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결국 세계 1차대전이 일어났고 지식인들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했다. 오스트리아 귀족출신인 칼레르기는 제1차 세계대전 후 1922년 ‘범유럽 운동’이라는 단체를 창립하고 1923년 「범유럽」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유럽 민족들 간의 분쟁거리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를 결성하여 평화연방창설, 경제공동체설립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유럽연방을 건설하자는 것이었다. 1930년 세계공황은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전환되어 유럽을 다시 전쟁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이 전쟁을 통해 유럽인들이 다시금 유럽이념에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방 건설을 위해 헌신한 열정적 연방주의자인 알티에로 스피넬리는 민족주의의 한계와 위협성을 지적하면서 유럽연방만이 유럽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민주주의 연방으로 통합되어야 하며 연방은 종족과 문화적 성격에 따른 회원국들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함 없이 유럽의 단합을 위한 입법, 행정, 사법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회원국의 주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스피넬리의 사상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유럽통합의 토대로 적용되었다. 6개국이 모인 경제공동체로 시작해 반세기 동안 통합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현재 유럽연합은 27개국이 가입해 있다. 유럽의 현문화정체성은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유럽연합의 모토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정치적인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중세유럽은 기독교라는 종교에 의해 하나의 정신적 문화적 공동체로 통합되었다. 그리고 계몽주의 시대에도 유럽인들은 인종적, 언어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지적인 단일성을 나타낸다고 인식하였다. 반면 19세기 후반 민족주의자들은 정치적 목적에서 통합을 열망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정치적 통합을 위해 경제적 통합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유럽은 기독교라는 단일한 종교와 정신적 문화유산을 통해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은 통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통한 조화 자체로 유럽인들의 정체성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세계대전 종식 이후 유럽통합과 동시에 세계화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의 거대한 경제 정치의 공동체로 확대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마찰과 갈등사회통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화’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유럽연합은 문화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유럽문화수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유럽의 문화정체성을 확립하였다.

유럽문화수도는 1984년 그리스 델피에서 개회된 EU 각료 회의에서 그리스 문화부 장관 멜리나 메르쿠리에 의해서 처음 아이디어로제안되었다. 그 이후 1985년 아테네를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이벤트를 행하고 있다. 2019년 60개 도시가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었으며, 이 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은 유럽문화의 풍부한 다양성과 유럽이 공유하고 있는 특성을 강조하고 유럽시민 사이의 상호 친선을 더욱 촉진하고 동일한 유럽지역사회의 소속감을 강화하였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부문의 메가 이벤트나 유럽 문화수도, 베를린 영화제 등 문화부문 메가 이벤트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 도시의 이미지가 향상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해당도시의 브랜드와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빠르고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유럽문화수도에 선정되어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에는 관광수입 증대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증대와 고용증진 그리고 도시 인플라를 개선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도시가 상당히 많다. 메가 이벤트를 기획하고 유치하며,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결속을 더 다질 수 있고 지역주민의 자부심이 향상되게 만드는 사회적인 효과도 크다. 

메가 이벤트는 도시 브랜드와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지역을 다시 살려내고 도시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시키는 탁월한 수단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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