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전달책 C·D 피고인, ‘승진·전보’ 등 공무원 찾아가 인사 개입 시도

남해군 사무관 승진 청탁 비리사건의 여섯 번째 공판이 지난 20일 오후 2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진상훈)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인사 당시 인사실무를 총괄한 前 남해군 행정과장 K사무관과 P사무관, 6급 M, K 팀장 등 네 명의 공무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본격적인 공판 개시에 앞서 재판부는 검찰에 지난 공판까지 증인으로 채택됐던 이들의 증언 다수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전문(傳聞)진술’로 이뤄졌고 검찰의 진술조서의 상당 부분도 이같은 전문진술을 토대로 작성돼 조서 자체의 증거능력 부족과 증거 채택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을 요청한 것에 대한 검찰의 이행여부를 확인했다.
재판부가 검찰에 요청한 내용의 핵심은 지금까지 채택된 증인들의 증언으로는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보기 힘들어 이를 보완해 재판부에 증거의 채부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다음 공판때까지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 첫 증인신문은 전 행정과장인 K사무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사무관은 당시 하반기 정기인사가 외부의 입김 등 외압, 청탁 또는 금품 등의 외부요인이 인사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진술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세간의 이목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나 정황 등이 담긴 증언이 나올 것인지에 집중됐다.
당연히 검찰측 증인신문의 초점도 비서실장 또는 비서실장 부친 등 군수 측근의 인사 개입 또는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에 맞춰졌다.
K사무관은 “하반기 정기인사시 군수가 비서실장과 논의해 사무관 승진대상자를 결정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알 수 없다”고 답했으며 검찰은 이에 대해 K사무관이 “당시 군수에게 사무관 승진결정과 관련한 실무부서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묵살됐으며, 이후 군수와 비서실장이 논의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라고 검찰 조사시 K사무관이 진술했던 것을 인용하며 재차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을 시도했으나 그는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 힘들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반복됐다.
이번 사건에 뇌물수수 등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비서실장 K씨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K사무관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내용을 재차 확인하며 하반기 정기인사시 군수와 비서실장이 의논해서 결정한 것인지를 따져 묻자 K사무관은 앞서 검찰측 증인신문시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 힘들다”라고 답했던 것을 “검찰에서의 진술은 ‘그랬을 것이다’라는 추측에 의한 진술로 수정한다”며 자신의 검찰 진술 일부를 정정하기도 했다. 또 비서실장 K씨의 변호인은 하반기 정기인사 당시 비서실장, 비서실장 부친 A씨가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물었고, K사무관은 “그런 건 못 느꼈다”, “그에 대한 내용은 모른다”라고 각각 답했다.
K사무관이 이날 증언한 내용과 검찰 진술내용이 엇갈리는 상황은 비서실장 또는 비서실장 부친 등 군수 측근이 남해군 정기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와 또 측근개입이 가능하다고 전제할 때 ‘승진 청탁 뇌물’이 오고갈 개연성을 따지는 것이 핵심쟁점인 만큼 향후 재판부가 K사무관의 법정 증언과 검찰 진술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진 P사무관과 M, K팀장 등 세 명의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중간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 피고인 C(남해군 청원경찰)씨와 피고인 D씨 등이 이들 증인을 상대로 승진 또는 전보 의사를 묻는 등 인사와 관련한 대화를 1회 또는 수 회에 걸쳐 나누는 등 인사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선 공무원 세 명의 증인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 C씨와 D씨는 P사무관이 승진 전인 지난해 1월경 남해군 청원경찰인 피고 C씨가 식사를 제의하며 피고인 D씨를 소개해 줬고, D씨와 P사무관(당시 6급 팀장)은 이후 한 두 차례 정도 더 만남을 가진 뒤 설천면 모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읍으로 귀가하던 길에 비서실장 K씨의 집으로 찾아가 P사무관의 승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P사무관은 “당시 비서실장 K씨를 잘 알지는 못했으며, 이날 저녁에 집으로 찾아갔을 때도도 D씨와 비서실장간에 대화만 오갔고, D씨가 인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자 비서실장 K씨는 ‘인사는 내 소관이 아니다’, ‘권한도 없는 일’, ‘나한테 얘기해도 소용없으니 돌아가라’는 식으로 말해 약 10분 정도 얘기하고 돌아왔다”고 증언했다.
P사무관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남해군 M팀장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C씨가 D씨를 소개했고, 이 과정에서 ‘승진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등 인사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고 증언했으며 P사무관이나 M팀장 모두 이들이 인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승진을 대가로 한 금품 요구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남해군 K팀장은 올해초 이른바 ‘별동대 거짓 폭로극’ 당시 이를 주도했던 민간인 J씨와 피고 D씨의 입을 통해 한 차례 언급되면서 세간에 이미 알려진 바 있다. 폭로 당시 이들은 군수의 지시로 남면에 근무 중이던 K씨를 찾아가 “본청으로 올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 등 인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으며 K팀장은 “근무지인 남면으로 이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인사는 결정되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니 더 이상 얘기할 게 안 된다고 말했고 5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다”며 “폭로극이 있은 직후 기획감사실 감사팀에 제출한 경위서에도 똑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P사무관, M, K팀장을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은 피고인측 변호인들의 반대신문만 이뤄졌으며 검찰은 이들 세 명에 대해서는 주신문은 생략한 채 이들이 재판과정에서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대한 진정성립절차만 이행했다. 이들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은 이날 이들의 증언을 그대로 적시한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 막바지 재판부는 거듭 검찰에 증인들의 증언 또는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 보완을 요구했으며, 차기 공판은 내달 1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지난 공판시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던 피고인 공무원 S씨도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 전원이 법정에 나왔으며, 다음 7차 공판에서는 피고인 6명 중 공무원 S씨의 처와 처제(공무원), 중간전달책으로 지목된 피고인 C씨(남해군 청원경찰)에 대한 피고인 신문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재판부는 건강상 이유로 변론분리신청을 제출했던 피고인 S씨에 대한 변론병합을 검토했으나 S씨의 질병치료를 위한 수술 일정이 특정되지 않아 변론병합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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