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세이레 동안 마늘 먹은
짐승이, 사람이 되어
두 발로, 시집가고 애기 낳고 그랬다지요.
평생 마늘 키운 이 몸은
세월이 갈 수록 허리가 접히고
네 발로 기느라
업은 손자도 흘리겠나이다.
가없이 너른 들판에 이 마늘은
또 어느 짐승이 다 먹어
사람이 된다 하더이까.
동굴 면벽수행 아니더라도
흙먼지 햇살 마늘 밭
네 발로 기는 고행으로도
두 발로 걷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마늘 심고, 가을 들판
어린 시절 연날리듯
한 번 내달리게 해 주옵소서.

가을 하늘이 하도 높아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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