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안된 물도 사용, “직원들은 국물도 안먹어”

최근 오수방류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힐튼남해골프&스파리조트(이하 힐튼리조트)가 사업장의 부족한 용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농지의 농업용수를 수개월에 걸쳐 편법으로 사용한 의혹이 일고 있어 또 한번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여름 성수기에는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농업용수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본지는 농업용수를 전용해 사업장내에서 사용하고 정수되지 않은 물을 그대로 정수조(정수된 물을 저장하는 물통)에 넣어 식당, 콘도, 클럽하우스 등지에서 사용했다는 내용의 힐튼리조트 내부보고서 문건 입수했다.
참고로 이 내부문서는 힐튼 시설부에서 힐튼리조트 소유주인 에머슨과 힐튼리조트 총지배인 등 관계자에게 메일로 발송된 것이다.
이 내부문건에 따르면 힐튼리조트는 오리마을과 덕월리마을 4명의 주민으로부터 농업용수를 3년간 사용하기로 하고 260~500톤(1일 기준)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힐튼리조트는 공사 초기에 부족한 용수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하수를 개발하기로 하고 심정을 세군데 뚫었으나 염분이 많고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이후 세 군데 모두 폐공했다.
이런 이유로 우지곡저류지(8만톤) 물을 원수로 활용, 전용상수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우지곡물이 예상보다 깨끗하지 않아 인근 농지의 농업용수를 편법으로 사용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상수도란 수도사업에서 제공되는 수도 외의 수도로서 100명 이상 5천명 이내의 급수인구(학교·교회 등의 유동인구를 포함)에 대해 원수나 정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말한다.
그러나 군에서는 힐튼리조트가 우지곡저류지가 아닌 인근 농지의 농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이같은 힐튼리조트의 농업용수 사용과 관련 군 관계자는 “개인이 농업용수를 목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했어도 식수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면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에서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나 식수로 전용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정수된 물이 생활용수나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면 어디에서든 물을 가져올 수 있다”며 “먹는 물이나 생활용수에 적합한 지는 업체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해 1년에 1회 조사하고 군에서는 그 결과를 통보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업용수를 상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농업용수 등 관련 기관에 이 문제를 확인한 결과 물에는 명확한 용도가 정해져 있고 용도에 따른 법적 인허가절차를 거치게 돼 있으며 용도가 변경될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용도변경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농업용수가 결과적으로 생활용수 및 상업용으로 전용돼 사용되었기 때문에 용도변경허가가 있어야 하나 관련 법적절차 없이 소유주와 기업의 계약만으로 용도가 변경된 경우다.
힐튼 역시 당초 우지곡저류지를 상수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으로 남해군 인허가를 득했고 그 인허가는 상업용수 또는 생활용수 용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농업용수를 용도변경 등의 관련절차 없이 상업용으로 전환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이 이렇다면 앞서 남해군이 밝힌  ’공공의 목적으로 개발된 농업기반시설이면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개인 소유의 관정을 소유자와 기업이 계약을 통해 농업용수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한 내부보고서 문건에는 농업용수 전용 이외에 정수되지 않은 물을 여과과정 없이 생활용수 및 식당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정수처리시설 용량이 1일 200~250톤(시간당 10~15톤 정수)인데 여름 성수기에 수영장 등의 각종 부대시설과 고객증가에 따른 물 사용량 증가로 정수되지 않은 원수를 정수조에 투입해 사용하는 문제점과 함께 정수되지 않은 물을 사용함으로써 고객 항의와 시설물 장애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담당자 의견이 기록돼 있다.
실제로 리조트에 있는 정수시설용량은 200톤(1일 정수량)이고 정수조 용량도 최대 300톤이어서 최고 500톤의 정수된 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지난 오수방류사건과 관련해 남해군이 조사한 결과에는 오수 발생량이 일일 최고 700톤 이상 방류된 것으로 나타나 200톤 이상의 물을 정수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건을 본지에 제공한 제보자는 “힐튼리조트에서 근무할 당시 직원식당에서 나오는 국이나 물을 먹지 않았다”며 “다른 직원들도 쉬쉬하기는 했지만 물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국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면 먹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식당뿐 아니라 객실에서도 손님을 받기 전에 일정시간 동안 물을 흘려보내 흙탕물을 제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지곡 물은 농업용수로 리조트내 물 사용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경우에만 사용하고 그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수방류사건으로 주민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힐튼리조트가 또다시 농업용수 사용 및 정수되지 않은 물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자칫 사과문 작성으로 회복돼 가던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