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산악회 산행기>

소백산의 칼바람에 올 한해의 액운은 모두 날려보내고
(김성진 20회)


꾸어서라도 꼭 하고 간다는 소한(小寒) 추위를 지나 대한(大寒)을 지났건만 동장군이란 심술굿은 제왕의 난폭한 입김에 귓불이 시리도록 차가운 휴일이다.
2011년 신묘년 새해들어 지구 온난화로 혹한(酷寒), 폭설(暴雪)속에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려 시련의 연속이다. 이는 우리 인간들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과 새해 첫 산행지인 소백산의 칼바람... 낙엽져 드러난 산의 속살을 덮은 새하얀 순결의 이불 위를 발자취를 남기며 걷는 낭만과 나목(裸木)위에 피어난 눈꽃의 황홀함을 그리며 마음 설레인다.
서면 영광도서 앞 07시50분 남해중산악회 선후배동문님들과 반가운 손잡음 후 성산고속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소백산으로 질주한다. 선후배동문님들과의 정담으로 혈연 같은 정을 나누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한겨울의 정취를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삼가 주차장에 도착, 산 중턱이상에만 눈이 쌓여 있어 조금은 실망이다. 산타같이 하얀 고깔모자를 쓰고 인자(仁慈)한 모습으로 반기는 소백산(小白山) 초입에서 비로사를 지나 달밭재로 향하니 숨이 턱에 찬다. 중턱에 이르니 등산로에 눈이 가득해 아이젠을 하고 오르니 아이젠이 눈 속에 박히는 소리가 뽀드드득! 음악이다.
서울서 온 숙녀들의 동반자 부르는 소리가 소프라노여서 소음이지만 어쩌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하니...황량히 벌거벗은 겨울 산을 덮은 하얀 백설이 산을 한입에 삼켜버린 것 같아 동화속의 나라에 여행 온 느낌이다. 7부 능선에 도달하니 13시30분 자리 잡고 즐기는 사랑의 점심만찬에 이정곤후배가 끓여주는 라면이 꿀맛이었고, 김재길 선배가 건네는 돌복숭아주 보약한잔 곁들이니 알싸하다. 걸음을 재촉하여 비로봉(毘盧峰., 439M)에 오르니 14시30분 초입에서 느낀 온난함으로 풀어졌던 마음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세차게 몰아치는 소백산의 입김에 새하얀 꽃나비가 눈보라가 되어 우릴 에워싸며 반겨준다. 시장바닥을 방불케 하는 사람틈에서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어렵사리 이정곤후배덕분에 인증샷 한 컷하고 정지훈산행대장과 동행하는 후미를 기다려 비로봉아 잘있거라! 한파속에서도 감기들지말고 잘있거라! 속으로 되뇌이며 천동쪽으로 동반 하산길을 재촉한다. 꾸불꾸불 이어진 능선위로 눈보라가 세차다. 소백산의 칼바람이 이런건가? 하지만 설국의 정취를 느끼면서 뽀드득~ 샤샤삭~ 걷는 걸음이 황홀경이다. 자연이 주는 이 아름다운 선물이 무한리필 되고 있으니 감탄사로 입이 얼얼하게 아플 정도이다.
추위도 잊은 채 순백의 미소 속에 숨은 칼바람 맞으며 시린 가슴안고 나뭇가지에 핀 눈꽃! 눈의 무게에 늘어지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한 주목들과 잎을 잃은 나무들 가지마다 하얀 솜사탕을 들려주어 달래주는 모습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움을 토해내고 있는 소백산을 오늘 오르지 않았다면 누가 나에게 이토록 즐거움을 선사해 주겠는가? 아- 참! 오길 잘했다. 눈 위에 비스듬이 드러누워 사진찍는 모습들이 영화속의 한 장면 같다. 모두들 멋은 알아가지고...계속 흩날리는 눈바람을 맞으며 걷는 하산길이 눈길이라 완충작용으로 스펀지 같아 무릎에 무리가 없어 정말 좋다. 비료포대나 하나 있었으면 눈썰매나 타련만...옆에서 마다리포대 타고 가는 여자를 보고 우리만 듣게 이정곤후배가 농을 한다. “나뭇가지에 가운데를 찔리면 어쩌려고...” 천동쉼터에서 잠깐 휴식 후 발길을 재촉해 걸음을 옮긴다. 등산로에 눈이 뜸해 아이젠을 벗고 나니 이내 눈길이 나타나 보복을 한다. 이정곤후배가 두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는다. 다치지 않았으므로 우스워 낄낄거려 본다. 천동주차장에 도착하니 17시30분 후미까지 모두 도착하니 18시 하산으로 비워진 내장에 하산주로 민물고기의 귀족이라 불리는 쏘가리매운탕의 진수성찬(珍羞盛饌)에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쏘가리매운탕에는 사연이 있다. 은유적(隱喩的)으로 표현을 해 본다.
쏘!(쏘가리한마리가 쇼쇼쇼를 한다)
가!(가자 그만, 아니 묵고가자)
리!(이왕에 이리된거 입호강을 위해 묵고가자)
오는 길이 눈으로 새하얗다. 눈길이라 단양지역에 차량이 뜸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심윤종회장님께서 건네는 ‘쏘주 한 꼬뿌’에 빙어튀김안주가 정말 환상적이다. 기분 좋은 취기에 노래방을 열어 한 곡조 나누는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도 싶었으나 다들 피곤하여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다. 끝으로 남해중선후배님들께 소백산의 칼바람에 올 한해의 액운은 모두 날려보내시고, 소백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쌓은 공덕으로 신묘년 토끼해에는 소망하시는 일 다 이루시고 건강하고, 하루를 지나면 더 즐거운 하루가 기다리는 행복한 새해 되시길 간절히 빌어 보면서... 함께한 보석같은 시간 정말 좋았다는 말로 끝맺는다. 이렇게 또 즐거운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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