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향교의 역사는 1450년(세종 3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백 년에서 29년이 부족한 햇수다. 그때부터 지금 위치(남해읍 망운로 10번길)에 세워졌는데, 임진왜란 때 훼손되어 한동안 방치되었다. 이것을 다시 재건한 때가 1669년(현종 10년)이었다.

이후 향교는 꾸준한 증축과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져 왔다. 2008년에는 남해유림회관이 향교 앞길에 세워졌고, 향교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열어왔다. 1997년에는 <남해향교지>가 발간되어 남해 향교의 역사를 정리했다.

남해향교는 앞쪽에 명륜당(明倫堂)이 서 있고, 뒤편으로 대성전(大成殿)이 자리했으며, 그 주변에는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향교로서의 위용을 갖추었다.

향교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군내에 있는 유일한 고급 교육기관이었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도 해마다 예절 교육이나 인성 교육, 체험 프로그램들이 꾸려지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충효예 인성 교육이 마련되어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비학당 10개 반이 개설되어 있다. 또 가장 중요한 기능인 석전대제가 봄과 가을 봉행된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날에는 분향(焚香) 행사가 있다.

유교 문화 체험 행사도 매해 두 차례 열리는데, 군내와 군외 유적 답사로 유교의 지층을 두텁게 다진다. 특히 흥미로운 사업은 전통 혼례를 무료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세 쌍의 선남선녀가 혼례를 올렸고, 올해도 벌써 두 쌍이 예약 했다고 한다.

또 해마다 11월 초가 되면 ‘유림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는데, 가히 남해인들의 축제라 할 만큼 성대하고 내용도 알차다. 매구패들의 시가행진이 볼 만하고,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향교 앞뜰에서 개최되어 군민들의 흥을 돋운다.

아울러 남해인의 교양과 유교 소양을 향상하기 위한 유교아카데미는 군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7년 연속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도 드물 일이라고 한다. 이 강좌를 통해 우리나라 유교가 가진 특성과 의미를 되새기는 단초가 마련되었다.

향교가 정규 교육기관으로서는 의미가 퇴색했지만, 우리 문화와 철학의 기초를 이루는 유학의 본령까지 흐려질 수는 없다. 향교는 어려운 한문 제례 방식을 우리말로 다듬는 등 군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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