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관행, 수의 계약이 빚은 구조적 비리 ‘파문’

수해 복구와 산림사업 공사와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박 아무개(60) 남해군산림조합장이 구속되고 뇌물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공무원이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이하 지방청 광역수사대)는 남해군청과 함안국유림관리사무소에서 발주한 수해복구공사 및 각종 산림사업 공사와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남해군산림조합장 박아무개(60)씨를 구속 수사중이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남해군청 전현직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입건 조사중이다.

31일 지방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박 조합장은 남해군청에서 발주한 수해복구공사 및 조경, 육림, 임도 등 각종 산림사업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도급받아 시행하면서 허위 증빙서류를 작성, 공사비 1925만원을 횡령하고 이를 담당공무원인 정 아무개 계장 등 4명의 공무원에게 수의계약 체결 및 준공 검사시 편의를 봐달라며 1050만원의 뇌물을 건네준 혐의를 잡고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중 3명은 남해군청 전현직 공무원이며 나머지 1명은 산림청 산하 함양국유림관리소 박 아무개 소장이다.

이 밖에도 박 조합장은 H건설 오 아무개(56) 대표이사와 공모해 농림축산명목으로 4000만원을 부정대출해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건설 오 아무개 대표이사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산림조합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해군청 정 아무개 계장은 지난해 9월 수해복구공사와 각종 산림사업공사와 관련, 박 조합장으로부터 100만원을 받는 등 2회에 걸쳐 같은 명목으로 5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수금액이 적어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 아무개 계장은 “지금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으나 경찰은 “본인이 뇌물 수수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참고인 조서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2001년 4월 산림 공사와 관련해 산림조합 상무 송 아무개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15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전 경제산림과 과장 김아무개(60)씨와 2001년 11월 박 조합장에게서 같은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59) 전 면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관련 김 아무개 전 면장은 “돈을 받은 사실은 없고 술 몇 번 얻어먹고 밥을 함께 먹은 적은 있는데 경찰이 이를 돈으로 환산한 모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방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2001년도 남해군산림조합 상무로 근무하던 송 아무개씨의 불법대출 사건 첩보를 접한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다 송 상무가 남해군산림조합에 근무할 당시에도 뇌물이 건네줬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가 본격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된 박 조합장의 경우 혐의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수의계약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비리의 원인을 제공하는 수의계약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내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의계약 제도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되는데 때론 비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인근 하동처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공사를 공개입찰로 하고 수의계약 내역을 공개한다면 공사관련 비리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시 군에서 발주한 수해복구공사와 국고보조사업인 각종 산림사업공사에 있어 공사비를 횡령하거나 수의계약체결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금품을 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한중봉 기자 bagus10@hanmail.net



군민들, “청렴 남해에서 어째 이런 일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군민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전국적으로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 체결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가 남해군의 경우 지난해 대통령 직속기구인 부패방지위로부터 그 청렴도를 인정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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