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아도 선명히 떠오르는 고향의 풍경을 마주한다는 생각에 가슴 벅찼다.
사람 그리워 아래로 향하는 가을이 고향에 막 당도하여 여기저기 가을빛을 풀어놓아 아련한 추억을 돌아보게 했다.
고향을 마주하는 향우님들의 설렘이 나와 다르지 않을 거 같다.
고향의 풍경들, 고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머니이고 잃어버린 옛사랑이고 젊은 날의 추억이다.
고향을 많이 안다고 자부했던 걸 부끄럽게 만들었던 몇 해 전 고향 투어에서 고향을 자주 찾아 고향을 잘 알아보리라 다짐하곤 했지만. 사는 게 생각처럼 녹록한 게 아니라서 자주 찾지도 못한 채 몇 해가 흘렀는데
고향 지킴이 선배님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고향의 소개가 길가에 핀 들꽃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바람 한 줄기, 구름 한 점, 앵강만의 물빛…
모두가 깊어지는 그리움이 되었다.
척박했고 고단했던 삶의 무게가 켜켜이 쌓여있는 다랭이 논을 보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이 이제는 고향을 알리는 데 일등 공신이니 그 삶에 대한 노고에 머리 숙여질 뿐이다.
굽이굽이 돌아가며 해안의 절경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의 끄트머리는 바로 용문사이다.
물소리, 바람 소리, 사각거리는 낙엽 뒹구는 소리, 호구산의 가을은 절정이다.
고향 가을과 그 가을을 밟으며 가을에 물들고 가을에 취해보며 천천히 느린 속도로, 느리고 단순한 감정으로 가을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싶은데 고향의 저 깊은 속살까지 들여다보고 가을의 다양한 표정들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어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해져 있음이 오히려 고향 가을을 더 알고 가는 촉매제가 되었음을…
객지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어놓고 사는 모든 향우님들에겐 고향의 풍광을 가슴에 담아간다는 게 행복 아닐까싶다.
사랑 넘치는 고향 지킴이 선배님의 설명이 내 고향 보물섬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가슴에 남을 것이다.
눈앞은 온통 가을빛이다.
멀리 보면 황홀한 아름다움이 가까이에서 보면 덜 아름다운 것처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도 고향에서는 몰랐는데 고향을 떠나서 살다보니 고향 소리만 들어도 가슴 벅차다.
비록 짧은 고향의 가을 여행이었지만 내 추억의 책갈피에는 고향 가을의 아름다운 속삭임이 빛깔고운 낙엽처럼 남아있다.
동행해주신 선후배 향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카페 남해향우회 오행순
(http://cafe.daum.net/namhae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