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임지(남해고 1학년)
첫 날 우리는 입학식을 가졌는데 그곳에는 고등학생들은 우리뿐이고 초등학생과 몇몇의 중학생만이 있었다.

입학식후 선생님 소개를 하고 한국음식이름과 관련된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는 한국음식을 그리워지게 하는 노래여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 다음날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1교시는 그룹수업, 2,3교시는 1:1수업, 4교시는 자습시간이었다. 1교시는 100분 동안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학교 수업시간에 비해 긴 시간에 지루함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수업을 하다 보니 10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리핀 연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1:1수업인 것 같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1:1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외국인과 1:1수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지만 어느새 나는 그 수업에 적응해갔다.

그곳에서는 금요일마다 시험을 치는데, 그것은 나를 긴장하게 했지만 일주일동안 배운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던 것 같다.

그 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다. 처음 식사를 했을 때 쌀이 한국에서 먹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포크로 밥알을 건들면 힘없이 툭 쓰러지곤 했는데 한국의 쌀에 익숙하던 우리에게는 참 이상한 맛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한 달 동안 그 밥을 먹으며 생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며칠 후 우리의 입맛을 고려했는지 한국에서 먹던 밥과 거의 비슷한 맛과 모양의 밥이 나와 다행히 한 달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선 토요일마다 주말 액티비티 시간을 가졌다.

이 날은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되는데 그 이유는 시내까지 나가는데 무려 세 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이었다. 시내에 나가면 PC방에 가서 컴퓨터도 할 수 있었다.

비록 속도는 한국보다 느리지만 먼 필리핀에서 컴퓨터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세부스터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족들의 편지를 보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도 했고, 우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재미도 느꼈다.

주말 액티비티로 암벽등반, 승마체험, 자동차 경주 등을 즐겼고, SM이라는 쇼핑몰에 가서 쇼핑도 했다. 그 곳은 넓은 곳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화장실이 단 두 개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곳마저도 더럽고,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만해서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액티비티가 끝나고 저녁은 한국식당에 가서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곳에 있는 한 달 동안 그 날만을 기다리곤 했었다. 저녁을 먹고 리조트로 돌아가려면 또 세 시간을 가야하지만 이 날은 일주일동안 쌓은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수 있어서 피곤한 줄 몰랐다.

일요일 아침에는 늦잠도 잘 수 있었고 자유시간도 주어졌다.

그 때는 일주일간 배운 것을 복습하고, 수영장에서 수영도 할 수 있으며 게임을 즐기거나 체육활동도 할 수 있었다.

둘째 주 일요일엔 스피치 콘테스트를 가졌는데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고, 암기를 해야만 했기에 잊어버릴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무사히 잘 끝내서 스피치 콘테스트가 마쳤을 때는 준비하는 동안 힘들었던 것은 다 사라지고 뿌듯함만이 남아있었다.

이렇게 길 것만 같았던 4주가 흘렀다. 졸업식 날이 되었다.

졸업식에서는 학생들은 준비한 연극, 춤, 노래 등을 뽐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한 학생들 모두에게 상장도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졸업식노래를 부르며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한 달 동안 같이 생활한 이 곳, 선생님, 친구들을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 눈물로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비록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 낯선 땅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그곳의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 뜻 깊은 방학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어떤 사람은 고등학교의 첫 방학을 비효율적으로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후회 없는 해외연수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참가해 보고 싶고, 다시 한 번 필리핀에 발을 디디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신 최대형 이사장님, 이채인 교장선생님, 주지스님, 초원상사 사장님, 남해고등학교 여러 선생님 등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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