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남해군은 현재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까우며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지 오래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지역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노인을 수동적인 복지와 돌봄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지역사회 발전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노인을 시민적 주체로 보는 유범상·유해숙 교수의 ‘선배시민론’에 주목했다. 지역 공동체 중심의 고령화 대책이 절실한 남해군에서. ‘선배시민론’의 주요 개념과 함께 ‘선배시민론’을 실제로 구현하고 실천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중원노인복지관과 ‘디딤돌’, 충북 진천군 노인복지관과 ‘선암회’ 사례를 소개하고 남해군에 적합한 ‘선배시민’ 실천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지난호에 이어 경기도 성남시 성남중원노인종합복지관의 조규섭 선배시민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선배시민 동아리와 함께하는 성남중원노복의 전수희 부장, 조규섭 선배시민, 신명희 관장
(왼쪽부터) 선배시민 동아리와 함께하는 성남중원노복의 전수희 부장, 조규섭 선배시민, 신명희 관장

성남중원노인종합복지관의 제1호 선배시민 동아리 ‘디딤돌’을 이끌며 지역사회와 청소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조규섭(80) 선배시민을 만났다. 그는 선배시민 활동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선배시민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2012년에 선배시민대학 1기로 졸업했습니다. 그후 선배시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40여 명이 모여 ‘디딤돌’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고 10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 이전까지는 우리 자신을 사회에서 은퇴하고 돌봄을 받는 대상이라고 여기고 돌봄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사회를 돌보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토론을 하고 우리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해 건의나 정첵제안을 합니다. 우리는 동료들 간에 토론을 하면서도 따로 회장이나 리더를 두지 않고 서로가 편안하게 차이를 드러내는 토론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제 복지관에 20여 개의 선배시민 동아리가 생겨나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대표가 됐습니다. 현재는 16~17명 정도 활동하고 있어요.

디딤돌 동아리의 대표적 활동은 무엇인가요.

대표적으로는 담배꽁초 줄이기 운동이 있습니다. 우리중원복지관은 교통과 상권이 발달한 상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요. 그래서 밤이 되면 거리에 담배꽁초를 정말 많이 버립니다. 1년이면 1200만 개 정도의 담배꽁초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해요. 바다가 지금 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있지 않습니까. 이 문제를 가지고 가천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생들과 논의하고 협력해 재떨이 설치, 시민 설문조사, 모니터링 등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처리할 환경이 안 갖춰져서라고 문제 파악을 하게 됐어요. 이렇게 한 지는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사이 주민자치위원회와도 같이 활동을 벌였고 장기적으로는 성남시에 담배꽁초 무단투기 과태료 부과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건의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청소년과도 활발히 교류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활동은 다른 동아리들도 함께 하는 활동입니다. 이 지역에는 고등학교가 여러 곳 있어요. 그 고등학교에 나가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토요일에는 청소년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합니다. 쉼터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밖 아이들이에요. 그곳 아이들과 만나 대화하고 함께 김장도 하고 만두 만들기도 하지요. 부모가 이혼하거나 잠시 가정이 몰락해 의기소침할 수는 있지만 이 아이들은 결코 나쁘거나 불쌍하지 않아요. 우리가 그렇게 보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니까 처음엔 말을 안하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우리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을 이제 내 손주, 손녀 같다고 여기는데 세대간의 소통이 안 될 이유가 없지요.   

청소년과의 소통,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제일 중요한 건 훈계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해라. ~하지 마라’란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잣대를 내려놓고 먼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는 꼰대가 아니라 꽃대다”라고 말합니다. 꽃이 피려면 단단한 대가 필요하듯, 우리가 그 ‘꽃대’ 역할을 한다는 거지요.

선배시민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갖고 후배시민들을 만나기도 해요. 직접 대화를 하기도 하고, 등산을 하거나 가훈 쓰기 등을 하며 후배시민과 대화를 하는 거지요. 이렇게 지역사회에 나가서 하는 활동이 정말 선배시민의 역할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나요.

네, 많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 지역사회에 요청을 했는데 지금은 여러 곳에서 오히려 와달라고 요청이 들어와요. 위례한빛고, 풍생고, 중앙초 등 여러 학교에서 우리를 초청했어요. 처음엔 아이들이 말을 안했는데 나중에는 직접 찾아와 “선배님 말씀을 듣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해줘요. 교장선생님들도 아이들의 변화를 느끼고 우리에게 수업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경제교육도 하고 같이 흙을 만지기도 하고 마을에 다육이를 심기도 하고 시를 적고 발표하기도 해요. 그러면서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로 나누는 활동을 해봤더니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옵니다. 교육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오진 않아요. 그러나 꾸준히 사랑으로 함께하면 반드시 변화가 옵니다. 

선배시민 활동이 본인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 인생의 목표가 달라지고 삶이 달라졌습니다. 봉사를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근심이 사라지고 기운이 납니다. 내일 누구를 만나야 하니 목욕도 하고 멋도 냅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선배시민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게 지금 제 삶의 목표입니다.

조규섭 선배시민의 이야기는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멈추지 않는 삶’을 보여준다. 그와 동료들은 오늘도 마을의 문제를 바라보고, 다음 세대를 향해 손을 내민다. 시민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선배시민’에 어울리는 삶의 태도일 것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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