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차례 지원 받았지만 액수는 기억 안나"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일반예산 1190억여원이 지난 96년 15대총선, 95년 지방선거 당시 옛 여당인 신한국당을 비롯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지고, 자금지원을 받은 정치인의 리스트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박희태 국회의원도 4억3000만원의 안기부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도돼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사정당국에서 입수해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당시 총선후보 180여명에게 나눠준 433억원 가운데는 박희태 의원에게 전해진 4억3000만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0일 저녁 박희태 의원은 본지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보도된 리스트는 신빙성이 없고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으며, 그런 많은 액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박 의원은 리스트에 대해 "처음 중앙일보는 3억원이라고 했다가 다시 4억3000만원이라고 하는 등 액수가 왔다갔다 하고, 이한동 등 당적을 옮긴 중진급 인사들은 지원명단에서 빠져 있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이며, 검찰에서 공식발표한 자료도 아니다"며 신뢰성에 강한 의혹을 표명했다.

또 중앙당에서 선거자금을 얼마나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5년이나 지난데다 4∼5개월에 걸쳐 5∼6차례의 지원을 받았으므로 얼마를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많은 액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거자금의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검찰수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자금지원 당시 안기부 자금이란 걸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중앙당에서 준 자금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받지는 않았다"며 안기부 자금지원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96년 총선 당시 당직을 갖지 않고 있어 핵심정보에 접근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 뿐 아니라 많은 옛 여당의원이 안기부 예산을 불법지원받은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1200억원대에 이르는 예산의 국고환수 부분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도 않은 것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대답해 국고반납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박 의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재 검찰은 4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10여명의 핵심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밝히고 있어 박 의원의 검찰소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안기부자금 4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96년 총선 당시 남해·하동지역구 법정선거비용제한액은 9000만원대였으며, 박의원이 신고한 선거비용은 5182만원이었다. 이는 안기부 불법지원자금만으로도 법정선거비용을 훨씬 초과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박 의원의 도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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