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운동회를 생각하면 가을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교육과정 운영계획에 따라 봄에 운동회를 하는 학교가 많다. 올 해도 작년에 이어 봄에 운동회가 열렸다. 경험이 있는 상급 학년과는 달리, 입학한지 두 달 남짓 되는 우리 1학년들에게 운동회는 참으로 신기한 놀음이다. 줄서기, 체조하기, 응원석에서 응원하기, 달리기, 무용하기 등 넓은 운동장에서 전교생과 함께 어우러져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마냥 신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누구나 학창시절에 배웠을 터이지만, ‘앞으로 나란히’를 할 때는 맨 앞 사람은 팔을 올리지 않아야 하고, 뒷사람은 자기의 어깨 넓이로 팔을 벌려 앞 사람과 주먹 한 개 정도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 앞 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봐야 바른 줄이 된다. ‘앞에 서 있는 선생님께 얼굴이 보이면 줄이 바르지 못한 것이다’라고 해도 고개를 쑥 내밀어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윗니로 아래 입술을 꼭 누르면서 눈을 크게 뜨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 모습을 본 녀석은 움찔하며 제자리로 쏙 들어간다. 도대체 이 아이들이 줄서기를 할 줄 알면서 잘 못 서는 것인지, 진정 몰라서 잘못 서는 것인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임과 동시에 나를 웃음짓게 하는 재미난 소재다. 여하튼, 줄서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이 와중에 ‘국민체조 시~~~작’이라는 귀에 익숙한 멘트가 흘러나오면, 짓궂음이 가득한 얼굴이 어느새 준비 자세로 변하고, 부정확의 극치를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몸놀림이 시작된다. 우리 아이들의 목운동은 돌리는 것인지 구부리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옆구리 운동의 팔 넘김 자세는, 앞인지 머리위인지 그 자세를 구별할 수가 없다. 온몸 운동은 옆으로 몸을 돌려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발끝만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두 팔은 노를 젓는 것처럼 유연하게 밀었다 끌어당겨야 하는 것인데, 무조건 밀기만하고 거기다 발까지 굴러댄다. 만약 노를 이렇게 젓다가는 배안의 사람들이 모두 물속으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뜀뛰기 운동은 정말 가관이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느려 어른인 나도 박자를 맞추기가 사실 어렵다. 그러니 우리 1학년들은 오죽할까? 그들의 신체활동과는 불협화음을 이루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뜀뛰기 운동을 할 때는 내 웃음과 우리 아이들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어, 나는 웃고 우리 아이들은 마음대로 폴짝폴짝 뛰는 것이 처음과 끝이 된다. 그 귀여운 움직임의 국민체조가 끝나면 응원석으로 행진을 하여 자리를 옮긴다. 문제는 지금부터 더 심각해진다. 여섯 계단으로 자리해서 전교생이 앉으면 개구쟁이 몇 녀석들은 응원은 안중에 없고 벌써부터 싸움질이다. 1학년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여학생은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킨다는 것이고, 남학생은 대부분 싸움으로 시작하여 싸움으로 끝나 친해짐을 알게 되었다. 즉 남자와 여자의 특성이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여학생들을 비롯한 비교적 규칙을 잘 지키는 남자 친구들은 한마음이 되어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한다. 이때 뜬금없이 ‘선생님, 누구와 누구랑 머리를 잡고 싸워요’라는 소리가 들린다. 왜 싸웠냐고 물으면 그들 특유의 대단한 이유를 댄다??? ???.
밀어서 그렇단다. 그리고 어제 준 장난감을 돌려주지 않아서란다. 줄 때 마음이 그새 변했다. 나의 솔로몬 같은 지혜는 겨우, 그 둘을 이쪽과 저쪽으로 멀찌감치 떼어놓는 것이다. 왜? 조금 있으면 금방 친해 질 테니까. 잠시 뒤에 보면 그새 소곤소곤 다정한 모습으로 재잘댄다. 도대체 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가끔은 허탈할 때도 있다. 그 생각도 잠시 ‘얘들아, 다음은 우리 달리기가 있다, 달리기를 할 때는 규칙을 잘 지키고, 더 중요한 것은 넘어져도 울지 않고 일어나서 끝까지 달리는 것이다, 그것은 1등만큼 좋은 것이다, 빨리 조별로 모여라’라고 하면 ‘야아! 달리기다’하고 난리가 난다. 그래도 1조 2조, 3조, 자기 차례는 잘 찾는다. 1학년은 달리기를 정말 좋아한다. 나도 어릴 적, 모래 덮인 운동장을 맨발로 신나게 달렸던 기억을 하면 지금도 즐거워진다. 정말 그리운 시절이다. 우리 아이들도 무조건 달리기가 재미있단다. 연습 할 때 내가 트랙을 앞장서서 돌면서 규칙을 설명한다. 트랙안쪽으로 달리거나 질러가면 반칙이고, 앞사람을 앞지를 때는 밖으로 달려야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비굴한 사람이 된다고, 여러 차례 목이 아프게 설명을 하건만,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는 욕심 때문에 출발선 앞으로 쑥 발을 내밀어놓는 어린이가 있다. 결국, 그 발을 내 손으로 출발선에 갖다 놓으면, 그제서야 알아차리는 1학년이다. 호루라기 신호와 함께 출발을 하면 대부분 규칙을 지켜 달리는데, 그 중 몇 명은 꼭 운동장을 가로질러간다. 그러면 뒤에 가는 친구들도 모두 따라 그 쪽으로 뛰어가는 해프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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