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16살에 시집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얘기를 쓰니 줄줄 나오더라구. 글씨도 틀리고 이쁘게 쓰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라며 얼굴을 붉히는 김영순 할머니(79·선소)는 지난달 24일 열린 ‘찾아가는 한글교육 글짓기대회’ 글짓기 부문에서 ‘이제 한을 풀었네’로 최우수상을 차지한 주인공이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글 재미에 푹 빠진 사연을 김영순 할머니에게 들어봤다.<편집자 주>

 

▲ 축하드린다. 최우수상을 받은 소감은.

=이런 큰 상을 받을 꺼라고 생각 못했는데, 말해 뭐 하겠는가. 너무나 기쁘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것 만으로도 좋은데, 상까지 받다니...기쁜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하영제 군수님과 이장님, 한글교실 강사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 한글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

=16세에 시집와 보니 시댁 식구들이 참 많이 배웠더라. 남편도 그 시절에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그 때문인지 우연히 부녀회장을 맡았는데, 글을 모르니 남편이 모든 문서를 써줬다. 그러다 1박 2일간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글을 모르니 받아 쓸 수 가 없더라. 그 때 얼마나 가슴으로 울었는지 모른다. 젊은 시절에는 사는게 바빠서 엄두도 못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한번 해보자 싶었다.

 

▲ 한글도 배우고 상도 받았는데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 가족들이다. 한글을 배운다고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응원해주는 딸6명과 하나있는 아들이 많이 생각났다. 그리고 15년간 병석에 누워있다 7년 전 하늘로 간 남편이 생각난다. 항상 어려웠던 남편이여서 요즈음 부부들처럼 토닥거리며 살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남편이 살아 있었더라면 축하해 줬을 텐데. 묘가 멀리 있어 자주 못 갔는데 이번 기회에 가서 상 받은 거 자랑 좀 하고 와야겠다.

 

▲ 기초반 수료식이 끝났는데, 앞으로 한글공부는.

=혼자 살면서 유일한 기쁨이 운동하고, 화초 기르는 거였다. 운동이야 아픈 몸을 위해서 지금도 하지만, 한글 재미에 빠져 화분들이 찬밥 신세가 돼 버렸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것 같다. 며칠 전 부터는 어려운 받침들을 공부하고 있다. 한글 공부뿐만 아니라 군에서 또 이런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눈감는 날까지 배우러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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