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정윤선님(87세) 환갑 때 모습
어머니 정윤선님(87세) 환갑 때 모습

“정윤선 님! 보호자분 계세요?”

“어, 정윤선님은 우리 어머닌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어느 순간에 보호자가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우리 어머니가 나의 보호자였는데,

이제는 아들이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자의 일생은 삼종지도(三從之道)라 했던가요.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하면 남편, 늙어서는 아들에게 의지하라고 했습니다.

요즘 우리 어머니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노쇠(老衰)해졌습니다.

년수에 비해 주행거리가 너무나 먼 자동차처럼 우리 어머니는 

평생 일을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자동차라면 법의 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정비도 하고, 정기검사도 받는데.

우리 어머니는 쉬지도 않고, 병원도 가지 않았습니다.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어깨 근육이 다 망가졌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피와 살을 쏟아붓고 뼈를 바쳤기에 골다공증이 생겨서 

앗차하는 순간에 넘어지면 뼈가 부러집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앞에 등불처럼 희미하고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갑니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추억해보노라면, 노동, 수고, 헌신하는 모습만이 떠오릅니다.

종갓집 큰 며느리로 들어와 4대가 한집안에 살았습니다.

하루 삼시 세끼 꼬박꼬박 밥상을 차려 올립니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그리고 여자와 아이들…

밥상이 다섯이나 여섯이 차려집니다.

장가든 남자에게 따로 따로 밥상 하나, 그리고 다행인 것은 여자와 아이들은 

도래판 하나에 둥글게 모여앉아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안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부엌에서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어머니가 식사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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