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창선면 신흥에서 태어나 자라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임채성 씨가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돼는 영광을 안았다.

국내 일간 신문사 등이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문학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문예 경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신춘문예는 해마다 역량 있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발굴해 프로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2008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라는 작품으로 당당히 프로 작가로 입문한 임채성 씨는 아마추어 시절 중앙일보에서 매월 시행하는 중앙 시조백일장에서 2003~2007년까지 장원2회, 차상3회 등 5년 연속(1년에 한번만 수상 가능) 입상, 동서식품에서 시행하는 설록차문학상에 2회 입상하는 등 문학적 자질을 인정받아 왔다.

창선 신흥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창선에서 다니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현재 서울에서 광고기획사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임채성 씨에게 고향 남해는 단순히 태어나 자라고 꿈을 키우기 위한 요람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주춧돌을 놓아준 든든한 버팀목이자 무슨 일을 해도 언제 찾아가도 안아주는 엄마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또한 임채성 씨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던 서정주 시인의 시구처럼 나를 키운 건 8할이 남해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그 바다 속에서 감성, 도전의식, 뭍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도시 속의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한 홀로서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향 남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말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 일을 하면서도 순수문학에 대한 동경을 떨쳐버릴 수 없어 신춘문예를 준비했다는 임채성 씨는 “가장 상업적인 글이 광고의 문구라면 가장 문학적인 글은 시나 시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공통점은 같다고 생각한다. 이번 신춘문예에 당선을 통해 문학 장르 중 소외받고 있는 시조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그동안 곁에서 말없이 보살펴 준 아내와 시조라는 틀을 잡아주시고 이끌어주신 윤금초 선생님, 민족시사관학교 선배 문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까마귀가 나는 밀밭 / 임채성

윤오월 밑그림은 늘, 눅눅한 먹빛이다

노란 물감 풀린 들녘 이랑마다 눈부신데

그 많던 사이프러스 다 어디로 가 버렸나

소리가 죽은 귀엔 바람조차 머물지 않고

갸웃한 이젤 틈에 이따금 걸리는 햇살

더께 진 무채색 삶은 덧칠로도 감출 수 없네

폭풍이 오려는가, 무겁게 드리운 하늘

까마귀도 버거운지 몸 낮춰 날고 있다

화판 속 길은 세 줄기, 또 발목이 저려온다

모든 것이 떠나든 남든 내겐 아직 붓이 있고

하늘갓 지평 끝에 흰 구름 막을 걷을 때

비로소 소실점 너머 한뉘가 새로 열린다

 

*까마귀가 나는 밀 밭: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유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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