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태 무창선면 온리원 펜션 / 시인ㆍ수필가
하 태 무
창선면 온리원 펜션
시인ㆍ수필가

환자에게 있어서 먹는 일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환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일상생활에서도 의식주가 중요한 것처럼…. 특히 1급 중환자인 필자의 환자는 두 손 두 발을 꼼짝도 못 하는 사지마비를 가진 환자라 스스로 숟가락질도 하지 못하지만 의식은 형형하여 오감을 다 느끼고 있으니 맛에도 예민하다.

그런데 인공호흡기를 달고 위류관으로 유동식 음식을 줄을 통해 위장으로 바로 들어가게 만들었을 때 얼마나 슬펐겠는가? 날마다 짜증을 내고 날마다 얼굴이 바로 펴져 있을 날이 없었다. 매 끼니 뉴케어라는 위류관 전용음료를 두 캔씩 넣었다. 한 캔에 200칼로리, 하루 1200칼로리를 먹었다. 정상인이었을 때 2500칼로리 정도는 먹어야 되는 사람이었지만 73kg이었던 체중이, 쓸개 시술을 받고부터 급격하게 줄더니 인공호흡기를 꼈을 때는 50kg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렇다 할 운동 없이 누워만 있으니 1200칼로리 만으로도 지탱할 수 있다는 거다. 다행하게도 경상대 주치의 선생님은 입으로 먹는 걸 아주 조심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시도를 하라고 했다. 요양병원에서는 뉴케어 두 병에 처음엔 미음을, 조금 익숙해졌을 때는 죽을 매 끼니 함께 주었다.

그래도 기도로 넘어가 폐렴에 걸릴까봐 요양병원의 담당 의사 선생님은 환자가 먹는 걸 지켜서서 보고 가시기도 했다. 삼키는 능력이 일반 사람보다 더 힘든 환자니 오죽하랴? 삼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연하치료라는 걸 하게 된다. 연하치료는 삼킴의 문제를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치료법인데 주로 요플레나 끈적끈적한 유동액으로 넘기는 연습을 하게 한다.

보통 나이 많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다시 실려 가서 위험한 상황에까지 되는 일은 심킴에 문제가 있어서 기도로 음식이 넘어가면 그 원인으로 폐렴이 생기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노인 환자들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금 먹기 시작하니 환자는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을 자주 찾는다. 위류관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이 입으로 먹겠다고 떼를 썼다. 잘게 다진 쇠고기 전을 조금씩 주어 보거나 병원에서 간식으로 주방 아줌마들이 직접 만든 양갱을 주니 그냥 잘 먹기에 따로 조금 더 얻어 두었다 먹게 했는데 배가 아프다고 난리였다. 

상할까 봐 냉장고에 넣었던 찬 것을 주었다가 뱃속이 조금 차서 그런 것 같았다. 간호사들은 당장 내 환자에게 금식령을 내렸다. 주치의, 수간호사, 하루 3교대의 간호사들이 줄줄이 찬 양갱을 먹인 필자에게 호된 나무람과 주의를 준다.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 필자도 반 의사가 다 되어 간다. 게다가 나는 평생을 함께 살아온 반려자가 아니던가. 물을 뜨겁게 끓여 핫팩에 담고 배 위에 얹어 주었다. 배가 따뜻해지고 온몸이 따뜻해질 때쯤 내 환자는 배가 아프지 않다고 먹을 걸  달라는데 온 하루를 금식령이 내렸으니 어쩔 것인가?

그렇게 위류관으로 음식 먹기를 6개월. 환자는 입으로 덥석덥석 먹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12월에 위류관을 달고 6개월이 지나자, 집으로 가자고 성화를 한다. 코로나 사태로 보호자도 외출이 안 되고 병원밥만 삼년도 힘든 데다가 입으로 먹는 일이 원활하지 못하니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미 재활은 형식적이고 사실 병원에서 환자에게 해 줄 것이 없는 싱태였다.

그러나 막상 필자는 집으로 가는 일이 두려웠다.

병원에서 밥이며 빨래, 위급할 때 의사나 간호사가 챙기던 일 등 그 모든 걸 다 필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일이 얼마나 벅찰지 상상조차 하기 싫어서 자꾸만 미루고 있었다. 드디어 코로나 예방주사를 2차에 걸쳐 맞고 나더니 이제는 더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어서 퇴원을 감행했다. 

집에 오자 매 끼니 입으로 먹이는 죽을 만들어 대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매 끼니 같은 걸 줄 수 없으니 바꿔가며 죽을 쒔다. 4년간 비어 있었던 집은 밀림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칡넝쿨, 풀에 휩싸여 있었지만, 우선은 환자에게 먹이는 일이 급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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