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그 모습이 너무 천진스러워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또 문제다. 등수를 가름해주는 선생님이 있는 결승선으로 가지 않고, 아무리 손뼉을 치며 결승선으로 오라고 해도 그들이 가는 곳은 1등, 2등, 3등을 알려주는 깃발이 있는 곳이다.

‘늘 선생님 사랑해요’ 하면서도 그 때는 선생님도 필요 없고 그저 등수만 눈에 보이는 순진한 1학년이다.

그래서 1학년은 잘하면 대견스럽고, 못해도 나에게 웃음을 주는 마술사 같은 존재들이다. 1학년은 아이들만 귀여운 게 아니다. 학부모도 1학년처럼 귀엽다. 그 이유는 1학년만큼 순진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1학년 남자 필드 경기가 있으니 개선문 앞으로 모여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과 더불어 나는 이곳저곳으로 학부모님을 찾아 나선다. 며칠 전부터 다짐을 받고, 운동장에 온 것을 확인을 했는데도, 아이는 울고 있고 학부모는 나타나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다른 학부모의 손을 잡고 이 아이와 함께 경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여학생들의 필드경기는 입장, 퇴장부터 경기 전반에 걸쳐 진행이 순조로워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하며 ‘교육의 효과’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또 웃음을 준다. 세로로 청백이 두 줄로 서서 입장을 하다가 중앙 지점에서 대각선으로 꺾어져 청군은 왼쪽으로, 백군은 오른 쪽으로 돌아 한 줄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청백이 헤어져야 하는 지점에서 우리 남학생은 가운데 쯤 오면 ‘영차’ 소리는 없어지고, 이줄 저줄 뒤엉켜버린다. 연습 할 때마다 늘 그런다. 여학생들은 한 번이면 척척 알아듣고, 실수 없이 잘하여 칭찬을 받는데. 남학생들은 ‘청군은 이리로 오라’고 하고, ‘백군은 저쪽으로 가라’고 해도, 그 말을 알아듣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가운데쯤 가면 방향감각이 무(無) 상태로 변해버리는 것 같아 웃음과 함께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떤 아이는 정신을 못 차리고 귀여운 실눈으로 갈팡질팡 나만 바라본다. 어디 그뿐인가? 한 사람 한사람과의 간격을 고르게 맞춘다고 ‘누구는 좀 뒤로 물러서라 ’하면 엉덩이를 쑤욱 밀고 ‘앞으로나란히’를 한 자세로 뒤도 보지 않고 경기장 저 쪽 밖으로 뒷걸음을 쳐버린다. 나는 그 황당함을 삭이지 못한 체, ‘앞 사람과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러면 운동회를 할 수 없으니 빨리 앞으로 오너라’ 하고 크게 고함을 지른다. 그러면 ‘가자! 앞으로!’ 라고 외치며 벌떼처럼 달려와 앞 친구 귀밑 어깨에 두 손을 착 붙인다. 앞으로 가면 뒤에 문제가 생기고, 뒤에 가면 앞에 문제가 생긴다. ‘아이고 선생님이 아무래도 죽겠다’ 라고 하면 ‘왜요?’라고 대꾸한다. ‘너희들이 말을 듣지 않아 그렇지’ 라고 하면 ‘야! 선생님이 죽으면 안 되는데, 우리 공부는 어떻게 하지?’ 하면서 걱정스런 얼굴로 자기들끼리 소곤댄다.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1학년이 가는 곳마다 희비의 쌍곡선은 시시각각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운동회 당일 날은, 잘도 달리고, 필드 경기도 부모님보다 더 잘 한다. 1학년의 무용은 운동회의 꽃이다. 오색찬란한 한복으로 초록 인조 잔디위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뽐내듯 리듬 따라 움직이는 동작들은 일품이다. 약간은 수줍은 듯하지만, 찰칵거리는 셔터소리, 그리고 박수소리와 함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최선을 다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들, 우리 1학년!

‘세상은 남자가 다스리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여자다’ 라는 말에 공감한다는 얘기를 운동회를 마치면서 누군가에게 한 것 같다. 남자 아이들은 자라서 세상을 잘 다스리는 남자가 되고, 여자 아이들은 자라서 그 남자를 잘 움직이는 훌륭한 여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동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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