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관계자들, 아직은 ‘글쎄...’


▲ 박성재 위원장이 용문사의 수국사금패에 관한 새로운 학설을 설명하고 있다.
남해용문사의 오랜 역사적 진실과 오해가 남해역사연구회 박성재 위원장의 새로운 학설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지금까지 용문사는 조선시대 숙종 때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국사로 지정돼 경내에 축원당을 짓고 위패를 모시는 등 왕실의 보호를 받는 사찰이라고 알려져 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유물로 숙종으로부터 하사 받았다는 수국사금패와 번, 연옥등, 촉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수국사금패와 번만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같은 기존의 설에 대해 전면 부정하며, 용문사가 수국사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서포 김만중의 영산재(사람이 죽은 지 49일 만에 영혼을 천도하는 의식)를 위해 국가에서 제를 올릴 물품인 촉대와 번 등을 하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수국사금패에 새겨진 글자에 주목하고 있다.

수국사금패에 새겨진 ‘익릉관’은 김만중의 조카인 숙종의 첫 번째 비 인경왕후 김씨의 능 관리인을 뜻한다.

이는 김만중의 넋을 기리며 인경왕후의 혼을 함께 달랬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숙종실록 26권에 “김만중이 어머니 상사를 당하여 장차 전택을 팔아 장사를 지내려고 하니, 바라건대 거기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준다면 인경왕후의 하늘에 있는 혼령이 아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는 기록이 있다.

이를 통해 인경왕후와 김만중과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으며,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별세하자 노도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지장도량 용문사에 특별히 영산재를 위한 물품을 보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다시 말해, 영산재를 주관할 익릉의 관리인과 경릉의 관리인을 급파하며 수국사금패를 통해 이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남무대성인로왕보살(南舞大聖引路王菩薩)이 새겨진 번이 망자인 김만중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영계(靈界)의 안내자를 나타내며 이와 함께 제사에 필요한 촉대와 연옥등을 함께 보냈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또 영산재 하사물품과 관련해 연(輦)이 함께 보내졌을 것이라 주장하며, 이 연은 현재 잘못된 역사적 사실 판단으로 전주이씨회관 사무실에 태조 이성계 관련 유물로써 보관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의 설을 전면 부정하는 박 위원장의 이같은 파격적인(?) 주장에 대해 군내 향토사학자들과 역사·문화계 관계자들은 아직 관망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 향토사학자는 “아직은 그저 소수의 학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박 위원장의 김만중과 용문사 관련 연구가 오랜 시간 진행돼 온 것으로 알고 있고 그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일리는 있으나 수국사로 널리 알려지고 학계의 인정을 받아온 그간의 설을 단번에 뒤집기에는 아직 좀더 심도 있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재 위원장은 ‘서포만필을 통해 본 김만중의 불교관’으로 경상대학교 문학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포와 용문사, 남해와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서포의 대표작인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마지막 집필지가 남해군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학계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도록 남해군이 적극적이고 조속히 대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