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면 문현마을 서문중씨가 멧돼지가 망친 고구마밭에서 한숨을
짓고 있다.
       
  

지난 21일 남해군유해조수구제단 강해추(42)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곧 수확을 앞둔 이동 문현마을 서문중(70)씨의 고구마밭 300평을 멧돼지 떼가 내려와 완전히 망쳐놓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함께 현장에 가보니 고구마밭은 난장판이 돼 있었다. 강씨는 “밭을 이렇게까지 망쳐놓은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라면서 “발자국으로 보면 어미를 포함해 적어도 5마리는 된다”고 일렀다. 서씨는 “지난해는 70만원을 올렸는데 올해는 글렀다. 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전등까지 켜두었건만…”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강씨는 곧 집으로 내려와 유해조수구제단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급히 달려온 단원들은 4명. 이들은 파출소에 가서 총기(엽총)를 인출하고 강씨는 사냥개들을 차에 싣고 다시 피해현장으로 달려갔다.
  
 
  
  남해군유해조수구제단이 멧돼지 포획에 들어가기 앞서 작전을 세
우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단원들은 멧돼지가 있을 만한 지점을 예측하고 포획전략을 논의한 뒤 역할을 분담해 수목이 짙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사냥개의들이 짖는 소리가 집중되더니 산 속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어린 멧돼지 세 마리를 끌고 산을 내려왔다. 10여마리의 사냥개들이 멧돼지 두 마리를, 단원이 총기로 한 마리를 포획했다. 이들은 군에 보고할 기록용 사진을 찍어두고 전화로 군 환경녹지과 담당자에게 알렸다. 이렇게 하여 이날 멧돼지 포획작전은 끝이 났다. 포획한 야생동물은 군 담당자의 확인이 끝난 다음 처리한다. 처리는 단원들의 자유이다.

서문중씨와 마찬가지로 산에 인접한 농지는 멧돼지로 인해 피해를 많이 입는다. 남해에 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십 마리에 지나지 않았던 무리가 100여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단원들이 공통적인 진단이다. 이렇게 되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해주어야 한다.
  
 
  
남해군유해조수구제단이 포획한 멧돼지. 사진 맨 오른쪽이 강해추
회장이다.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군은 지난 8월말 경남수렵협회남해군지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유해조수구제단을 꾸려 이들에게 11월말까지 약 4개월 동안 멧돼지 21마리, 고라니 21마리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총기를 다루는 유해조수구제단은 행정과 경찰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유해조수구제단은 21일 현재까지 겨우 6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다. 하룻밤 사이에 이동거리가 큰 멧돼지를 잡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구제활동에 나선 단원들은 “취미모임이 자원봉사단으로 발전했다.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활동의 핵심이다. 군민들이 유해조수구제단을 잘 몰라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발견한 즉시 연락을 해주면 효과적인 구제가 가능하다”면서 적극적인 신고(☏011-9507-0585)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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