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행자부 감사 결과 ‘기관경고’ 처분, 뒤늦게 확인돼
“고질적이고 만연된 인사 부조리, 인사 쇄신안 마련돼야” 지적

지난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前 행정과장으로 문제가 된 하반기 정기인사 당시 인사행정실무를 총괄했던 K사무관이 법정 증언 중 “박영일 군수가 인사위원회 개최전 사무관 승진자를 미리 ‘낙점’, ‘내정’했고 이 결과를 인사위원회에 그대로 통보했다”고 말해 지역정가와 공직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 주신문에서 K사무관에게 통상적인 인사업무 처리 절차를 묻고 “지난해 하반기 정기인사시 군수가 사무관 승진자를 내정한 뒤 인사위원회에 통보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어 “사무관 승진자를 미리 ‘낙점’한 뒤 인사위원회는 요식절차에 불과한 성격인가”라고 다시 확인하자 K사무관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변호인측 반대신문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K사무관은 “남해군 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자체가 인사위원회 전 인사권자의 ‘내정’, ‘낙점’이 이뤄지고 인사위원회는 큰 효력을 갖지 못한다. 인사행정업무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하며 사전 ‘내정’과 ‘낙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K사무관의 이같은 증언은 남해군 인사업무가 추진돼 온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방공무원법에는 인사위원회 설치와 기능 등을 명시한 조항이 있고, 이에 따르면 공무원의 승진임용에 대한 사전심의는 인사위원회의 고유 업무다.
따라서 박영일 군수가 인사위원회 개최 전 사무관 승진대상자를 사전 ‘내정’하고 ‘낙점’한 뒤 이 결과대로 인사위원회에서 의결됐다면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공판 이후 이같은 K사무관의 발언 내용에 대해 보충 취재과정에서 남해군은 지난해말 하반기 정기인사 측근 개입 및 금품수수설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될 당시 행정자치부의 특정감사를 받았으며 당시 행자부는 감사결과 이같은 임용권자의 사전심의 사실을 확인하고 남해군에 ‘기관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처분일은 지난해 12월 17일이다.
본지 취재를 통해 입수한 경고문을 살펴보면 행정자치부는 ‘지방공무원법 제8조와 제42조를 인용, 승진임용의 사전심의는 인사위원회의 고유업무로 이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승진대상자를 사전에 내정한 후 명단을 공지하고 그대로 심의·의결했다. 그 결과 형식적 인사운영이 이뤄지는 등 인사행정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적시했다.<사진 참조>
행자부는 이같은 사실과 관련해 남해군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고, ‘향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날 공판에서 前 행정과장 K사무관은 “하반기 정기인사 전 군수로부터 사무관 승진 내정자를 낙점 받은 내용을 기억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지난해 2월부터 진행된 ‘대구사건’(지난해 설 명절을 전후해 지역내 기관단체 및 일부 유관인사에게 선물용 대구를 전달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사건, 지난해 8월초 검찰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됨)으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또 K사무관은 인사위원회가 열렸을 당시 일부 인사위원이 인사위원회 운영 및 승진임용 결과에 항의하며 회의록 서명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인사위원회에서 1명의 위원이 다소 강경하게 행동하는 일이 있었으나 이후 설득해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항의사유를 묻는 검찰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K사무관은 정기인사시 군수가 비서실장과 논의해 인사를 결정했는지를 묻는 내용과 비서실장의 영향력 행사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반대심문에서는 “그런 것은 못 느꼈다”고 답한 반면 앞서 검찰이 K사무관의 진술조서 내용을 인용,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비서실장의 개입 여부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가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 힘들다. 답변을 안하겠다”고 말해 해석에 따른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공판 취재 과정을 전해들은 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이날 공판에서 K사무관이 검찰과 변호인 신문과정에서 몇몇 사안들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던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당최 속내를 알 수 없는 행동”이라고 전제한 뒤 특히 인사위원회 개최 전 군수의 ‘내정’, ‘낙점’을 시인한 대목은 K사무관이 뒤이어 “전국 지자체 어디서나 빚어지는 인사행정업무의 안타까움”이라며 다소 논란을 희석시키는 발언을 하기는 했으나 이해하기는 힘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공무원은 “해당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으로도 비켜갈 수 있는 문제를 시인한 것은 공판과정에서도 나왔듯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미 번복하기 힘들 정도의 진술을 했거나 앞서 행자부 감사시에도 이같은 내용을 시인했고,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이 자료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전제로  이에 대해 K사무관의 진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따라서 증언을 통해 번복할 수도 있으나 ‘내정’, ‘낙점’ 등의 인사 부조리가 있었던 것을 시사하는 진술이 수차례 반복됐고 법정 증언을 통해 번복할 경우 위증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공무원은 비서실장과 비서실장 부친 등의 인사개입이나 영향력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것은 못 느꼈다”, “그 내용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음에도 검찰 주신문에서는 “알 수 없다”,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 힘들다”며 관점에 따라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애매모호한 증언을 한 것도 증언 이후 생길 파장이나 영향에 대해 증언 도중에도 계속 여러 가지 계산을 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일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인사권자 또는 임용권자의 승진임용 사전심의 금지는 현행 지방공무원법 위반이라는 명백한 위법이기는 하나 행정적 처분의 대상이지 사법적 처벌의 대상은 아닌 만큼 이같은 내용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법정 증언으로 인해 자신이 받게 될 사법적 측면의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모든 인사의 책임을 군수에게 돌리겠다는 의도의 계획된 발언이었을 것으로 본다.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생길 파장을 예상했건 아니건 이번 공판과는 별도로 공직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을 가져올 개연성이 큰 증언이다”라고 K사무관의 증언을 평가했다.
K사무관의 이같은 증언내용을 전해들은 공무원 중 대다수는 “인사실무 총괄책임자인 행정과장이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발언이다”, “행정과장이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업무태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K사무관의 증언이 부적절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한편 공직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열지 못했던 ‘유명무실 인사위원회’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린 만큼 고질적이고 만연해 있던 인사 부조리에 대해 일대 쇄신의 기회를 맞은 것일 수 있다고 말하며 이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인사쇄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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