선물했다. 

다같이 마련한 자리였지만 특히 사전 신청을 받고 방역물품을 갖추는 등, 준비에 힘쓴 김경남씨는 “힘을 합치면 서로에게 더욱 든든해질 것 같다. 우리는 관광이 아니라, 살러 온 것이지 않나. 큰 결심하고 왔는데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인사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그 첫 시작이 교육이었든, 새로운 환경이었든 남해로 귀촌해오는 이들이 품은 소망에는 한결같이 ‘이웃과의 친밀한 교류, 함께 애들 키우며 소소하게 행복하기’가 있다. 누군들 아니랴, 스스로 세상과 담 쌓고 고립되는 삶을 원하지 않는 이상, 자주 얼굴 맞대는 이웃과 더 많이 웃고, 허물없이 어울려 서로를 ‘고향친구’ 삼아 자라게 될 아이들을 상상하며 행복한 미래를 설계함이. 

새삼 ‘이웃사촌’이라는 교과서 속 단어가 와 닿았다. 먼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그 식상하고도 오래된 단어가 이토록 살갑게 들어맞는 현장이라니. 좋은 이웃으로 오래오래 만날 수 있기를.

전입세대 중  4가정이 각자의 집을 수리하고 꾸며 단톡방에 올린 사진들. 모두 각각 다른 가정의 내부 모습이다. 입주자들의 집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겼다
전입세대 중 4가정이 각자의 집을 수리하고 꾸며 단톡방에 올린 사진들. 모두 각각 다른 가정의 내부 모습이다. 입주자들의 집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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