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초등학교 교사 이송례

어린이는 만물을 싹틔우는 새싹이라고 했다. 좋은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의 삼월 한 달은 학교 적응을 위한 수업을 한다. 현장체험과 동영상자료를 이용하여 수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아이들은 너무 싱거워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쳐 이끌어 주는 사람임으로 바르게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사람은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나의 설명을 듣고 아이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나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이 작년 1학년과 또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며 나는 결심했다.

‘그래, 올해 독서교육은 바로 지금부터다. 이 아이들에겐 책을 읽히는 시기를 앞당기자!’ 하는 생각이 번쩍 내 뇌리를 스쳤다. 사실은 1학년 학급경영계획을 세울 때 사월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했던 나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먼저, 나는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데려간 후 도서관 이용 방법을 설명하고 익히게 한 후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교실 뒤에 바구니를 준비하여 세 명씩 이름을 써서 하루 세권씩 빌린 책을 읽고 보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책에 홀렸는지 하루 세권을 훌쩍훌쩍 읽어버렸다.
참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떠난 텅 빈 교실 바구니 안의 책을 샅샅이 뒤져 누가 어떤 책을 빌렸는지 책이름을 살펴보노라면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잘 알 수 있어 좋았다.

3월 말 사서선생님으로부터 우리 반 32명의 3월 독서량이 천여 권이라는 통계를  전해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다른 선생님들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고 많은 책을 읽게 된 밑거름은 가정교육과 유치원 교육이라고 믿는다.

도서관에 가는 사람은 가지 않는 사람보다 얻는 게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책을 골라보지 않은 사람보다 또 얻는 게 더 많다. 책을 만지고 그림이라도 보는 사람은 그 체험을 못해본 사람보다도 훨씬 얻는 게 있을 것이다. 그림 속엔 이야기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일학년은 그림을 보고 내용을 알아내는 능력 또한 아주 중요한 사고를 길러주는 체험이다. 그리고 책을 고른다는 것은 선택의 특권을 누리는 기쁨이 따른다. 석 달 동안 서른 두 명이 사천 칠백여권을 읽었고 한 사람이 일백 권 이상을 눈과 마음으로, 그리고 손으로 만지고 선택하며 읽었다는 결론이다. 제목만 해도 백가지나 골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사고능력이 분명 다른 사람보다 우월 할 것이라 믿는다.

날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독서마법에 걸린 작은 거인들은 도서관으로 간다. 그 모습이 정말 대견스럽다. 아침에 등교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바구니 도서관’의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뇌가 꽃처럼 피어나 마음이 즐거워져 행복해진다고 한 것이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오다니……. 정작 독서의 즐거움을 모르는 듯,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옛 선인들은 ‘비상 비비상처(非想 非非想處)’라고 했던가! 그 모습이 부럽기만 하여 먼 훗날까지 믿음처럼 가슴에 남아 잊을 수 없는 선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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