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체성(正體性, identity)과 문화정체성(Cultural identity)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정체(正體) 또는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은 존재의 본질 또는 이를 규명하는 성질이다. 정체성은 상당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서 자기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포함 한다. 정체성은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어떤 대상의 인식으로서의 정체, 인간의 정체성, 기업의 정체성, 군대의 정체성, 국가의 정체성 등 다양하다. 

통상 정체성이라고 하면 인간의 정체성을 말한다. 그리고 문화정체성(Cultural identity)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그룹에 소속된 정체성이나 감정이다. 그것은 사람의 자아 개념과 자기 인식의 부분이며 민족성, 민속, 종교, 사회계급, 세대, 지역 그리고 특징적인 문화를 갖는 사회 그룹과 연결되어 있다. 문화적 정체성은 개인의 특성이며 같은 문화적 정체성을 나누는 문화적 동질 그룹 회원들의 특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 박지완·김평수 외 「문화콘텐츠와 문화코드」를 보면 문화정체성에 대한 접근방식은 본질주의적 사고와 역사주의적 사고로 나누고 있다. 본질주의적 사고는 문화정체성을 이미 완성된 사실 혹은 이미 구성된 본질로 보는 개념이고 후자인 역사주의적 사고는 문화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는, 그래서 언제나 과정 속에 있는 결코 완전히 완결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문화정체성은 ‘무엇임’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동시에 ‘무엇으로 됨’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문화정체성은 외부와의 관계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산물로서 지속적인 변형의 어느 지점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본질적인 과거에 영원히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문화·권력 등의 지속적인 작용을 받으며 그 안에서 만들어진 상징과 개념들 속에서 문화적 제도로 자리잡기도하고 해체되기도 하면서 변형을 거듭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 다양하고 현재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자 한다. 지금 유럽은 어떤 유럽적 정체성과 그 과도기적 변형을 겪고 있는가? 게다가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 성숙되고 열린 정체성을 이어야하는가? 이 질문들은 개별국가가 아닌 유럽이라는 복잡성 때문에 쉽게 답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먼저 지금 유럽은 어떤 유럽적 정체성과 그 과도기적 변형을 겪고 있는가? 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남긴 정신적·물질적인 파괴 이후 지금까지 유럽이 함께 헤쳐나온 통합의 과정과 결실을 분석해봄으로써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유럽의 문화정체성으로는 “유로의식”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유럽은 로마시대까지도 단지 지리적인 개념만을 지니던 것이 점차 단일 문명권으로 인식되면서 고유의 정체성을 획득해 왔다. 이는 외부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가 시작했으며 이슬람세력의 침입을 막아내면서 카톨릭왕조가 왕국의 통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럽인을 구별짓고자 한 것이다,  

종교의 정체성이 부가되면서 유럽의 정체성은 더욱 보편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는 유럽을 다른 지역과 구분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 한마디로 중세유럽은 기독교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기독교가 유럽 이외의 지역에 전파됨에 따라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었고 교회의 분열에 따라 기독교의 권위가 추락함으로서 유럽을 지배해왔던 기독교성은 약화되었다.  

이후 14세기경 민족국가가 형성됨에 따라 유럽에서는 제국의식이 새롭게 대두되었으며 역사의 맥락에서 조망해보면 이 시기는 기독교적 정체성과 민족주의가 혼재되어 있는 시기였다. 1453년 이슬람세력에 의해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자 유럽은 기독교 세계가 파괴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유럽의식을 되살리고자 했다. 이러한 의도가 국가들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통합이라는 유럽이념을 형성시킨 것이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유럽을 공동의 역사에 기원한 하나의 문화적 통일체로 보고 각국의 종교 법, 전통 관습 등의 측면에서 정신적·지적으로 통일되어 있다고 보았다. 19세기에는 민족주의와 유럽주의를 융합하고자 다양한 시도가 일어났다. 

헤겔을 비롯한 일부 민족주의자들은 유럽통합을 특정한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는데 나폴레옹은 프랑스가 유럽의 국가들 위에 군립해야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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