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처 기남해문학회 고문
이 처 기
남해문학회 고문

여섯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문신수선생의 「세상살이 토막말」과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문신수 선생 소설집 「석새 베에 열새 바느질」이다.

문신수 선생은 훌륭한 교육자요 순수문학가로 살아오셨으며 “안에서는 오순도순 밖에선 서글서글” 하는 명언으로 친화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오신 남해의 지성으로 남해초등학교교장 남해 3.1운동기념비문 작성, 1982년 남해문학회창설, 남해신문과 남해시대 논설위원으로 <세상살이 토막말> 연재 등 지역에 헌신한 공으로 남해군민 대상을 받으신 남해의 큰 별이시다. 그는 문학이 생명의 재창조 작업이라 하셨다. 손해를 봐 가면서 아니 피를 토해 가면서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글을 쓰셨다. 우리는 제목소리로 삶의 기쁨 슬픔 등 희로애락을 민족적 정서로 작곡 편곡하여 영언(永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영언은 시가에만 한할 것이 아니라 문학전반에 걸쳐 영구발언이 되어야 한다. 이 영언이 바로 서고 풍부할 때 우리의 민족, 우리의 국가는 영원히 번영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어떤 분의 다음 말을 붓을 들 때마다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 “문학은 민족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최후의 국토며 마지막 정부다.” 하는 이 말이 그의 신념이었다.

문신수 선생 문학의 길을 살펴본다. 1961년 단편소설 「백타원」으로 자유문학 통해 등단하였다.

저서는 위의 「세상살이 토막말」 「석새 베에 열새 바느질」 외  창작집「부부합창」 동화집 「아름다운 음악소리」 「단방귀이야기」 「바통지팡이」 장편소설 「꿈꾸는 겨울나무」등이 있으며 이웃 문신수 기념사업화가 펴낸 유고집 「못다 부른 이름」이 있다.

이 사업은 문신수기념 사업회 김광석 님의 기획으로 이 사업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세상살이 토막말」  문신수

그러면 명저 「세상살이 토막말」을 살펴본다. 1990년 남해신문 창간호부터 논설위원으로 논단을 집필하시고 남해신문과 남해시대에서 1997년 9월 3일부터 2004년 3월 5일까지 6년 6개월간 340편이 연재된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만사는 신문 ‘제목’만 훑어보고도 대강을 알 수가 있다. 인간의 문제도 신문 제목 보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간단하고 수월하게 삶의 도리를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세상살이 토막말> 속에는 행위의 원칙, 지표, 사물의 실상, 인간사의 새로운 국면, 해석 등 필자의 자유로운 발상이 아무런 여과도 없이 생체로 나타나 있다. 체계도 없고 분류도 없다. 흙을 만지듯이 그냥 훑어만 보면 된다. 그러다가 마음에 와닿는 말 한마디가 보이면 흙 속에서 금싸라기 하나 얻었다 생각하고 조금 음미를 하면 그것이 하나의 소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수월한 마음으로 어디든지 손쉽게 펴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두었다가 다시 읽으면 혹시 소중한 것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 목차를 보면 001 하느님과 부모, 021 대도와 소도, 041 출세의 기준, 061 은혜로운 관계, 081 평생을 동거할 수 있는 적, 101 구름 위의 봉우리, 121 호인, 141 위인의 위업, 161 살 속에 박힌 가시, 181 육식과 초식, 201 경제위기 221 나무와 열매 241 글, 261 21세기 최대의 과제는 전쟁과 범죄의 억제, 281 앎의 시초, 301 속옷과 속마음, 321 겸허와 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서’라는 제목 026의 토막말을 예시해 본다. 독서는 활자란 모래밭에서 진리라는 사금을 채취하는 작업이다. 부지런히 채취하는 자만이 많은 이득을 본다.

마침 문신수 작가 따님 문영하 시인이 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버지 이웃 문신수”(월간문학 2022년 10월호 게재됨)란 가상 인터뷰를 한 글이 있기에 소개해본다.

문영하- 아버지 떠나신 지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평안하신지요?

문신수- 참으로 잔잔한 시간을 보내고 있네, 모두 잘 있는가? < 중략>

문영하- 아버지 가신 뒤에 있었던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전합니다. 지역신문에 6년 6개월 동안 연재되었던 문신수의 「세상살이 토막말」이 다시 연재가 되었습니다. 2011년 단행본을 묶어낸 「세상살이 토막말」의 발간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세상살이 토막말 속에는 지극히 평범했던 한사람이 비범하게 살아낸 세상살이가 온전히 들어앉아 있습니다. 곱씹어 읽다 보면 사람과 세상살이에 대한 무한한 감사 진실 성실을 무기로 삼아 물러섬 없이 살았던 선생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찾는 이들이 많아 책은 발간되자마자 2000권이 모두 나갔다고 합니다.

문신수- 그랬던가, 고마운 일이네.

  

「석새 베에 열새 바느질」 문신수 저(1997, 범우사) (1928. 2. 3~ 2002. 5. 11) 

일곱 번째로 「석새 베에 열새 바느질」 소설집을 살펴본다.

제1부는 「석새 베에 열새바느질」 「목신제」 등 11편 제2부는 「자선 콩트」「사표」 등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석새 베에 열새 바느질」 첫 도입은 이렇게 전개된다.

부산 서쪽 번화한 거리를 걸어가면 길 위편에 아담한 양복점 하나가 있다. 옥호는 “고려양복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키가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하게 생긴 주인 김상균 사장이 웃으며 맞이한다. 그는 손님을 자리에 모셔놓고 작은 목소리로 담배와 차를 권한다.

찾아온 초등학교 은사와 제자 김상균과의 대화로 진행되는 소설이다. 양복일은 섬세하고 정성이 깃드는 어려운 작업이다. 석새라는 얼멍얼멍한 천일지라도 정교하고 섬세하며 땀과 정성이 든 열새 바느질이라면 가장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양복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로 요약되는 소설이다.

그럼 석새는 무엇이며 열새는 무엇인가? ‘새’라는 것은 베의 굵고 가늠을 표시한 단위다.

한 새는 보통 날줄이 80올이다. 석새는 날이 80올씩으로 된 한 새가 세 번이니까 240올이 된다. 이렇게 하여 새의 숫자가 높아질수록 올은 가늘어지고 날줄은 그만큼 많아진다. 열새베를 짜듯이 공을 들여 바느질 하면 매우 좋은 옷이 된다. 높은 기술과 뜨거운 정성 그리고 맑은 양심이 있는 곳에는 행복과 평화의 세상이 온다는 걸 깔고 있는 작품이다. <중략>

고려양복점 김상균 그 사람 날마다 더욱 바빠지게 하소서. 그리고 그 집에 옷을 입고 나가는 사람 모두가 운수대통하게 하소서, 하며 옛 은사는 옷깃을 여미며 문을 나온다

(1989년 평화문학상 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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