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서양화가 박영희 씨가 부산을 떠나 프랑스 지명을 딴 작업공간 ‘마르소’를 오는 25일을 전후해 이동면 금석 마을에 정식으로 문을 연다.

다양한 문화가 넘치는 도시에서 활동하다가 도시와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빈곤에 처해 있는 남해로 거처를 옮겨 활동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여류 15인전 초대전, 부산작가전 기획전, 한국현대미술 베를린 시장 초대전, 누드크로키전, 인체전, 국제환경예술제전, 국제환경미술 엑스포-문화에서 환경으로 등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한 그녀에겐 더욱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소와 상관없이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그녀의 의지와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이 있는 곳, 친정 엄마의 고향인 점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지금도 그림에서 손을 놓지 않은 그녀에게 붙어 있는 또 하나의 타이틀은 디자이너다. 인테리어 마지막 단계에서 침구, 컵·접시 하나, 조명, 가구 등 인테리어의 마지막을 그림과 함께 담아내 예술이 어렵고 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 쇼룸겸 기획전시실로 사용될 '마르소'
7년간 비어 있던 시골집을 구입, 지난 7월 25일 작업을 시작해 모습을 갖춘 거처는 예전 시골집의 형태는 보존하고, 박영희 작가만의 색깔로 부엌이며, 침구 등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직접 디자인해 단순한 집이 아닌 예술가의 끼가 의자하나 커피잔 하나에도 담겨 있는 곳으로 탈바꿈 해 남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영희 화가의 ‘마르소’는 단순한 작업공간이 아닌 예술가의 끼와 재능이 숨쉬는 디자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봄 기획 전시회를 시작으로, 시간과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진다면 계절에 맞춰 전시회를 가지고 싶다는 것이 박영희 화가의 앞으로의 계획이다.

박영희 화가는 “장소에 상관없이 작품 활동을 해 낸다면 다른 작가들도 남해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에서 활동하게 되고, 나의 작은 활동들이 조금이라도 남해라는 곳에 문화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좋겠다”며 앞으로의 바람들을 말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림이 걸린 집을 디자인하길 원한다면 마르소(☎864-6760)에 들러 차 한잔과 함께 그녀의 디자인 공간을 둘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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