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남해의 물 부족 문제가 인근 두 마을 사이의 대립을 격화시켜 급기야 고소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노량 고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는 설천면 덕신마을과 노량마을이다. 지난 2월 22일 덕신마을 주민들은 덕신마을에 위치한 지하수 관정에서 노량마을 간이상수도로 이어지는 관로를 절단해 노량으로 가는 물을 차단했다.

이에 상수원을 잃어버린 노량마을은 덕신마을에 관로 연결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 3월 31일 관로를 절단해 식수를 불통케 한 사실을 들어 덕신마을 이장과 개발위원장을 남해경찰서에 고발하고 말았다.

2000년, 생태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물 부족이 심각해진 노량마을은 마을주민 소유의 지하수 관정에서 물을 끌어들여 간이상수도로 이용키로 하고 관로를 매설해 2001년 6월부터 관로가 절단될 때까지 식수로 이용했다. 문제는 간이상수도의 원수가 되는 지하수 관정이 덕신마을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덕신마을 한재호 이장은 "노량으로 물이 가면서 지난 여름 우리마을 논이 마르고 농사용 관정이 고갈돼 피해를 입었다"며 "농사가 주업인 우리로서는 관로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노량마을 조정웅 이장은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2500만원이 넘게 투자했고 6개월 이상 아무 문제 없이 사용했다"며 "갑자기 물을 끊어버리면 횟집이 많은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두 마을 모두 이웃마을에 대한 섭섭함을 표출한다. '생명줄인 식수를 어떻게 끊느냐'와 '그렇다고 어떻게 고발을 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팽팽히 맞서 풀릴 줄 모르고 있다. 중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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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양보로 문제 풀어야

생태주택단지 물대책 없는 군도 책임

덕신마을 근처의 바닷가에 자리잡은 노량, 감암, 월곡마을은 식수나 농업용수의 대부분을 덕신에 의존한다. 이 세 마을에는 관정을 파도 충분한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수는 한계가 있는 법. 예로부터 물 많기로 소문난 덕신마을도 물이 달리기 시작했다. 덕신마을은 바다가 없어 농사만 짓는다. 주변 마을에 비해 소득도 낮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물을 자원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면한 물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이 부분을 인정해야한다. 농사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인근 마을이 사용료를 지불하고 농번기에는 물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합의에 대해 노량과 덕신마을 이장들은 긍정적이다.

고소장이 남해경찰서에 접수된 상태지만 노량이장은 고소취하장을 써놓고 물이 연결되기만 바라고 있어 두 마을 사이의 양보와 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 지역에는 2011년에나 광역상수도가 개통된다. 고현의 선원상수원에서 물을 공급받으려 해도 200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생태주택단지를 조성하면서 물 대책을 수립 못한 군이 중재하고 처방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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