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지어 호미로 조개캐야만 갯벌체험?
무분별 집단방문은 갯벌 훼손 지름길 
사전 안내·교육등 장기 관리방안 절실

올해 여름 들어 갯벌체험 및 생태관광을 위해 남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군내 주요 갯벌은 는 갯벌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든 외지인들로 늘 북적였고 갯벌체험을 주관하는 군내 각 단체와 회사는 전예없이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남해가 전에 없이 갯벌체험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와 그 뒤에 숨은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 함께 살피는 기회를 가져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관음포 갯벌 역시 올해 여름 수백명씩 단체로 찾는 갯벌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밝은 전망 지속되려나 

본지는 지난 기사에서 남해가 올해 여름 갯벌체험 탐사지로 특히 각광받았다는 점을 알리고 그 주요 원인에 대해 갯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이 커졌다는 점과 남해갯벌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서식생물이 다양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갯벌체험과 관계된 이들의 대체적 평가는 밝다는 것이다. 이는 갯벌체험이 도회지사람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관광형태인 '직접 보고 체험하는 관광'과 맥을 함께 하는 데다 남해갯벌은 이제야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 때문이다. 이에 여러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방문객은 계속 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밝은 전망이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역민들이 보기에 남해갯벌은 이미 예전보다 생명력을 많이 상실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갯벌의 중요성은?   

갯벌의 훼손을 우려하는 중요한 이유는 갯벌체험객 숫자가  줄어드느냐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갯벌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갯벌의 가치는 우선 산소가 풍부하고 각종 유기물이 많아 다양한 생물들의 산란지 및 서식지 기능 뿐 아니라 새들의 중간쉼터 및 먹이공급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또 갯벌은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흡수해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다. 아울러 갯벌은 동시에 많은 물을 흡수해 홍수나 태풍피해도 줄이는 역할도 한다.  피조개, 바지락 등 많은 수산물이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은 남해갯벌생태학교 홈페이지 중에서).

얼마전 세상의 큰 관심을 모은 문규현신부와 수경스님이 함께 목숨을 걸고 끝낸 삼보일배 역시 새만금 갯벌을 살리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됐다. 지난 8월 28일 동아일보를 보면 '강화도 갯벌에는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등 물새 110종 6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지난 3일 국내 종합일간지들은 "바다적조의 원인이 갯벌이 자꾸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양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갯벌은 소중히 다뤄야 할 존재이고 생명체다. 그렇기에 갯벌체험은 일정한 지도와 통제 속에 이뤄져야 하고 무분별한 이용은 막아야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올해 남해에서 있었던 갯벌체험의 모습에서 이후 갯벌훼손의 원인이 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방문객, 마을 양식장까지     

우선 갯벌인근 주민들과 갯벌에 관심을 가진 각 단체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문제점은 무분별한 갯벌체험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다.

설천 문항마을 정길웅 이장은 "주말이면 마을 허락없이 몰려오는 차량만 수십대였다. 이들이 떠난 후 마을에 남은 것이라곤 쓰레기 뿐이었다. 호미 등을 갖고 온 사람도 많았는데 일부는 바지락 양식장까지 마구 들어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개캐기 보다는 질서정연하게 갯벌을 밟아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이장은 또 "마을 자체에서 특산물 판매장, 숙박장소, 주차장 등 관광객 및 주민들 편의시설을 다 갖추고 어느 갯벌까지는 개방할지, 통제는 어떻게 할 지 등 여러 가지를 결정한 후 손님들을 맞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모래갯벌이 많은 삼동면 둔촌마을 김용대이장 역시 "올해 여름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일부는 바지락 양식장으로 호미를 갖고 들어와 바지락을 캐가 상당히 곤란했다"며 "주민들이 통제를 하느라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방문객 넘치고, 가이드는 부족 

자연이야기(주)에서 생태가이드로 활동중인 조세윤 남해 환경련 사무국장은 "갯벌에는 일정한 교육을 받은 가이드 없이는 못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무작정 갯벌을 찾는 경우가 많다. 찾아온느 방문객에 비해 남해는 가이드가 절대 부족하다"고 말한 후 "갯벌체험이 조개캐기 행사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안타까와 했다.

"갯벌훼손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 체험객들이 지정된 코스로, 다른 사람이 밟은 발자국을 따라, 한 줄로 갯벌에 가야 한다는 점을 사전교육 시킨다"는 남해갯벌생태학교 박언주교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갯벌에 무작정 들어가면 갯벌은 파괴된다. 어떤 경우 수백명씩 한 갯벌에 들어간다고도 하는데 남해는 그런 규모의 갯벌도 없고 가이드 숫자도 부족하며 그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무분별 방문은 안돼" 공감대 

지역에서 목격되는 이런 무분별한 갯벌체험 양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은 기본적으로 남해를 찾는 체험객들이 갯벌의 가치와 소중함을 잘 모른채 갯벌을 찾아 온 데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갯벌가이드활동에 자주 나서는 군민들에  따르면 "갯벌하면 무조건 호미들고 갯벌을 파 조개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찾는 방문객들 때문에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던져지는 질문은 이런 현상들에 대비, 지역사회가 보다 체계적으로 갯벌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장기적 갯벌활용 방안 찾아야

이와 관련 남해환경련 조세윤사무국장은 "앞으로 전체적인 갯벌보존방안 마련, 가이드 양성과정, 지역사회의 생태자원을 알릴 가이드 북 제작 등이 매우 절실하며 주민들의 갯벌에 대한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갯벌생태학교 박언주 교장은 "지금 군에서 설천 진목에서 비란까지를 연결하는 해안도로 공사를 거의 끝낸 상태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해안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무작정 호미들고 갯벌로 들어가는 관광객이 엄청 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해안도로 조성으로 훼손된 갯벌이 아예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이런 흐름들을 통제하고 장기적으로 갯벌을 활용할 방안을 지역사회가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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