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ㆍ주민 입장차 보여…합의서 작성 미지수

힐튼리조트&스파리조트를 상대로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집회가 집회 하루 전 힐튼리조트의 긴급 협상 제안과 행정의 중재로 일단 잠정 보류됐다.

당초 힐튼남해골프&스파리조트(이하 힐튼리조트)의 인근 4개 마을(덕월, 구미, 평산1·2리) 주민들과 광양만권남해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박만진·이하 광양만대책위)는 그동안 지역민을 무시하고 오수방류 등 피해를 입힌 골프장을 상대로 지난 4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힐튼리조트 측은 정 군수의 중재 등으로 지난 4일 대규모집회가 예정된 하루전날 협의에 나설 의사를 밝혀 군청에서 인근 4개 마을 어촌계 대표와 광양만대책위원장, 힐튼리조트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피해보상 협의를 진행해 예정했던 집회는 일단 잠정 보류됐다.

이날 힐튼리조트 측은 오수 무단방류로 인한 피해보상금이 아니라 남면 일대 바다 살리기 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출연한다는 의사만 일단 밝혀 환경협약이나 그동안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 등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힐튼리조트 인근 덕월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은 끝까지 자신들이 오수 무단방류로 인한 주민들의 삶터를 오염시킨 부도덕한 사건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주민들은 골프장이 그동안의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성의 있는 협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 내용은 지난해 오수 무단방류로 인한 인근 4개 마을의 피해보상액만 절충하겠다는 힐튼리조트 측의 약속과, 차후 재발방지와 환경협약 등을 위한 합의서는 계속해서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힐튼리조트는 몇 차례 남해군을 통해 합의서를 작성해 조율을 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군 관계자는 “힐튼리조트와 인근 마을에 대한 문제점들을 일괄타결하기 위해 행정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골프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힐튼리조트 인근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오수 무단방류, 공유수면 불법매립, 농업용수의 부당전용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삶터에 막대한 피해를 준 힐튼리조트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어 이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구미마을 한 주민은 “지금까지 1년 이상을 광양만대책위와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규모집회를 하루 앞두고서야 피해보상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 힐튼리조트 측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도 야간에 마을 앞바다에 나가면 심한 악취가 나고 골프장 인근 앞바다의 어족자원들이 고갈되어 가고 있어 하루빨리 환경영양조사를 실시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프장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었고 남해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영업활동을 하면서도 힐튼리조트는 지역이나 지역민에 대한 배려와 고민은 언제나 뒷전이다”며 “지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밤낮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이익만 챙기려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성의 있는 협상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힐튼리조트와 인근 마을들 간에 어떤 합의서가 작성될지 미지수지만 ▲남면 양지천 담수차단 시설 즉각 철거 및 원상복원 ▲피해가 예상되는 전 수역의 어업피해 조사 및 피해사실 확인될 경우 적절한 보상 ▲리조트 연간 잉여금 10%를 주변지역 소득증대사업에 지원 ▲남해군민을 위한 공공복리사업 추진 ▲환경오염감시체제를 위한 환경협의체 구성(환경협약) 등의 내용은 힐튼골프장이 유치될 당시 지역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문서화 됐어야 할 사안이므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행돼야 할 내용이다.

아울러 힐튼리조트는 주민들의 압박에 마지못해 협의 자리에 나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민과 더불어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나섰다면 좀 더 주민들의 편에서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에 포함된 환경협약 내용을 자발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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