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있다는 사실, 너무 행복해요"

  
 
  
하루에 서너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항상 시간에 쫓겨
살지만 배움의 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최
옥아씨.
 
  

"수능시험 1교시를 마치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뉴스보도는 우리사회 어두운 교육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는 중국집을 경영하면서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요즘 한창 배움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최옥아(46·고현면 이어)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대학 진학시 등록금만 내주면 내가 벌어서라도 다니겠노"라 애원했지만 아버지의 병환으로 쪼달리는 가정형편 때문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는 19세 꿈 많던 최씨에게는 한이 됐고 대학생 아들 둘을 둔 중년의 주부인 지금도 배움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다.


"기회는 지금이다" 도전

"배움에 대한 환상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꼭 공부를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했던 최씨에게 평생에 한두번 온다는 그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기회는 다름 아닌, 둘 다 대학생인 아들 수한이(24)와 태한(22)이가 군에 입대하게 된 것.

"기회는 이 때"라고 생각한 최씨는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독학으로 지난해 수능시험을 치렀다.

그것은 최씨에게 있어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경험이었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런 와중에 만학도 주부를 위한 야간대학이 있다는 정보를 전해들은 최씨는 올 3월 드디어 순천의 한 대학 사회복지과에 진학, 예비 사회복지사로서 그 전문지식과 교양을 쌓아가고 있다.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로

최씨의 대학생활은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집에서 군생활을 하는 아들이 배달이나 설거지를 거들어주고, 남편이 저녁밥은 챙겨먹는 등 가사일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 책값 하라며 언니, 동생들이 돈을 보내주고, 항상 시간에 쫓기는 그를 위해 교회 사모님이 김치도 담가주기도 했다.

특히 친정어머니(70)가 대학 첫 등록금을 내주시며 '열심히 공부해라'고 격려해주셨을 땐 너무 감사하고 눈물이 핑 돌더라는 최씨.

이런 주위 분들의 덕분으로 그의 때늦은 학교생활은 더욱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단다.

또한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만나는 사람들마다 "갈수록 젊어진다,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등등 기분 좋은 말을 듣는데 반해 밤늦게 저녁을 먹다보니 1년 새 몸무게가 5㎏이 늘어 작년에 입었던 옷이 하나도 안 맞을 정도로 살이 쪄 고민이란다.


신앙으로 활력얻어 피곤 싹

공부하면서 집안일과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하루에 서너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저녁에 학교에 갈 때면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아 졸음운전으로 인해 위험할 때도 있었고 11시 넘어 집에 도착하면 지쳐 쓰러질 때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신앙의 힘이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노인은 존경받아야 마땅"

평소 복지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최씨는 노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노인을 멸시하고 학대하는 행위, 부모조차 안 모실려고 하다 결국 노인이 자살하거나 자식들이 이혼하게 되는 경우가 만연한 이 사회를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는 그는 '노인은 마땅히 존경받고 대접받아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우선 군내 복지시설에 취업하여 노인과 장애인, 청소년 등이 어우러져 통합된 복지를 담당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경력과 경륜이 쌓이면 앞으로 노인복지시설장으로서 직접 시설을 맡아 운영해볼 큰 꿈도 갖고 있다.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주말마다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수화를 배우고 있다.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하여 한 단계식 밟아가는 과정이기에 무슨 일이든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그 꿈을 꼭 이룰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최씨.

"80년 남해에 시집와 1년 동안 울면서 지낼 정도로 이 곳이 낯설고 싫었는데, 지금은 내 가까이 산과 바다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연 속에서 '남해사람'으로 살게 해주심에 감사하다"는 그는 식당을 찾는 외지 손님들에게는 남해를 알리는 홍보요원으로서, 미래 남해의 희망을 밝히는 복지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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