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담금질했던 고향 가는 길.......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가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토요일에 ‘남해향우회 카페’ 향우님들과 동행했다.

눈감아도 선명히 떠오르는 고향의 풍경을 마주한다는 생각에 가슴 벅찼다.

사람 그리워 아래로 향하는 가을이 고향에 막 당도하여 여기저기 가을빛을 풀어놓아 아련한 추억을 돌아보게 했다.

고향을 마주하는 향우님들의 설렘이 나와 다르지 않을 거 같다.

고향의 풍경들, 고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머니이고 잃어버린 옛사랑이고 젊은 날의 추억이다.

고향을 많이 안다고 자부했던 걸 부끄럽게 만들었던 몇 해 전 고향 투어에서 고향을 자주 찾아 고향을 잘 알아보리라 다짐하곤 했지만. 사는 게 생각처럼 녹록한 게 아니라서 자주 찾지도 못한 채 몇 해가 흘렀는데

고향 지킴이 선배님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고향의 소개가 길가에 핀 들꽃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바람 한 줄기, 구름 한 점, 앵강만의 물빛…

모두가 깊어지는 그리움이 되었다.

척박했고 고단했던 삶의 무게가 켜켜이 쌓여있는 다랭이 논을 보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이 이제는 고향을 알리는 데 일등 공신이니 그 삶에 대한 노고에 머리 숙여질 뿐이다.

굽이굽이 돌아가며 해안의 절경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의 끄트머리는 바로 용문사이다.

물소리, 바람 소리, 사각거리는 낙엽 뒹구는 소리, 호구산의 가을은 절정이다.

고향 가을과 그 가을을 밟으며 가을에 물들고 가을에 취해보며 천천히 느린 속도로, 느리고 단순한 감정으로 가을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싶은데 고향의 저 깊은 속살까지 들여다보고 가을의 다양한 표정들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어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해져 있음이 오히려 고향 가을을 더 알고 가는 촉매제가 되었음을…

객지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어놓고 사는 모든 향우님들에겐 고향의 풍광을 가슴에 담아간다는 게 행복 아닐까싶다.

사랑 넘치는 고향 지킴이 선배님의 설명이 내 고향 보물섬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가슴에 남을 것이다.

눈앞은 온통 가을빛이다.

멀리 보면 황홀한 아름다움이 가까이에서 보면 덜 아름다운 것처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도 고향에서는 몰랐는데 고향을 떠나서 살다보니 고향 소리만 들어도 가슴 벅차다.

비록 짧은 고향의 가을 여행이었지만 내 추억의 책갈피에는 고향 가을의 아름다운 속삭임이 빛깔고운 낙엽처럼 남아있다.

동행해주신 선후배 향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카페 남해향우회 오행순

(http://cafe.daum.net/namhae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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