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도구가저리도 눈부신 까닭은결국은 아름다움이우리를 구원할 것*이기 때문일까거미는새벽 찬 이슬로 햇살 오는자리를 반짝이게 닦아 놓았는데*현경.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예전에, 세이레 동안 마늘 먹은짐승이, 사람이 되어두 발로, 시집가고 애기 낳고 그랬다지요.평생 마늘 키운 이 몸은세월이 갈 수록 허리가 접히고네 발로 기느라업은 손자도 흘리겠나이다.가없이 너른 들판에 이 마늘은또 어느 짐승이 다 먹어사람이 된다 하더이까.동굴 면벽수행 아니더라도흙먼지 햇살 마늘 밭네 발로 기는 고행으로도두 발로 걷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마늘 심고, 가을 들판어린 시절 연날리듯한 번 내달리게 해 주옵소서.가을 하늘이 하도 높아서, 기도합니다!
깻단 터는 데독수리를 보초 세워 두었네요산허리 빈 밭에그냥 두고 올 수 없었나요허리 펼 때헝겁떼기 독수리반갑네요해 넘어가는데, 서둘러야겠어요
한 음절 만 불러도더 이상, 소리 낼 수 없는 말한 순간이라도떠나보낸 적 없는새벽별로 반짝이다가멀어져 간 말엄마, 고향, 과꽃, ......
가을볕에 노랑나비가날개를 말리고날아오르자그 자리에초록 발자국이가득 남는다새싹 돋는 무밭에는던져 놓은 호미조차도 하트 모양이다
쓰러진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서 있는 흰꽃나도샤프란 곁에 누웠다.풀꽃은하나도 꺾이지 않았다.
아마란서스 붉게 핀 뜰은여전히 남국을 꿈꾸는데기다리지 않아도 왔다.시린 가슴을 가진 손님직박구리 떠들던 아로니아마른 나뭇가지를 짚고축제의 우거진 천막을 들추며무성했던 날들과 이별을 알린다.칡꽃 달콤한 향기 마당에 서성이고체리세이지 발길 휘감는 저녁에이제, 서두를 것은, 사랑 뿐이라 한다.
네가 나를 꿈꾸면나는 네 꿈에 살고내가 너를 꿈꾸면너는 내 꿈에 오고꽃 같은 꿈을 꾸렴한 아름 웃음 안고네게 갈께
어린 아들하얀 블라우스 옷자락 쥐여친정 갔었지, 이 길 따라서뜨겁던 날에 핀깨꽃, 꼬투리로 여물며고갯길에 섰는데구비진 길 닮아굽어진 등허리아들 잡았던 손에는손기름 반질한나무 지팡이어디로 갈까서성거리는 들길에색 바랜 블라우스 자락얼핏 잡아끄는 낯선 바람
사람들이 묻는다.남해 좋지예예쁘고 살기 좋고?고향 가는 길은잊었고고향 삼아왔지예!그래!오늘 같은 날은 좋네.장마 걷힌 저쪽금산 하늘이랑나락 꽃 품어 찰랑거리는서호 들판 좀 봐라!
썼다 지우고썼다 또 지우고무심한 척 던진 말“넌 잘 지내?”아니라고 할까봐대답하지 않을까봐마음 졸이다썼다 지우고썼다 또 지우고기껏 보낸 말“난 잘 지내”
도랑은 넘쳐 소란스럽지만빨랫줄에서 펄럭이며 수다를 떨던일상은 그 입을 다문지 한참되었다웃자라 늘어진 자귀나무 가지처럼자신의 무게조차 힘겨운 나날가벼운 것들은 모두 떠내려가 버리고남은 것은 고질이 된 오래된 통증삼년 가뭄보다 더 무서운 놈이오랫동안 마당을 서성거린다
딱 한번 고백에터져버렸나요그냥, 덜 여문 가지 끝에야윈 꽃 몇 송이 피우겠지 했더니
싱싱한 불면에서 깨어나바다로 나가는 배하얀 등대의 고요한 배웅바다에 빛나는 것은 모두 그대의 모습바다에 가득한 것은 모두 그대의 그리움뭍에서 멀어진 만큼의 거리는그대 곁에 다가간 만큼의 설레임칠월의 아침 바다는 첫사랑은빛 퍼덕거리는 기억을 건질 수 있다면!
아기 하나 재롱 피워 놓고온 식구 둘러앉아 깔깔거리듯꽃 한 송이 피워놓고수련 잎들이 모두입 찢어지게 웃는다.꽃 바라보는 게저리도 좋을꼬!
비탈밭에서도 나무는곧게 자라고굽은 길이라도 우리는꼿꼿이 걷고
언제 그곳에 다시 설 수 있을까낯선 삶이 빡빡하게 흐르던 강강물은 그 사이, 부초 같던 치나를너무 멀리 데려가 버린 건 아닐까하루 밤을 지새우면하루 낮을 보태는기다림의 나날들언제 다시, 둘이서 바라볼 수 있을까메콩강을 날던 하얀 새들을
그 섬도 외로운 줄 알고곁에 앉았다섬이 말했다난, 흔들리지는 않아!보름날 밤차오르는 후회
바닷게 몇 마리 가난한 갯벌마른 미역 걸린 집기다림으로 늙은 애비건너 공장 굴뚝에는 타는 가슴연기로 흐려지는 아름다웠던 날의 기억엑스포는 어둡기도 전에별빛 대신 벌써 불꽃놀이헛기침 잦아진 바닷가 동네는골목을 떠도는 낯선 냄새섬보다 검은 배, 돌아오지 않을 듯침묵하는 항해하얀 손을 흔드는 소녀
논에다 하늘 담아벼 기르고그 쌀 먹어사람은 하늘 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